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빈소 못 떠나는 아버지들 "사인 명백히 밝혀야"

현장·빈소 못 떠나는 아버지들 "사인 명백히 밝혀야"

2021.05.11. 오전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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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주검으로 돌아온 22살 대학생 손정민 씨,

그리고 평택항에서 작업을 하다 떨어진 철판에 목숨을 잃은 23살 노동자 이선호 씨,

아들을 잃은 아버지들은 소중한 아들이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이유를 밝히겠다며 오늘도 사건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기완, 박희재 기자가 차례로 만났습니다.

[기자]
서울 반포한강공원, 아버지는 오늘도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아들이 이곳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벌써 열흘이 넘었지만, 아버지는 아직도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이유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손현 / 故 손정민 씨 아버지 : 정민이가 왜 물에 들어갔는지 알 수만 있다면 그게 사실이 어떻든지 간에, 어떤 사실이 나와도 우리 정민이가 돌아올 수 없는 사실은 변하지 않거든요. 그걸 해결하려는 게 다지….]

의문점은 여전히 산더미인데,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아들의 친구 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라 답답하기만 합니다.

[손현 / 故 손정민 씨 아버지 : 우리는 살아있는 정민이를 찾고 있었는데, 그들은 이미 없는 정민이를 가지고 대책을 세워서 변호사까지 선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할 수밖에 없거든요. 순수하게 친구가 정민이를 찾고 있었다면 그날 협조하면 끝인데….]

정민 씨가 실종된 뒤 아들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던 손현 씨, 아들이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도, 장례식을 치를 때도 침착하게 가족들을 격려하며 버틴 아버지이지만, 이젠 민감한 기사 한 줄에도 견딜 수 없이 괴로울 만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손현 / 故 손정민 씨 아버지 : 저는 가슴이 미어지고 미칠 것 같아서 오늘 심장이 뛴 이유는 그것 때문이거든요. 이렇게 많이 불안하고 의심스러운데 이럴 수가 있나, 이럴 수가 있는지 저는 너무 답답해요.]

아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 위해 아껴뒀던 25년 근속휴가는 아들의 장례를 치르는 데 모두 써버렸습니다.

다음 주면 회사로 돌아가 다시 일을 해야 하지만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아버지는 몇 번이고 사건 현장을 찾을 결심입니다.

"진실을 밝히고 명명백백하게 될 때까지 할 수밖에 없죠."

YTN 박기완[parkkw0616@ytn.co.kr]입니다.

[기자]
군대 전역 후, 생활비를 벌겠다며 평택항에서 동물 검역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아들.

일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에 무거운 철판 아래에 깔려 숨지고 말았습니다.

"선호야!"

사고 당일은 컨테이너 아래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이재훈 / 故 이선호 씨 아버지 : 처음에는요. 죽었다는 생각 절대 안 했습니다. 이거 뭐고? 죽은 기가? 그때 제가 정신을 놨습니다. 미쳤습니다. 그땐.]

힘겨운 마음을 추슬러 빈소를 마련했지만 장례는 치르지 못했습니다.

현장에서 아들에게 작업 지시를 해왔던 지게차 기사로부터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아섭니다.

[이재훈 / 故 이선호 씨 아버지 : 지게차 기사는 아직 안 나타납니다. 나는 그런 작업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 발뺌하고 있는 거죠. 빈소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 제 아이가,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에게 못 받아서 아직 눈을 못 감았어요.]

CCTV로 본 사고 발생 현장에는 안전관리자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원청 업체 측은 숨진 아들이 사고 당시 안전모를 쓰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에 아버지의 억장은 더욱 무너졌습니다.

[이재훈 / 故 이선호 씨 아버지 : 안전모 안 쓰는 사람 들여 보내놓고, 사고 났다, 안 썼다, 말이 안 되잖습니까. 회사에서 할 이야긴 아니라고 봅니다.]

고 김용균 씨 사고 이후에도 노동 현장에서 죽음이 끊이지 않는 현실.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났을 때 사업주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까지는 아직 반년 넘게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울부짖습니다.

명확하게 책임을 밝혀달라고, 그리고 아들 같은 죽음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이재훈 / 故 이선호 씨 아버지 : 어떻게 이게 해수부 평택지청의 이야기겠습니까. 대한민국 공무원들 다 그렇다는 겁니다. 반성하셔야 합니다. 정부에 말하고 싶은 건 그 겁니다.]

YTN 박희재[parkhj022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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