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담사가 통화중입니다"...연결되지 않는 자살예방상담전화

"모든 상담사가 통화중입니다"...연결되지 않는 자살예방상담전화

2020.10.05. 오전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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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죽음과 삶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기 위해 만들어진 자살예방상담전화.

하지만 정작 가장 많은 전화가 몰리는 시간대에는 상담원이 부족해서 열 명 가운데 7명이 연결조차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준명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늦은 저녁, 친구로부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받은 김 모 씨.

전화도 받지 않는 친구가 걱정돼 어찌할 바를 모르다 자살예방상담전화가 떠올라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1393도, 129도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녹취 : 죄송합니다. 모든 상담사가 통화 중입니다.]

[김 모 씨 : 연결이 안 되는데 미칠 것 같은 거예요. 이 사이에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어떻게 하지. 시간은 가는데 마음은 타들어 가고.]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위치 추적에 나선 경찰에게 친구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듣고서야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에 가장 많은 전화가 걸려 오는 시간대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하루 평균 7,096건에 이릅니다.

경찰에 접수되는 자살 신고도 가장 많은 시간대입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낮 시간대 평균 상담 건수 4,343건에 비해 63%나 많습니다.

하지만 밤 시간대 평균 응대율은 고작 27.5%.

10명 가운데 7명은 상담받고 싶어 전화해도 연결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같은 시간대 129 보건복지상담센터의 응대율도 34%로 비슷합니다.

응대율이 낮은 건 상담원 수가 부족한 탓이 큽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와 129 보건복지상담센터 상담사 정원은 171명인데, 현재 161명으로 정원마저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담사 1명이 하루 평균 42건을 응대하다 보니 평균 상담 시간도 6~7분에 그칩니다.

[이나미 /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상담사들이 시간이 갈수록 지칠 거예요. 상담분야에서도 자살 또는 죽음과 관련된 상담은 사실은 고도로 숙련된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인데, 그것도 대면이 아니라 전화로 하기 때문에 굉장히 피로도가 높을 거예요.]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상담센터가 3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취약 시간대에만 인력을 투입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력 확충은 예산 부족 등으로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김성주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삶과 죽음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더 많은 상담원을 늘릴 수 있도록 처우 개선과 예산 지원 등이 필요합니다.]

하루 평균 경찰에 접수되는 자살 신고는 6만 2천여 건에 달하고, 38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겐 "모든 상담사가 통화 중"이라는 말이 삶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YTN 신준명[shinjm7529@ytn.co.kr]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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