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버려지는 아기 120명..."베이비박스보다 익명출산제 필요"

한해 버려지는 아기 120명..."베이비박스보다 익명출산제 필요"

2020.11.15. 오전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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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 부근 1,802번째 아기 숨진 채 발견
"베이비박스가 아이의 생명 구할 수 있어"
20대 국회 때 ’비밀출산제’ 도입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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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육을 포기한 영아를 임시로 보호하는 간이 시설인 베이비 박스.

지난 3일 한 교회의 베이비 박스 부근에서 갓난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자 이 시설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졌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익명출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다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버려진 아기를 임시로 보호하는 시설, 이른바 베이비박스를 다룬 영화입니다.

"제 아들을 부탁드립니다. 찾지 말아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상자에 누인 아기는 대부분 보육시설로 가거나 입양됩니다.

지난 2009년 만들어진 베이비박스입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곳에 맡겨진 아기만 1,800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지난 3일 1,802번째 아기가 박스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베이비박스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졌습니다.

아이를 버리려는 마음 먹기를 쉽게 만든다는 겁니다.

한 시민단체는 영아 유기 사례가 지난해 소폭 줄기는 했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그 배경에 베이비박스가 있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김도경 /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 (유기 사례가) 대부분 베이비박스로 몰려있는…. 베이비박스가 생기고 난 이후에는 천안에서, 광주에서 지방에서도 차를 타고 와서 아이를 놓고 가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단순히 베이비박스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시행된 입양특례법으로 출생신고가 의무화되면서 신분 노출을 두려워한 미혼 부모들이 양육을 포기하게 됐다는 겁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부모에게는 베이비 박스가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오창화 /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 : 베이비박스에 엄마들이 아이를 갖다 놓은 것은요. 그 아이들의 친권을 포기했을지 몰라도 그 아이들의 생명권을 지켜주신 엄마예요. 절대 유기가 아닙니다.]

아기가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 가운데 하나로 '익명 출산제도'가 꼽힙니다.

독일의 경우, 자녀의 출생기록부에 친모의 가명도 등록할 수 있게 했는데, 아이가 16살이 될 때까지 신원은 철저히 보장됩니다.

이후 아이가 원하면 절차를 밟아 생모의 정보를 알려줍니다.

[권오용 / 前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 : (프랑스의 경우) 생모는 자신의 신상에 관한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고 아이만 남겨둔 채 병원을 떠날 수 있도록 출생 시부터 친생모와 그 자녀의 친자관계가 단절되도록….]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이와 비슷한 법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버려지는 아기는 매년 120여 명, 어린 생명의 안타까운 죽음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YTN 김다연[kimdy081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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