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선 넘었다" 현직 의사가 올린 국민청원

"의협 회장 선 넘었다" 현직 의사가 올린 국민청원

2020.03.05. 오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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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회장 선 넘었다" 현직 의사가 올린 국민청원
사진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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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마산의료원 소속 의사라고 밝힌 인물이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들의 아집이 선을 넘었다고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렸다.

이 청원은 5일 '의사협회 집행부들의 아집이 선을 넘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자신이 현직 의사라고 소속과 직책, 실명을 밝히면서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범대위)가 의협 집행부의 방해를 받았다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

범대위는 대한감염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등 11개 학회가 참여해 보건 당국에 코로나19에 관한 대책 자문을 하는 전문가 기구였다. 그러나 야당과 의협이 범대위가 '비선 자문'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범대위는 참여 교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 해산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인 지난달 24일 최대집 의협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완전히 잘못 예상하고 있었다. 대통령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오판하게 자문한 비선 전문가들이 있다"라며 "지난 한 달간 정부 방역 실패의 인사를 제공한 인사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청원 글 작성자 A 씨는 "최대집 회장과 일부 집행부들의 아집이 선을 넘었다. (의협으로부터) 방호복이 없으면 '즉각 중단'하라는 공지를 받았을 때만 해도 회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 이해했다"라며 "하지만 힘을 모을 때에 멀쩡한 전문의들을 '빨갱이'로 몰아 전문성을 발휘할 국가 자문에서까지 배제하는 걸 보며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협의 현 집행부, 당신들의 지금 작태는 모든 의사 회원들의 품위를 심각히 손상하고 있으니 당장 모든 발언과 회무를 중단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의사로서의 본분에 충실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A 씨는 의협 회원들에게 적극적 회비 납부를 통한 투표권 행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의협 회원 중 연회비를 낸 의사들만이 회장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12만이 넘는 의사 회원 중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는 4만 2,721명뿐이며 그 중 고작 6,000여 표에 의해 의협 회장이 당선되는 실정"이라며 "그러니 몇몇 세력에게 의사 회원 전체가 휘둘리는 꼴"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통치를 받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라며 "이번 참에 우리의 전문성과 직업적 자긍심을 제대로 대변할 정상적인 집행부를 꾸리는 데 모두 나서주셨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A 씨는 "주제넘은 말인지 안다. 제 의도가 곡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일선에서는 환자도 의료진도 시민들도 힘 모아 이겨내자는 이때 의협이 딴지나 걸며 발목 잡는 행태에 부끄럽고 화가 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이렇게 올리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의사 회원들께 드리는 글이지만 의협 홈페이지 외에 닿을 방법을 몰라 부득이하게 여기에 올린다"라며 "의사협회는 법률상 공식 기구이고 그 영향력은 국민 전체에 미치니 (국민 청원 게시판과) 인과 관계가 없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해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5일 오후 5시 현재 1만 3천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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