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하루 300인분 꼴" 전역한 육군훈련소 취사병이 쓴 글

"1인당 하루 300인분 꼴" 전역한 육군훈련소 취사병이 쓴 글

2021.05.31. 오후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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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하루 300인분 꼴" 전역한 육군훈련소 취사병이 쓴 글
자료 사진 / 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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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한 육군훈련소 취사병이 "12명~14명 정도가 하루 최대 3,000인분을 책임지고 있다"고 호소해 눈길을 끈 가운데, 최근 육군훈련소에서 전역했다는 취사병이 또 다른 글을 남겼다.

31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육군훈련소 모 연대에서 취사병으로 생활하고 며칠 전 조기 전역했다는 A 씨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현재 부실 급식 논란으로 더 고생하는 동기들과 후임들을 위해, 곳곳에서 고생할 취사병들을 위해, 더 나아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고생하시는 모든 군인분을 위해 이 글을 적는다"고 밝혔다.

먼저 A 씨는 "육군훈련소 취사병들은 1년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 세끼 평균 훈련병 2,000인분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며 "많을 때는 3,000인분이고 적으면 1,000인분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침은 새벽 3시 30분부터 6시 30분, 점심은 오전 9시 30분부터 12시, 저녁은 오후 2시 30분부터 5시 30분 사이 조리를 한다. 그 외의 시간에는 재료와 후식류를 가지러 보급대로 간다"며 휴식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A 씨는 "육군 조리병은 평균 1명당 75인분을 맡지만 육군훈련소 조리병은 21명이 3,000인분을 만든다. 1인당 150인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A 씨는 "이 또한 인원이 꽉 찼을 때의 경우"라며 코로나19로 인한 휴가 후 격리자와 조기 전역자, 부상자들이 있는 상황에서는 10명이 4주 동안 3,000인분을 만들었다. 1인당 300인분꼴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주말까지 반납하고 매일 새벽에 일어났다"면서 "근무 시간만 따졌을 때 6개월간 (다른 보직보다) 50일은 더 일하게 되는데, 보상은 6개월에 2박 3일 휴가가 전부"라고 비판했다.

이뿐 아니라 담당 인원이 적어 부상을 앓는 취사병들이 많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그는 "복무하는 동안 동기 8명 중 3명이 각각 정신적인 문제, 허리디스크, 손목 인대 파열로 전출됐다"며 "허리디스크를 얻은 동기는 밤마다 테니스공을 허리에 대고 자면서 잠을 설쳤고, 손목 부상자는 인대가 파열됐지만 피해가 될까 계속 일했다"고 주장했다.

또 "동기 한 명도 고막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취사병 부족으로 민폐가 될까 봐 몇 개월 만에 병원에 갔다가 좀만 일찍 왔으면 치료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외에도 발목 부상과 팔 골절, 정신적 문제 등을 앓는 취사병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논란이 된 군부대 부실 급식으로 인해 취사병 업무 과중이 심각하다고도 전했다.

A 씨는 "항상 어떻게 하면 모든 훈련병이 밥을 공평하게 먹을까 고민하며 무게를 재가며 배식하고, 훈련병들이 늦게 오면 음식을 오븐에 넣고 식지 않은 반찬을 내보내려 노력했다. 간을 볼 때도 10개 솥에 있는 음식 맛이 다 적절한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관과 민간조리원분들은 항상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급식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시고, 그 와중에도 어떻게하면 조리병들의 수고를 덜 수 있을까 고민하셨다"며 "조리병이 너무 부족해 9명이 3,000인분을 조리할 때도 번갈아 가면서 주말에도 출근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저희의 노력이 부실 급식 보도와 함께 다 사라졌다"며 "정말 부실한 급식을 제공하는 부대는 개선이 필요하지만, 육군훈련소는 거의 모든 끼니 특별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 특별 메뉴란, 한 끼니에 4~5찬과 밥, 국, 후식류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A 씨는 "육군훈련소가 낸 6월 조치를 보면, 조식에 고기 반찬 위주의 메인 찬 2개 편성과 특별식 1찬 편성으로 총 5~6찬 구성"이라며 "이는 일시적이고 보여주기식 조치다. 이미 7, 8월 예산을 끌어다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조치로 인해 조리병들이 전원 새벽 3시에 출근하고 쉬지도 못해 부상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A 씨는 취사병과 취사병들의 휴가를 늘려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1인이 300인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급식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더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휴가를 더 늘려서 조리병들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달라"고 요구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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