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피해에 지뢰까지' 민통선 주민들의 호소..."마을 옮겨주세요"

'폭우 피해에 지뢰까지' 민통선 주민들의 호소..."마을 옮겨주세요"

2020.08.15. 오전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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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마을 곳곳에 철조망…북쪽 멧돼지 막기 위해 설치
"철조망 때문에 호우 피해 커…빗물 가로막아 물바다"
북한 선전용 ’전략촌’…북에서 잘 보이는 저지대에 조성
주민 "폭우에 지뢰까지 떠내려와…도저히 못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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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 집중호우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는 마을에 피해가 몰렸는데요.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살아온 터전을 옮겨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어떤 이유가 있는 건지, 김우준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는 강원도 철원군 마현1리 마을.

철책이 곳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지난해 아프리카 돼지 열병 유행 당시, 북쪽에서 내려오는 멧돼지를 막기 위해 정부가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은 이 철조망 때문에 호우 피해가 유달리 컸다고 주장합니다.

비와 함께 떠내려온 잔해가 철책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가림막 역할을 하는 바람에 철책 안쪽에 있던 하우스 농장들이 물바다로 변했다는 겁니다.

[황국선 / 강원도 철원군 마현1리 주민 : 여기는 원래 아무리 비가 와도 비에 잠기는 곳이 아닙니다. 이번에 비가 왔을 때는 철망이 물을 막았습니다.]

문제는 물을 머금고 있던 철조망이 물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졌다는 건데요.

많은 양의 물이 한꺼번에 범람하면서, 그 앞에 있는 논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역시 민통선 안에 있는 이길리 마을도 이번 폭우에 침수됐습니다.

마을 전체가 잠긴 게 벌써 세 번째입니다.

[안권모 / 강원도 철원군 이길리 주민 : 한 시 두 시경에 대피했거든요. 그리고서 봤더니 얼마 안 돼서 금방 마을이 잠기고, 근처에 있던 농경지니 하우스도 다 잠겼죠.]

이길리는 1979년 북한 선전용으로 지어진 이른바 '전략촌'.

북한 오성산에서도 잘 보이는 곳에 마을을 조성하느라 한탄강 강둑보다 5m 정도 낮은 곳에 만들어져 물난리에 취약합니다.

최근엔 지뢰까지 떠내려오자 주민 불안은 극에 달했습니다.

[전송금 / 강원도 철원군 이길리 주민 : 정부에서 컨테이너 하나라도 지어주면 나가지. 여기서 아주 살고 싶지 않아 나는 너무 진절머리가 나서, 이제 둑이 다 터져서 더 힘들어 이제….]

주민들은 마을을 옮겨달라는 요구가 수십 년 동안 무시당했다며 더는 못 견디겠다고 하소연합니다.

[최문순 / 강원도지사 : 여러 차례 대피하시다 보니까 재산상의 피해도 크고, 심리적이 공포감 같은 것도 매우 많은 것 같습니다. 군과 협의해서 이분들을 어디 이주시킬 수 있는지….]

민통선 안에 사는 주민은 천여 명.

강원도는 단체 이주와 같은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김우준[kimwj022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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