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n번방 사건은 반드시 재발한다"...이유는?

[뉴있저] "n번방 사건은 반드시 재발한다"...이유는?

2020.03.24. 오후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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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변상욱 앵커
■ 출연 : 박종석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그러면 N번방을 만든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리고 거기에참여하면서 함께 범죄를 저질러온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연결해서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정확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무튼 참담한 내용이었는데 도대체 의사로서는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박종석]
저는 굉장히 계획적이고 심각한 행위라고 봤습니다. 일반적인 인격을 가진 이들이라기보다는 이기적이고 교묘하게 타인을 조종한다는 점과 공감능력과 죄의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흔히들 말하는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로 불리우는 반사회적 인격 성향이 드러난 범죄라고 저는 보았습니다.

[앵커]
혹시 이용한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그냥 순간적인 감정에 우발적으로 그런 게 안 통한다는 것입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까?

[박종석]
네, 저는 이것을 굉장히 순간적인 실수라고 절대로 보지를 않고요. 굉장히 계획적으로 이 사람들이 분명히 통제할 수 있고 조절할 수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의 욕구를 의도적으로 이용해서 다른 사람에 심각한 위해를 끼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고 보면 또 가입하러 방에 찾아들어가고 뭔가를 대가를 지불하고 하는 여러 과정, 끝나고 도피하려고 하고 흔적을 지우려고 하는 것들을 보면 지금 말씀하신 게 이해가 하기는 합니다. 한 신문 칼럼에서 이 사건은 반드시 재발한다 이렇게 밝히셨던데 그러면 강력한 처벌만이 이런 사건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박종석]
조건화학습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흔히 알고 계시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 처럼 반복되는 자극과 반응, 이런 조건에 대한 이론인데요. 가해자들이 만약에 이런 일을 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이 주어진다는 결과가 학습이 된다면 본인들은 이걸 또 할 거라는 거죠. 자제하고 통제하는 이런 과정 없이 바로 욕구를 행동에 올리는 패턴의 강화가 생겨납니다.

반드시 처벌에 대한 공포심이 우리 몸의 뇌의 편도체와 해마에 각인이 되어야지만 이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오늘 신상공개가 결정된 조주빈. 그동안 생활 내용을 읽어보면 자원봉사도 했다. 나름대로 학보사에 근무했다 다, 이런저런 평가가 있는데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악랄하게 사람들을 괴롭혔다, 뭔가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까닭은 뭡니까?

[앵커]
저는 이것을 무의식적 본능과 공격성을 감추기 위해서 아마 이 사람이 가면자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타인과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형성한 것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사회적인, 그리고 혹은 자기 스스로의 양심적인 비난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서 만든 껍데기일 수 있는 거죠. 본인 스스로 저지른 이런 참혹한 범죄로부터 자기 초자의 비난, 수치심이나 이런 감정으로부터 회피하려는 겁니다. 그래, 사실 난 이렇게 좋은 사람이야라면서 내적으로 자신을 정당화시키고 합리화하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죄의식도 많이 느끼지 않았고 반성할 여지도 별로 없다고 보시는 거군요?

[박종석]
우리 인간의 뇌에서 죄의식을 느끼는 부위가 안와전두피질이라는 곳인데요. 이 부위가 사회성과 대인관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죄책감으로 인해서 이 안와전두피질이라는 곳이 자극되면 양심상 도저히 이런 행동이 안 된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이 안와전두피질 옆에 있는 옆에는 전전두엽이라는 부위가 그의 행동을 즉시 멈추라고 강하게 명령을 내립니다.

그런데 이들은 전혀 그 부위가 작동을 하지 않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앵커]
N번방에 가입한 회원들 중에 10대와 20대가 많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고 훈육하지 못했기 때문에 호기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가. 이용자들, 젊은 이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종석]
사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면 그 방에 처음 들어간 순간 호기심을 느낄 게 아니라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사람들에게 그러한 윤리의식이나 판단력을 가르쳐줄 환경이 부족했던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이거는 단순히 한 가해자들의 부모가 잘못한 게 아니라 남성에게 지나친 관대한 성문화나 왜곡된 성의식, 그리고 성범죄에 대해서 이때까지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너무 가볍게 처벌을 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모두 맞물려서 생긴 불행한 사건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한 가정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통렬히 반성해야 될 부분 같습니다.

[앵커]
가해자들의 의식상태에 대해서 여쭤봤는데 이제 피해자 쪽으로 얘기를 돌려봐야 될 것 같습니다. 흔히 큰 사건을 겪으면 트라우마가 생긴다고 얘기를 합니다마는 이렇게 흉폭한 범죄의 피해자로 계속 질질 끌려다녔다면 이것은 그냥 일반적인 사건에서 겪는 트라우마하고는 좀 다를까요?

[박종석]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됩니다. 사건이 자꾸 반복해서 떠오르고요. 그 피해자의 모든 인지적 신체적 균형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실제로 이 일을 계속 반복해서 경험한다는 착각이나 불안, 그 고통에 계속 빠지게 돼서 일상 전체가 마비되고 대인관계나 직업적 능력, 사회적 기능이 모두가 장애가 생기는 거죠. 사실 길에서 걷기만 해도 누가 자신을 보고 수군거리는 것 같고 내 지인들 중에 이 영상을 보지 않았을까. 그래서 쉴 때도 마음놓고 쉴 수도 없고 인터넷이나 SNS조차 못하고 위축되고 고립되는 이런 상황이 생깁니다.

불면증은 물론이고요. 우울증, 공황장애까지 올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자살 시도로까지 이어집니다. 치료에 있어서는 최소 1년에서 2년 정도의 상담이 필요하고 약물치료를 당연히 병행을 해야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고요. 이 어떤 트라우마에 대한 후유증은 10년에서 길게는 평생까지 반복될 수 있을 만큼 심각하다고 여겨집니다.

[앵커]
우리 사회도 오랫동안 관심을 계속 기울여야 되겠군요. 박종석 선생님,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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