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초등생 이송 요구하자...구청의 '기막힌 답변'

확진 초등생 이송 요구하자...구청의 '기막힌 답변'

2020.09.04. 오후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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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군, 함께 사는 80대 조부모와 그대로 자택 격리
A 군 아버지, 해외출장으로 ’2주 자가격리’ 상태
구청·보건소 "병상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 해명
구청 "자택 격리 수칙 안내했다"…사실상 지키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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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초등학생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집에 그대로 격리된 사실이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최근 확진 환자가 크게 늘면서 병상이 부족해져 생긴 일입니다.

김지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백사마을.

이곳에 사는 12살 A 군은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39도가 넘는 고열, 근육통 등 증상이 나와 30일에 검사를 받았고, 이튿날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은 겁니다.

하지만 병상이 부족해 A 군은 하루 동안 집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문제는 A 군과 같이 사는 80대 할아버지, 할머니도 별다른 조치 없이 줄곧 집에 함께 있었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홀로 A 군을 키우는 아버지는 최근 해외출장을 다녀와 자가격리된 상황.

보건소 측에 상황을 설명하며 빠른 이송을 요구했지만, 대답은 기가 막혔습니다.

[A 군 아버지 : (아이랑) 벌써 며칠을 같이 생활했기 때문에 (어르신들) 음성이 나왔더라도 양성일 가능성이 너무 커서 분리할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이거는 너무 말이 안 되잖아요.]

구청과 보건소 측은 최근 확진자 증가로 병상이 부족한 데다 구체적인 지침도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서울 노원구 관계자 : 서울 전역에 있는 병상을 시에서 한꺼번에 관리해서 나눠쓰다 보니까…보건소에서 (서울시에) 특수 사연 요청을 할 수는 있지만 저희가 (병상배정) 처리를 할 수는 없어요.]

대신 화장실을 같이 쓰지 말고, 밥도 따로 먹으라는 등 수칙을 안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좁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달동네에서 이 수칙을 지키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결국, 부족한 병상과 안이한 행정처리 탓에 80대 조부모는 또다시 감염위험에 노출됐습니다.

[김우주 /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집안에) 고령자나 만성질환자가 있다면 바이러스 전파로 치명적인 중증환자가 돼서 심각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죠.]

또 다른 감염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만큼 추가 병상 확보에 더해, 자택 격리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지침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YTN 김지환[kimjh070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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