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출새]구자룡"성폭행 피해자,성관계 중 웃은 건 황당해서,손 잡고 나온 건 안전 위해?"

[황출새]구자룡"성폭행 피해자,성관계 중 웃은 건 황당해서,손 잡고 나온 건 안전 위해?"

2021.05.31. 오전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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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출새]구자룡"성폭행 피해자,성관계 중 웃은 건 황당해서,손 잡고 나온 건 안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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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5월 31일 (월요일)
□ 진행 : 김우성 PD
□ 출연자 : 구자룡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대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판결 이후 성범죄 사건은 판결이 선고될 때마다 사회적 논란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법리적 논의를 넘어 젠더 갈등으로도 언급되고 있는, '성인지 감수성’의 의미와 논란의 이유를 법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구자룡 변호사, 안녕하세요?

◆ 구자룡 변호사(이하 구자룡):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먼저, 최근 논란이 되었던 사건부터 살펴볼까요?

◆ 구자룡: 네, 가장 최근 사건은, 성관계에 대해 "강제였다"는 여성과 "합의했다"는 남성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국민참여재판까지 갔던 사건이었습니다. 심리가 2년이나 지속되었지만 결국 피해자 주장의 신빙성이 인정되어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의 유죄 판결이 선고되면서 피고인이 법정구속 되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두 사람은 PC방에서 손님과 아르바이트생으로 알게 되어 번호를 주고받은 뒤 1~2년간 연락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연락이 되어 만나서 술을 마시고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의 양측 진술이 극명하게 갈렸다는 점입니다. 피고인은 먼저 연락처를 물어보고 만나자고 한 것도 피해자였고 술을 더 먹자고 한 것도 피해자였으며 스킨십을 할 때도 싫다고는 했지만 강하게 거부하지 않아 내숭을 떠는 정도로 생각했고, 특히 피해자가 성관계 도중 구강성교를 요구하자 들어주었다며 ‘동의하게 관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해자는 모텔에 들어간 것은 ‘술만 마실 거라고 해서 들어간 것’이고, 스킨십을 할때 여러 차례 말과 행동으로 거부했으며, 구강성교를 해준 것은 ‘그냥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양측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2년 이상 재판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관심을 모았던 것인데, 재판부와 배심원들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된다. 신빙성이 있다’며 유죄로 본 것입니다.

◇ 김우성: 이 사건은 4년 실형의 양형과 관련한 논의도 있죠? 최근에 장애인 애인이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못하게 하겠다면서 몸에 구멍을 뚫었던 사건은 실형 1년이 선고되었던데,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인가요?

◆ 구자룡: 두 사건은 남녀 사이에 있었던 일이고 성적인 내용이 기반에 깔려있어 착시가 있을 뿐이지 사실 법적인 의미는 매우 다릅니다. 앞서 언급했던 사건은 성범죄 사건 중에서 가장 중하게 다루어지는 ‘강간’ 사건입니다. 반면, 방금 언급하신 사건은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못하게 하겠다’는 성적인 고려는 범행 동기이고, 실제 저지른 범죄는 ‘신체에 구멍을 뚫고 자물쇠로 채웠다’는 것인데 이것은 성범죄가 아니라 상해 사건입니다. 실제로 적용된 죄명도 특수상해죄와 장애인복지법위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피고인이 자백했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용서해준 사정도 있었습니다. 반면, 전자의 사건은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았고 용서를 받지 못했다는 것으로 자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무죄 주장을 하다가 유죄가 인정되면 선처 요소가 없어서 중한 처벌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처럼 유무죄의 갈림길에 있는 사건에서는 무죄냐 양형 상 감경 사유 없는 실형이냐의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극렬히 무죄 주장을 했던 성범죄 사건일수록 논란이 더 뜨거운 것입니다.

◇ 김우성: 성범죄 사건이 분명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부분이 있는데, 이게 법적으로 어떻게 정리해 볼 수 있을까요?

◆ 구자룡: 지금 과거에는 무죄가 선고되었을 법한 사건이 유죄 선고가 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원인을 꼽아보자면, 일단 성폭행의 ‘협박 또는 폭행’이라는 개념이 과거에 비해서 굉장히 인정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간음하였을 경우 성립’하게 되어 있는데, 이런 사실관계가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당연히 유죄입니다. 이 부분은 아무도 이견이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논란이 되는 사례들을 보면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 의문이 있는 한계선상의 사례들이 등장합니다. 과거에는 성범죄의 폭행이나 협박을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였는지까지 엄격하게 보았으나 최근에는 인정 범위가 매우 넓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비동의 간음죄’에 굉장히 접근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럴 때 ‘억압당했다’, ‘동의했다’라는 것이 증거가 아니라 진술에만 의존해서 판가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이때 등장하는 문제가 ‘당사자 진술의 신빙성’ 문제입니다. 여기서 ‘무죄추정 원칙’,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 대원칙이 적용되던 것이 최근 대법원이 천명한 ‘성인지 감수성’ 이론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어서 논란인 것입니다.

◇ 김우성: ‘성인지 감수성’ 법리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 구자룡: 대법원이 설시한 개념은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에 대한 고려’를 위해 사건의 여러 맥락을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피해자가 당시 행동한 양상과 대처방법에 관해서 이해하는 것이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것입니다.

◇ 김우성: ‘성인지 감수성’이 ‘상황이나 사정을 충분히 잘 고려하라’는 것이라면 취지는 이해가 가는데, 법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길래 논란이 되는 것이죠?

◆ 구자룡: 재판의 핵심을 간략히 설명하면, 증거에 의한 검사의 유죄 입증이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반박, 즉 탄핵과정이 있게 됩니다. 이때 입증책임은 검사에게만 있기 때문에 검사는 유죄 입증을 해야 하고 피고인은 검사 입증을 흔드는 정도만 탄핵을 해도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판사는 이 재판을 주재하면서 증인신문을 통해 당사자들을 접하고 여러 증거와 종합하여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어떤 것이 맞다. 어떤 증거가 더 믿을만하다. 누구의 증언이 더 신빙성이 있다.’는 판단은 법관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습니다. 이것을 법률용어로 ‘자유심증주의’라고 부릅니다. 판사의 자유심증은 그 사람의 지식과 경험, 법적 지식과 양심의 결합체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통상의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거나 모순점이 있어 믿을 수 없다면 신빙성이 없다고 보게 되고 검사는 유죄 입증을 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그런데 성범죄는 ‘성인지 감수성’이 작동하게 되고, 피해자가 진술한 내용에 불합리한 점이 있다거나 모순점이 있더라도 이것이 ‘성범죄 피해자로서 처한 특수한 현실로 인하여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그걸 이유로 피해자 진술을 쉽게 배척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법리로 인해서 피해자 진술은 모순점이나 불합리가 있더라도 ‘성인지 감수성’ 법리가 판사의 ‘피해자 주장이 이상하다. 믿기 어렵다.’라는 ‘자유심증’을 제약해서 그렇게 쉽게 판단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김우성: ‘성인지 감수성’이 가장 논란이 있는 것은 형사법상 대원칙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형사사건은 유죄가 명확한 부분, 피고인이 결백하여 무죄인 부분이 양 극단에 존재하고, 그 중간지대는 법관이 어느 쪽 증거와 진술을 더 믿을 것인지 판단하는 것으로 결론이 좌우되는 영역입니다. 그때 그 불분명한 영역에 적용되는 대원칙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입니다. 영미에서는 무죄를 선고할 때 ‘낫 길티(not guilty)’라고 하지 ‘이노센트(innocent)’라고 선고하지 않습니다. 법리상 피고인에게 ‘결백의 입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의 입증 실패를 선언하는 것입니다. 이게 법리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범죄에 있어서 착시가 있을 수 있는데, 형사재판은 결코 피해자와 피고인의 싸움이 아닙니다. 피해자의 사건을 검사가 수사해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건에서는 검사의 입증이 의심스럽기만 해도 무죄가 될 수 있지만, 성범죄 사건은 아예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것까지 사실상 요구받는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 법리와 함께 ‘피고인 진술이 모순되는 점이 있다면 이것을 유죄 인정의 다른 증거들을 보충하는 간접정황으로 삼을 수 있다’고까지 판시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피해자는 진술에 의문이 있어도 그것이 ‘성인지 감수성’으로 치유되는 반면, 피고인은 진술에 모순점이 있으면 유죄증거에 보강까지 되어 버리니, 결국 다른 사건과는 달리 성범죄 사건은 형사법 대원칙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 김우성: 이 법리가 적용되면서 논란이 있었던 사례들이 꽤 있죠?

◆ 구자룡: 네, 실제로 문제가 됐던 사례를 살펴보면, ‘포장마차에서 우연히 합석한 여성을 옥상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안에서 두 사람이 성관계 후 손을 잡고 나오는 녹화 영상, 성관계 중 여성의 웃음소리가 녹음된 파일이 증거로 나왔는데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2심에서는 유죄 실형 선고가 되었던 사례가 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피해 진술이 일관성 있고 구체적"이고 "범행 현장을 침착하게 벗어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고, 갑자기 성폭행을 당해 황당하고 어이없어 웃었다"는 여성의 말을 받아들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던 것이라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성인지 감수성’이 피해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맥락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을 넘어서서 형사법 대원칙이 훼손되고 검사의 ‘유죄 입증책임’을 사실상 피고인의 ‘무죄의 입증책임’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는 것입니다.

◇ 김우성: 이런 판결 기조에 관해서 법원 내부에서도 비판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글이 화제가 되었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최근 장창국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렸는데, 그 내용은 ‘대법원이 성폭력 사건에서 하급심의 무죄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유죄 취지로 판결을 파기하는 사례가 많다. 성폭력 담당 1, 2심 재판부는 아우성이다. 무죄판결 해봤자 대법원에서 자꾸 파기된다는 자조가 난무한다’는 공개 비판글이었습니다. 장 부장판사는 "피고인과 증인 등 당사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호소를 직접 접한 하급심 판사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상고 이유에 해당하는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지켜졌는지만 심리해야 하급심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비판을 하였습니다. 이 글에는 다른 판사들이 "상급심에서 하급심 판사에게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등의 공감 취지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상급법원을 비판하는 글을 코트넷에 게시하는 것은 법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분명 공감이 가고 경청할 부분이 있습니다. 대법원 재판은 원칙적으로 법률심이라서 법리오해만 검토해야 하는데, 자꾸 ‘논리칙, 경험칙 위반’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사실관계 판단에 개입해서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파기 근거로 삼는 ‘경험칙, 논리칙’이라는 것이 명문의 법규정이 아니라서 왜 그렇게 파기하는지도 사실 명확하지 않고 법률심에서 사실관계 판단을 하는 것이랑 다를 게 없어서 문제입니다. 또, 대법원은 서류재판만 하면서 직접 피고인과 피해자를 접하면서 심리를 진행한 하급심 재판부의 판단을 쉽게 뒤집는 것은, 대법원 스스로가 천명한 ‘공판 중심주의’의 의미를 스스로 감쇄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 김우성: 대법원의 태도는 하급심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텐데, 그래서 성범죄 사건이 다른 일반 형사사건과 굉장히 다른 특성을 보인다면서요?

◆ 구자룡: 네, 맞습니다. 보통의 경우 형사 피고인은 국민참여재판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법을 모르는 배심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성범죄 사건은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해서 그렇게 진행되는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일반범죄와는 달리 유독 성범죄 사건은 국민참여 재판의 무죄율이 높습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성범죄 사건에 대한 법원 무죄율이 평균 2.4%, 국민참여재판 무죄율은 18%입니다. 거의 8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이것은 정말 엄청난 차이입니다.‘성인지 감수성에 판단이 제약당한 재판부보다 차라리 배심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낫다’라는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독 성범죄 사건의 사실인정에 관해서 법원과 국민의 판단에 괴리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입니다.

◇ 김우성: 진술만으로 유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올 수밖에 없겠죠?

◆ 구자룡: 네, 맞습니다. 대표적으로 무고의 가능성에 관한 우려입니다. ‘피고인이 성범죄를 저질렀을 수 있다’는 의심이 가능하다면 반대로 피해자도 ‘무고죄를 저질렀을 수 있다’는 의심도 가능할 수 있는데, 사실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이런 가능성을 주장하기 어렵고, 헌법상 권리인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2차 가해라고 매도해서 위축시키는 일이 반복됩니다. 또, 문제되는 것은 우리나라 무고죄는 처벌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탤런트 이진욱 씨는 강간혐의로 고소를 당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고소인이 무고죄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성범죄로 남자가 처벌을 받았다면 3년 정도 실형을 각오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무고죄를 저지른 고소인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만 받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누구 말이 맞는지의 싸움이 된 것도 문제이고, 그런 상황에서 양측에서 각오해야 하는 위험부담의 균형이 너무 맞지 않는다는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 김우성: 새로운 법리의 등장이 판결과 사회를 바꾼 것은 분명한데, 이에 관한 현재의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구자룡: 먼저, 법리 문제와 심리학적 문제와 감성의 문제가 뒤엉켜 있다는 것은 반드시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판결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법리적으로 ’맞다, 틀리다’를 논하는 것은 적극 환영할 일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넘어서서 ‘착한 판결’, ‘나쁜 판결’, ‘여성혐오 판결’이라는 감성이나 젠더 이슈의 영역으로 치환해서 공격하거나 선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법조인들 사이에서 ‘유독 성범죄 사건이 다른 형사사건과 형사법 대원칙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분명 유력하게 존재합니다. 양창수 대법관이 ‘법이 급격하게 변경된다고 해도 이와 모순되는 기존 법이 모두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홀로 적용되지 않는 외톨이가 되거나 다른 법과 함께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조화롭게 해석될 뿐이다’라고 쓰신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사회에 적응하며 변화합니다. 판례가 변경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과거 법리의 반성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도입되었다면 분명 지금의 현실에 대한 고려를 하여 수정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성인지 감수성’ 법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의미를 잃고 아예 규범력을 상실하게 될지 모릅니다. 따라서 법원칙들 사이의 ‘조화’를 위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설령 ‘성인지 감수성’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견해더라도 충분히 경청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런 법리적 논의마저도 젠더 갈등인 것처럼 몰아 붙여서 입을 다물게 한다면 이것은 법리나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고 여기서 발생한 형사법 대원칙의 균열은 사회 모두의 손실이 될 것입니다.

◇ 김우성: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구자룡: 고맙습니다.

박준범 PD[pyh@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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