[뉴있저] '말할 수 없었던' 청년의 죽음...구할 수 없었나요?

[뉴있저] '말할 수 없었던' 청년의 죽음...구할 수 없었나요?

2021.06.25. 오후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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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 20대 남성 숨진 채 발견

발견 당시 몸무게 34㎏, 영양실조·저체온증 상태

경찰, 동거인 20대 남성 두 명 현장 체포

앞선 폭행 신고에 앙심 품고 감금·폭행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제가 나와 있는 이곳은 20대 감금 살인이 벌어진 사건 현장 앞입니다.

연남동 번화가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곳인데요.

보시다시피 주변은 평화로운 주택단지입니다.

어떻게 이곳에서 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주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인근 주민 : 그 주위에 사시는 분들이 더 잘 아실 것 같은데, 소리가 전혀 안 났다는 게 이상하죠.]

[인근 부동산 관계자 : 네. 그 세 명 사이에서 소리를 안 들었대요?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지.]

번화가 옆 주택가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

[A 씨 / 오피스텔 소유주 : (전혀 뭐 이상한 거 못 느끼셨어요?) 그런 거 없었어요. 그리고 6월 1일 날 이사 오고 이사 2주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여기서 한번 계셔보세요. 여기 누가 왔다 갔다 하나. 조용한 곳이에요. 그리고 이 구역 자체가 술도 못 파는 곳이에요.]

[이웃 거주자 : (소리 같은 거 혹시 들으셨어요?) 없어요. (소리 같은 거, 폭행하는 소리나) 없어요. (이상한 낌새도 전혀?) 아무 이상한 낌새도 없었어요. (이상한 냄새가 났다거나….) 네 없어요. 저도 뉴스에서 나온 뒤에 알게 됐는데요. 전혀 아무것도 몰랐어요.]

매일 오피스텔을 관리하던 집주인도, 바로 옆집 거주자도 이상한 낌새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피해자는 외출할 때도, 물류센터에서 일할 때도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습니다.

피의자와 함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도망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피의자를 상대로 한 폭행죄 고소도 직접 취하했습니다.

아버지의 가출신고 이후 경찰과의 여러 차례 통화에서도 자신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심리 지배'.

전문가들은 친구들에게서 오랫동안 학대와 폭행을 당하며 심리적으로 억압됐던 것이, 비극의 원인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극한 공포에 갇혀 버린 피해자를 구할 방법은 없을까?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있다면, 수사 기관이나 주변인들이 빠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 특히 피해자의 경우에 이미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신고는 일종의 전조 증상이고. 사전에 위험성 평가를 통해서 큰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개입할 수 있는 수사 방법들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상 징후는 분명 있었습니다.

사망 9일 전, 경찰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피해자는 평소보다 말을 심하게 더듬었습니다.

[대구 달성경찰서 관계자 : 6월에 이제 마지막 통화가 있었는데. 통화 음질이 좀 좋지 않았어요. 그리고 말을 좀 더듬으시는데, 그날은 좀 더 더듬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좀 진행하기 위해서 문자로 대화하십시다, 이렇게 해서 문자로 전환된 겁니다.]

가출신고 2차례, 피해자 통화 7차례.

경찰이 피해자를 살릴 수 있었던 기회는 9차례나 됐습니다.

이상징후마저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경찰의 안일한 대응과 극도의 공포 속에 피해자는 결국 비참하게 숨을 거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YTN 김자양입니다.

YTN 김자양 (kimjy02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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