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사망 여아 친모가 조선족? 차별적 조선족 논란들

구미 사망 여아 친모가 조선족? 차별적 조선족 논란들

2021.04.12. 오전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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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사망 여아 친모가 조선족? 차별적 조선족 논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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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4월 10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해볼까요?

◆ 김언경> 저는 오늘 조선족이라는 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뉴스죠, 구미 여아 사망사건인데요. DNA상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외할머니가 조선족이라는 식의 언급이 돌아서 경찰이 사실이 아니라는 브리핑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또, 최근 역사왜곡 논란 끝에 조기종영된 SBS의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작가가 조선족이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조선족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면서 논란이 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이 논란을 좀 정리해보고 싶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 김양원> 하나하나 짚어볼게요. 먼저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입니다. 친모로 밝혀진 외할머니가 조선족이다?

◆ 김언경> 사실이 아니고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부적절합니다.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보도를 보면서 미디어가 사생활 캐기나 흥미 위주로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었는데요. 검색을 할 때마다 자동완성이라고 하는 기능에서 자꾸 구미여아 조선족 이렇게 뜨는 거에요. 그 키워드를 치고 들어가도 그 근거가 없어요. 한마디로 구미 여아의 친모나 가족일가가 조선족이라는 근거는 그 어떤 기사도 없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키워드가 자꾸 자동완성이 되고, 또 블로그 글 등에서 이런 태그가 걸리나 살펴봤는데요. 그 과정에서 파이낸설뉴스가 구미여아 관련 사건에서 불필요하게 해시태그로 #구미3세여아조선족을 넣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블로그 글에도 이런 해시태그가 걸려 있더라고요. 저는 본 기사 내에 조선족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없으면서 이런 태그를 계속 넣었다는 것만으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특히, 공식 언론매체라면 더 문제고요.

◇ 김양원> 근거도 없는데 조선족이라는 해시태그를 넣어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 그야말로 악의적인 것인데, 경찰은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게 있습니까?

◆ 김언경> 지난 3월 25일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가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친모가 조선족이라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구미에 살아온 평범한 시민이며, 부부 모두 초혼에 두 사람이 다 회사원이고, 오래전에 결혼해 함께 살아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더라고요.

만약 실제로 이분들이 중국동포라고 하더라도, 사건의 본질에 관심을 가져야죠. 이 사건의 본질은 '아동학대'고요, 또 다른 아이가 있다면 여죄를 캐는 것이 본질인데, 본질은 배제하고 차별하기 위한 요소로 부각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맞습니다. 어떤 범죄사건 등에서 관련자가 사회적 소수자일 때, 그 소수자성을 밝히고 부각하는 것 자체가 소수자 차별을 조장하는 행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냥 범죄 그 자체로 바라보고 그걸 보도해야지 왜 거기에 특정 소수자성을 연결시켜서 보도하는 행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 김양원> 자, 다음은 역사 왜곡 논란으로 폐지된 드라마죠, <조선구마사>. 이 이슈에서도 작가가 조선족이라는 논란이 있었군요?

◆ 김언경> <조선구마사>의 역사왜곡은 분명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은 방송사와 제작사, 피디 등이지 작가 한 명이 아닙니다. 그런데 작가의 문제, 그것도 그가 조선족이라는 것을 중점적으로 부각하는 행태는 매우 부적절합니다. 이번에도 '조선구마사' 측은 "박계옥 작가는 조선족이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 김양원> 이번에 끝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도 9만 명이 넘는 조선족이 투표권을 가진다는 것이 화제가 됐는데요. 왜 이 문제가 논란이 된 걸까요?

◆ 김언경>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중국동포뿐만 아니라 영주권이 있는 외국인에게는 지방선거 투표권이 있습니다. 2005년 8월에 지방선거에 한해서 ‘영주의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지난 19세 이상의 외국인’에게도 선거권을 주도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지방선거는 그 지역 ‘주민’으로서 권리이기 때문에 영주권을 획득하고 3년 이상 거주할 경우 투표권을 부여한 것입니다. 지방선거에 한해서고요,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투표는 불가하며 총선과 대선 및 지방선거의 피선거권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 과정에서 조선족이 투표권이 있다는 것만 문제 삼는 식의 댓글이 많았습니다.
제가 언론에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요. 선거과정에서의 논란으로만 처리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오해를 갖게 하는 부분이 생기면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알려주고, 차별과 혐오감이 형성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이를 정정해줘야 하는데 이런 보도행태가 별로 없었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그렇네요. 우리 미디어가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을 인용해서 보도하는 경향들을 쭉 짚어주셨는데, 그럼 ‘조선족’이란 표현도 그 자체에 '비하'나 '차별'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김언경> 조선족은 혈통적으로 보면 우리와 같은 민족입니다. 우리 동포라는 뜻입니다. 간도나 만주 등에서 살았던 우리 동포들을 중국에서는 소수민족인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우리에게 논란이 되고 있는 조선족이라는 말은 그 말 자체가 애초부터 차별 용어나 비하 용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미디어에서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가 너무 많아지면서, 조선족이라는 말은 실제 차별 용어, 비하 용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한국 내에 살고 계시는 많은 당사자 분들은 조선족이 아니라 중국 동포라는 표현으로 부르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조선족이라고 했을 때 느껴지는 낮잡아보는 느낌이 아니라 우리가 재미동포, 재일동포를 부르듯이 중국동포라고 말하고 그렇게 대해야한다는 의미이죠.

◇ 김양원> 당사자들의 요구도 그렇고, 조선족 대신 중국동포라고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같은 게 있나요?

◆ 김언경> 2010년 국립국어원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 표현 중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말을 정리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 책자를 펴냈는데요. 여기에 '조선족'이란 말은 중국에 있는 여러 소수 민족 가운데 우리 민족을 다른 민족과 구분할 때 쓰는 말이라고 설명했고요. 이 때문에 우리는 '중국동포'나 '재중동포'가 더 바람직한 표현이라고 순화어를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에서도 2018년 3월 27일 행정용어 순화어 고시에서 조선족이 아니라 중국 동포라고 부르기를 고시했습니다.

◇ 김양원> 서울시 행정순화어라는 건 서울시에서 사용하는 모든 공문서 책자 등에서 사용하는 언어인거죠?

◆ 김언경> 그렇습니다. 국어기본법 및 서울특별시 국어사용조례(제12조)의 규정에 따르고요, 서울시장이 고시합니다. 당연히 모든 서울시 공문서에 적용되고요.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문서나 공식적으로 작성하거나 제작한 문구, 명칭, 표시판, 서류(공문·공보), 책자, 음향 자료, 영상 자료, 홈페이지 및 인터넷 정보 등을 말합니다. 또한 이는 서울시 전 소속 산하기관의 홍보물 및 안내판 등에서도 적용되어 사용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 김양원> 국립국어원이나 서울시 규정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서는 여전히 조선족이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되거든요. 왜 그럴까요?

◆ 김언경> 실제로 많은 언론들이 조선족이라고 쓰는 것이 왜 ‘멸칭’이 되는지 동의하지 않고 있고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언어니까, 그냥 그대로 써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국동포 몇 분께 여쭤봤는데요. 실제로 중국동포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중국에서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그 표현이 멸칭이 아니었기에 한국에서도 괜찮다고 하시는 분도 실제로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한국 내에서 조선족이라는 말은 부정적 '멸칭'으로 쓰는 게 안타깝다는 의견입니다.

◇ 김양원> 이제 이런 사슬의 고리를 쫌 끊어야하지 않습니까?

◆ 김언경> 맞습니다. 최근 몇 년 새 가리봉동, 대림동, 안산 원곡동 등에서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중국동포 밀집 거주지역을 배경으로 한 느와르작품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족은 야만적이고 잔인한 범죄자, 청부살인업자, 인신매매 조직폭력배 등으로 묘사되어 혐오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렇다보니 ‘조선족’ 하면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었죠.
영화 ‘청년경찰’ 사례가 대표적인데요, 중국동포들이 ‘청년경찰’ 영화상영을 금지하라며,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작사를 상대로 1억원 손배해상 청구소송을 했고요. 작년 4월 법원은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 측에게 “조선족 동포에 대한 부정적 묘사로 인하여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꼈을 원고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앞으로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서 관객들에게 특정 집단에 편견이나 반감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혐오표현은 없는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할 것을 약속”하라고 권고했고요. 원고에게는 위자료 청구를 포기할 것을 권고했는데요. 원고와 피고가 이러한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수용했습니다.
이 결정은 영화 제작사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외국인 집단에 대한 부정적 묘사를 하였다면 이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사법부의 최초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이렇게 누군가를 일반화하여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미디어 행태 제발 중단되기를 바랍니다.

◇ 김양원> 그동안 미디어와 언론에서 중국동포를 비롯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 혐오적 묘사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해오는 관행이 많았죠. 작년인가요,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도 코로나 발병과 조선족 거주지역을 연결한 혐오보도를 저희가 이 시간을 통해 짚어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 김언경> 그래서 이것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미디어가 낳은 편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7년 BBC코리아의 보도에 나오는 중국 동포들 인터뷰를 보면, ‘우리 2세들은 어떤 대우를 받을까’, ‘다른 동포는 재미교포나 재일교포로 부르는데 유독 중국 동포만 조선족이라고 부르는가’ ‘특별한 걸 원하는 게 아니라 똑같은 인간 대접을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토로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제 이런 부당한 인권침해 논란은 중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양원> 네, 오늘 미디어비평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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