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출새]"수술실CCTV, 환자 위해 안 된다는 의사들...환자들이 원하는데, 말이 돼?"

[황출새]"수술실CCTV, 환자 위해 안 된다는 의사들...환자들이 원하는데, 말이 돼?"

2021.06.21. 오전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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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출새]"수술실CCTV, 환자 위해 안 된다는 의사들...환자들이 원하는데, 말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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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6월 21일 (월요일)
□ 진행 : 황보선 앵커
□ 출연자 : 구자룡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앵커 황보선(이하 황보선): 수술실 CCTV 설치 논의가 뜨겁습니다. 하지만 이 뜨거운 논의는 2015년부터 무려 6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왜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는지 법적으로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구자룡 변호사, 안녕하세요?

◆ 구자룡 변호사(이하 구자룡): 네, 안녕하세요.

◇ 황보선: 이게 논의는 상당히 오래 해 온 내용이잖아요. 6년간 논의되는 과정에서도 수술실에서의 사건·사고가 계속되었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처음 문제되었던 것은 2014년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의료진이 환자가 마취되어 누워있는 수술실에서 생일파티를 한 사실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논란이 되고, 여고생이 성형수술을 받다가 뇌사에 빠지는 사고가 이어지면서 수술실 CCTV에 대한 여론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발의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못 되고 폐기됐습니다. 그런데, 그 후 2016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故 권대희 씨가 안면윤곽 수술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국내 의료계의 수술 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커졌습니다. 당시 유족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의사가 수술을 다 마치지 않고 다른 수술실로 이동하거나 간호조무사가 의사 없이 지혈하는 장면 등이 담겨있어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의료 과실 수준이 아니라 아예 의사 없는 수술, 대리수술 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입법 요구가 거셌고, 이런 사건은 CCTV가 없으면 밝힐 수 없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20대 국회에서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 폐기됐습니다. 그러는 동안 피해자는 계속 발생하였고, 최근 척추전문병원에서 대리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다가, 한 대학병원 인턴이 수술실에서 마취된 여성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도 논란이 되면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어서 이번에는 입법화 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 황보선: 도입 논의가 촉발된 계기가 되었던 사건들을 보면, 수술 과정에서 여전히 심각한 범죄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수술실에서 성범죄가 벌어졌던 것이야 당연히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그 밖에도 의사가 수술을 동시에 두세 개씩 진행하면서 중요한 부분을 해놓고 다른 수술방으로 넘어갈 때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이후의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것도 명백한 불법입니다. 의사가 집도하면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이를 보조하는 것이지 의사 없이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故 권대희 씨 사망사건의 경우에도 의사가 여러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환자를 두고 가서 간호조무사가 혼자서 지혈을 30분이나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망한 사건이었습니다. 또, 아예 의료인도 아닌 의료기기상이 의사 대신 들어와서 의료행위를 하는 사건도 자주 발생하는데, 이것도 의료법 위반이면서 환자에 대해서는 사기죄에도 해당합니다.

◇ 황보선: 찬반 논란이 뜨거운데, 각각의 주장과 근거 제시는 어떻습니까?

◆ 구자룡: 환자와 소비자 단체는 의무설치 찬성 입장인대, 의료 사고와 대리수술, 성범죄 등 수술실 내의 부적절한 행위들을 방지하고 환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CCTV 설치가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술실은 외부와 엄격히 차단되어 있고 환자는 마취되어 의식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범죄나 대리수술에 무방비일 수밖에 없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의사와 병원 단체는 의무설치에 반대하면서, 해외에서도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사례는 없고, 의료진을 상시 감시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입장입니다. 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의료진의 집중력과 능동성·적극성을 떨어뜨려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 황보선: 외국에는 수술실 CCTV가 없다는 주장이 가장 눈에 띄는데, 우리나라만 법제화 요구가 거센 이유가 있나요?

◆ 구자룡: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논의가 있을 만한 충분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외국 입법례를 살펴보는 비교법적 고찰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것이 다른 나라 법의 ‘있고 없고’만 살펴보고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환경이 똑같은데 결론이 다르다면 의문을 가지고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환경 자체가 다르다면 입법 논의가 외국과 다른 것이 오히려 당연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외국의 경우에는 예를 들어 대리수술이 벌어졌다고 할 경우에 처벌이나 면허가 박탈되는 수위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우리나라 의료법이 의사의 자격증을 철밥통 수준으로 보호하고 있다는 비판은 익히 들어오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 외국과의 비교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다른 전문직과도 차이가 많습니다. 예를들어 변호사의 경우에는 죄를 지었을 경우에는 죄명을 따지지 않고 집행유예 이상의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자격 결격사유가 되도록 변호사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의사는 의료법에 ‘의료와 관련한 일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만 자격결격 사유가 되도록 매우 좁게 해놓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지만, 성폭행으로 집행유예 이상의 형벌이 확정되어도 의료법상 의사는 자격결격사유가 아닙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의료인이 형사 처벌이 되더라도 의사 면허가 박탈되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그리고 이와 아울러 문제되는 것은, 설령 극히 드물게 의사 면허가 취소었더라도 최근 10년간 면허 재교부율이 97%를 넘습니다. 범죄를 저질러도 자격증이 유지될 수 있고, 자격증에 문제가 생겨도 다시 쉽게 취득할 수 있으니 형사 처벌과 관련한 경각심이 아무래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처벌과 제재가 매우 약하고 외국은 엄벌에 처하고 있는 점이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에 외국은 이런 이유로 대리수술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 황보선: 외국의 경우 의료사고의 징벌적 손해배상도 특징이잖아요?

◆ 구자룡: 네, 맞습니다. 외국의 경우 의료사고에 관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것도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 없게하는 주요한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리수술을 했다거나 수술 중 성범죄가 발생했다면 병원이 문을 닫고도 다 갚지 못할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내려질 수 있는데, 이런 것이 아예 이런 일을 시도 조차 못하게 만드는 역할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외국의 경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안전장치가 다른 방식으로 마련되어 있어서’, 즉, 필요가 없어서 제도화 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충분히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자격증도 철밥통이고 징벌적 손해배상도 없는데 CCTV까지 안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고, 앞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외국에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가 아니다’라는 내용만 주장하면, 이건 점잖게 표현하면 ‘비교법적 고찰이 부족하게 된 것’이고, 의도가 있는 논의 누락이라면 사실 이건 ‘눈속임 주장’이라는 비판도 가능합니다. 제대로 비교법적 고찰을 하려거든, CCTV 설치를 하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해서 처벌이나 자격 상 제재 또는 손해배상과 관련한 내용은 외국의 것을 유사하게 도입해도 상관없다는 논의도 함께 있어야 할 것이지만 그런 내용은 전혀 언급이 없으니 그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습니다.

◇ 황보선: 의료인 인권침해 논란도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구자룡: ‘수술실 CCTV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다.’, ‘의사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고, CCTV의 설치는 기본적으로 카메라에 찍히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권 침해 수준에 이르렀는지는 다른 기본권과의 조화 문제와 공익의 측면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이 논의는 의사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논의라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양측의 기본권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료는 공익의 영역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직업으로서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은 그분들이 공부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그분들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 때문입니다. 의사의 존재 이유와 존중의 근거 역시 ‘환자’로부터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는 주장은 CCTV가 설치된 곳 모두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주장이라서 설득력이 높지는 않습니다. 백화점이 고객들을 범죄자로 취급해서 CCTV 설치했다는 비판이 없는 것을 생각해봐도 금방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 황보선: 의료진이 소극적 의료행위를 하게 된다거나 심적 부담으로 의료조치가 미흡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구자룡: 이것 역시 가상적인 논의이고 실제로 그 정도의 지장을 초래할지 역시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어린이집 CCTV 설치도 어린이집 교사들을 범죄자 취급한다거나 교육이 위축된다는 주장이 마찬가지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계속되는 사건을 보면, CCTV가 버젓이 설치되어 있는데도 문제 교사들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행동하고 아동을 학대했던 장면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럴 땐 차라리 ‘설치되어 있는 것을 의식이라도 해서 행동하는 게 나았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촬영 대상자가 느끼는 심적 부담은 곧 신경조차 쓰이지 않을 정도로 미미해질 내용일 수 있지만, 반면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증거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안은 충돌하는 기본권의 비교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의료진이 느끼는 부담이나 기본권 제한 보다 환자가 얻게 될 이익과 공익이 월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CCTV 도입에 관한 주장도 꼭 수술의 세세한 장면까지 촬영하도록 하는 주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주장부터 수술을 하는 의료진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촬영, 즉 ‘의료진 상반신이 촬영되도록 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도입하는 것도 절충점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런 논의를 이어간다면 그에 상응하여 의료진들도 자신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고수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 황보선: 환자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죠?

◆ 구자룡: ‘의무설치를 한다면 환자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환자단체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아니라 의료진의 설치 반대 주장입니다. 정작 국민 찬성 의견이 80%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까지 있기 때문에 반대논리의 근거로 삼긴 어려울 듯 싶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의무 설치를 하고 촬영 여부에 관해서 원칙적 촬영을 하도록 하면서 환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촬영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도입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의 기본권 침해 문제를 도입을 막을 근거로 삼기는 좀 약해 보입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수술대 위로만 촬영하게 하는 방식상의 조율이 있다면 환자의 몸은 보이지 않고 의료진의 행위만 촬영되도록 할 수도 있어서 이런 식의 도입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 황보선: 법적 논란뿐 아니라 정치적 셈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주요한 이유라는 분석이 있는데, 이번엔 입법화 될 수 있을까요?

◆ 구자룡: 네, 지난 6년 동안 이 법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였는데, 이것을 의료계 압력단체의 영향력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지난 2019년에도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 하루만에 폐기되는 일도 있었는데, 법안에 서명했던 5명의 의원이 돌연 참여 의사를 철회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해서 "의협은 회원이 13만명에 달하고 정치권에 대한 후원 규모가 큰 만큼 국회에 대한 로비력도 강하다"는 것을 이유로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의협은 현재 CCTV 의무화 법안을 보류하고 의료계·정부·정치권·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해 나가자고 정치권에 제안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지난 6년간 도입되지 않았던 것을 볼 때 ‘장기적 관점의 논의’는 이번 국회에서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의 다른 표현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80%이상의 찬성 여론이 있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던 만큼, 절충점을 찾는 노력 하에서라도 도입에 관한 결정은 이번에 해결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고, 흐름상으로는 이번이 도입의 적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 황보선: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구자룡: 고맙습니다.

박준범 PD[pyh@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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