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서 다 놔버리고 싶을 정도"...역학조사반의 눈물

"힘들어서 다 놔버리고 싶을 정도"...역학조사반의 눈물

2020.09.10. 오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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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영수 앵커, 강려원 앵커
■ 출연 : 김다연 사회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역학조사반의 하루를 취재한 김다연 기자와 함께 취재 뒷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다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하루 종일 취재하느라고 고생이 많았는데 보니까 역학조사반에 있는 분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요.

[기자]
정말 고생 많이 하셨고 저는 하루밖에 따라다니지 않았는데 그날 너무 지쳤거든요. 일단 이분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설명을 해 드릴게요.

우선 심층조사를 하는 역학조사관 한 분이랑 그리고 보건소 직원이 한 팀이 돼서 일을 합니다. 확진자가 발생을 하면 전화로 1차 구두조사를 하는데요.

증상이 언제부터 나타났고 모임이나 학교, 직장 등 사람 많은 데를 다녀온 적이 있는지 이런 기본적인 걸 질문합니다.

휴대전화랑 신용카드 정보로 위치기록을 확보해서 동선을 추가 파악하고 심층 인터뷰를 하는데요. 특히 감기 기운이랑 코로나19 특이증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좀 더 꼼꼼히 질문합니다.

또 확진자 당사자도 기억에 의존해서 진술하다 보니까 꼭 거짓말을 했다기보다 1차 때 정확하게 말하지 못한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다시 기록을 토대로 물어보는 차원인데. 예를 들어서 위치기록 보니까 어디 병원 가신 것 같은데 맞아요라고 물어봤을 때 맞다 이러면 누구랑 갔느냐.

그리고 병원 나와서 약국도 갔냐, 이렇게 꼬리질문을 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위치나 동선이 추려지면 CCTV 조사팀에 둘러봐야 할 장소를 전달을 합니다.

그러면 현장조사팀이 CCTV를 확보하러 나가고요. 확진자와 주변인의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CCTV를 통해서 확인하는데 접촉자를 가려내고 또 시설을 소독해야 할지, 폐쇄를 해야 할지도 전달합니다.

CCTV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업주랑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보기도 하고 부근 도로나 건물 CCTV까지 확인해야 하는데요.

이렇게 마치 전담팀처럼 확진자 1명이 생기면 20명 가까이가 자료, 정리, 조사, 현장조사, 업무를 분담해서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고요.

보통 한 사람에 대한 동선조사는 이틀 정도 걸리는데 동선이 정리가 되면 접촉자 유무에 따라서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공개를 하는 형식입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확진자 1명을 가지고도 이렇게 오래 걸리고 많은 일들이 있는데. 확진자가 폭증했던 8월 같은 경우는 업무량이 훨씬 더 많이 늘었을 것 같거든요. 어떻습니까?

[기자]
물론 자치구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제가 갔던 하남시 보건소는 리포트에서 말씀드렸듯이 수치상으로는 3배 넘게 늘었거든요, 업무량이. 보통 역학조사관 1명이 하루에 확진자 1명의 동선을 파악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데 사실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되고 제가 갔을 때만 해도 3명의 동선을 확인했어야 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중순 이후 집회랑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폭증했을 당시 많을 때는 하루에 5건씩 소화했을 정도인데요.

5건이 어느 정도냐면 보통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1명의 동선에 4~5건의 장소가 있다고 보거든요.

그럼 5명이면 20건이니까 그 20건에 대한 CCTV를 다 확인을 하고 그 CCTV 속 접촉자를 파악하고 접촉자에게 다 전화를 돌려서 확진자의 진술과 일치하는지를 확인을 해야 되기 때문에 체감하는 업무량은 더 불어나는 겁니다.

보건소 직원도 직접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박지현 / 하남시 보건소]
도심 집회 관련해서 8월 중순부터 지금까지가 가장 바빴어요. 지난 6개월 합친 것보다 한 5배는 될 정도로 그 짧은 순간이 더 바빴어요. 그때 저희 직원들 많이 힘들어서 울기도 했고요. 그때는 진짜 다 손을 놓고 싶을 만큼 힘들었어요.

[기자]
서울 상황은 더 심각한데요. 서울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성북구 상황을 한번 보면요. 사랑제일교회 관련 첫 확진자가 나오고 하루 평균 업무량이 4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리고 심층 현장조사팀이 원래는 3개 팀이었는데 20개 팀으로 늘었고 그러다 보니 보건소 직원들 70명이 추가로 투입되기도 했고요.

CCTV 확인도 현장조사를 하루에 1팀이 한두 곳 정도 갔다면 이제는 대여섯 곳을 방문해야 하는 그런 식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로로 병원에 가는 직원도 생겼고 또 보건소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그만두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업무가 늘어난 데다가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가 특히 많아져서 역학조사가 사실상 한계에 다다랐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
역학조사는 일단 동선파악이 가장 중요한데요. 동선파악을 어렵게 하는 감염자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기자]
제가 아까 말씀드렸듯이 처음에는 전화로 1차 구두조사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통화가 돼야 되는데 통화가 안 되는 경우, 연락두절형이 가장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남시 보건소를 예로 들면 도심집회 참석자로 분류돼서 자가격리가 필요한 사람이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기를 다 꺼놓고 집에 찾아가도 문을 안 열어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들한테 대신 연락을 해서 설득을 한 다음에 겨우 격리시키고 검사를 받게 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렇게 안심을 시키거나 경고, 회유 등 갖가지 방법으로 협조를 구하는 식이거든요.

[앵커]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면 좋을 텐데.

[기자]
그러면 참 좋을 텐데. 제가 현장에서 확진자와 통화를 막 마친 조사관과 이야기를 나눠봤었거든요.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최준수 / 경기도 역학조사관]
일단은 저는 최대한 제가 굽히고 들어가요. 왜냐면 진술 안 해주면 그만큼 역학조사가 늦춰지고, 늦춰지면 그때 특정되지 못한 감염 위험이 있는 접촉자들이 또 다른 접촉자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어르고 달래서 말씀을 드리긴 하는데요, 이게 아예 안 통하는 분들이 좀 많았죠.

[기자]
어쨌든 추가 감염은 막아야 하니까 감내를 하는 부분인데 또 다른 사례를 한번 보면요. 가장 길게는 6일 동안 행적을 추적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확진자의 직업은 배달기사였는데 배달을 나간 단지가 수백 개였기 때문에 배달앱 결제 내용을 역추적하기 위해서 질본에 공문을 보내고 결제 자료를 회신받는 데도 시간이 걸렸고요.

더 심각한 건 해당 확진자가 마스크를 안 끼고 다녀서 접촉자 파악이 더 복잡해졌다는 겁니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배달을 하다 보니까 꼭 주문을 한 사람뿐만 아니라 같은 시간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도 따로 파악을 해야 돼서 한 일주일 가까이 고생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리고 지금 역학조사관이 있고 보건소 직원들이 함께 역학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거죠? 보건소 직원들 이렇게 한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그러면 지금 중간에 보건소 직원들은 투입되는 건데 평소에 해 오던 일이 아니어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거든요.

[기자]
본 업무가 아닌 것도 어렵고 게다가 업무량도 많이 늘어났으니까 어려운데 거기다가 민원처리를 하면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합니다.

어떻게 이게 수치화, 몇 배가 더 힘들어졌다 하는 게 어려울 정도인데요.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동선 조사를 하는 와중에 계속 전화 응대를 해야 됩니다.

물론 선별진료소가 어디에요? 이런 간단한 민원은 콜센터에서 다 응대를 하지만 동선 공개, 자가격리 관련 심층 혹은 악성민원은 다 사무실로 돌아오거든요.

예를 들어서 내가 자가격리자인데 엄마가 아파서 나가야 한다. 아니면 내가 자가격리를 왜 해야 하느냐. 갑자기 전화를 해서 고함을 치는 경우도 있고. 아무래도 역학조사팀이다 보니까 제일 많이 들어오는 건 확진자 발생했다고 알림은 받았다.

그런데 왜 동선 안 올려주냐. 이렇게 재촉하는 그런 민원이 가장...

[앵커]
모든 민원을 다 받는 거군요.

[기자]
그래서 보건소 공무원들 다 노느냐. 세금 축내는 거느냐 이런 비하성 발언을 할 뿐만 아니라.

[앵커]
역학조사하기도 지금 얼마나 바쁜데.

[기자]
그런데 들어줘야 되니까 욕설하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동선이 공개가 안 된다는 건 사실 이미 접촉자 파악이 다 돼서 개별적으로 연락이 갔고 추가 감염 우려가 적다는 거고요.

반대로 동선을 공개한다는 건 놓친 접촉자 혹은 놓친 자가격리 대상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 동선공개에 대한 고민이 참 많아 보였는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리향 / 하남시 보건소]
그런 댓글을 안 보려고 해도 보면 굉장히 힘이 힘이 빠져요. 동선 공개 안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매뉴얼에 의해서 (접촉자나 자가격리자를) 특정하지 못할 때 공개하는 건데…. 만약 내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라고 하면 동선 공개되는 게 과연 좋을 것인가 그런 점도 조금 배려해주셨으면 좋겠고….

[기자]
사실 확진자가 다녀간 모든 동선을 공개하라는 건 매뉴얼에 없는 내용입니다. 이런 민원 외에도 다른 고충이 있는데 제가 동행취재를 한 날은 대부분 상황이 협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조사팀이 CCTV 확보하러 갔을 때 혹시 상호가 공개돼서 생업에 지장이 생길까 봐 안 보여주는 경우, 개인정보를 운운하면서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그럴 때는 경찰이 출동을 해서 같이 상황을 풀어나가는 그런 식으로 진행된 경우도 많았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고 이제 8개월쯤 되다 보니까 이분들의 노고나 고충이 알려지면서 이런 사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는 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최대한의 가장 빠른 방법은 역학조사를 빨리 해서요. 더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겁니다.

그 역할을 하는 분들이 바로 역학조사반들인데요. 역학조사반원들에 대한 응원 좀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김다연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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