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교수 "백신 뒷북? 정부나 야당이나 할 말 없다"

이재갑 교수 "백신 뒷북? 정부나 야당이나 할 말 없다"

2020.12.18. 오후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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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교수 "백신 뒷북? 정부나 야당이나 할 말 없다"
사진 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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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국내 코로나19 백신 구매가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 "정부나 야당이나 특별히 할 말이 없을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 교수는 '한국이 백신 후진국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 야당을 향해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질타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자체가 전 세계가 처음 겪는 상황이다. 백신 정보를 제대로 가진 국가가 많이 없었고 어떤 백신이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일이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처럼 연구가 발달되고 적극 행정을 할 수 있는 국가들은 연구단계에서부터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면서 시작했다. 국내 백신 회사들도 노력하겠지만 기술력 문제로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예산을 만드는 부분에서 미국이나 EU를 따라갈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런 한계점이 있음에도 결과론적으로 '우리는 왜 백신을 못 맞냐'고 얘기하는 것은 그 이전에 우리가 준비를 안 한 모습들을 생각 안 하고 정부나 전문가들을 궁지로 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야당을 향해 백신을 선구매할 수 있도록 한 법이나 예산을 만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야당이) 추경을 잡을 때 만약 백신 구매에 대해 강하게 얘기하고, 추경에서 백신을 선구매할 수 있는 예산을 1조 정도 만들어줬으면 집행하는 사람은 협상력에 우위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또 "백신 개발과 관련된 예산은 추경에 잡혔지만, 백신 선구매와 관련된 예산은 잡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백신을 선구매할 수 있는 법과 예산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이 선구매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회에서 입법 미비를 확인하고 고쳐줬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과거 신종플루 유행 당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신종플루 유행 당시 우리나라 회사에서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졌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하자마자 백신 개발을 했고 당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인구 절반 정도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런데 갑자기 유행이 감소하면서 백신이 몇백만 개 이상 남았고, 그때 백신이 남은 걸 가지고 다음 해 국정감사에서 '왜 수요 예측을 잘못해서 백신을 버리게 하느냐'라고 했다"며 "그런 상황이 있었으니 이번에 만약 선구매하고 백신이 남아돌거나 실패한 경우 감당을 다 공무원들이 해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언론에도 백신과 관련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기사를 자제하고,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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