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한국의 모든 '리키'를 위하여...“올해 상반기 택배 노동자 9명 사망"

[뉴있저] 한국의 모든 '리키'를 위하여...“올해 상반기 택배 노동자 9명 사망"

2020.08.12. 오후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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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생충'과 함께 지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미안해요, 리키'.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영화로, 고단한 택배 노동자 리키의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리키는 하루 14시간, 강도 높은 노동에도 계속 빚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영화 내용 잠깐 보실까요.

한국 택배 노동자들의 삶도 다를 바 없죠.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업무상 숨진 택배 노동자는 9명으로 이 가운데 7명은 과로사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노동자들이나 산재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들까지 감안하면 현장에서는 더 많은 택배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올해 택배 노동자의 산재 증가율은 43%로, 지난 7년 동안 집계된 산재 증가율의 2배를 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주요 택배사가 모레인 오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했습니다.

국내에서 택배 산업이 시작된 지 28년 만에 처음으로 택배 노동자들이 휴가를 맞게 되는 건데요.

우리의 편리함 그 이면에는 택배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노동이 있었죠.

국회에서도 택배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이번에는 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요?

관련 소식을 이승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달, 경남 김해에서 택배 배달원 47살 서 모 씨가 심근 경색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별다른 지병도 없었는데, 최근 들어 택배 물량이 많아져 피로감을 호소해왔다고 동료들은 말했습니다.

그에 앞서 목포와 광주에서도 한 달 간격으로 택배 기사들이 과로사로 숨졌습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집계한 결과를 보면 이렇게 업무상 숨진 택배 노동자는 상반기에만 아홉 명.

이 가운데 무려 78%인 일곱 명이 과로사였습니다.

하지만 택배 노조는 산업재해로 승인받지 못한 사례까지 더하면 실제 숨진 사람은 12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죽음이 더 많다는 겁니다.

[김태완 /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 : 충격적인 사실은 노동부가 현재까지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사망사고에 대해 한 번도 통계를 공개하거나 공식적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택배 노동자는 사업주로부터 일을 받지만 근로 계약은 맺지 않는 일종의 프리랜서, 특수고용직입니다.

고용 안정을 담보 받지 못하고 아프다고 마음대로 쉴 수 있는 여건마저 안 된다는 겁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 마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택배 노동자가 고용·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달 안에 정부와 화물업계 등의 이견을 조정해 추가 입법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박홍근 / 더불어민주당 의원 : 하루 14시간에서 15시간 주 6일 근무하면서 목숨과 바꾸며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직 택배 노동자들을 보호해줄 만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택배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택배 주문이 더욱더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다시 한 번 제출된 이 법안이 21대에는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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