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성인 일회용 마스크, 4시간 동안 한 장도 못 구해

[반나절] 성인 일회용 마스크, 4시간 동안 한 장도 못 구해

2020.02.27.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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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성인 일회용 마스크, 4시간 동안 한 장도 못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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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마트·약국 등 55곳 성인용 일회용 마스크 품절

편의점 직원 "아동용·면 마스크도 구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며 대형마트 앞에 줄 선 시민들

오프라인 구매 하늘의 별 따기... '가장 취약한 노인 소외'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전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정가에 구매한 마스크에 폭리를 붙여 판매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2월 초 마스크를 천만 원 이상 대량 구매했다는 한 네티즌은 "2주 사이에 수천만 원의 이득을 봤다"는 글을 올려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온라인은 비싸게 주면 살 수 있다"며 "오프라인에는 아예 물량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마스크를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파악하기 위해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강서구 일대의 편의점과 마트, 약국 등을 찾아 마스크를 사 봤다.

지난 25일, 반나절 동안 편의점 및 동네 마트 35곳 및 약국 12곳,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2곳, 다이소 2곳, 드럭스토어 5곳을 방문했으나 단 한 장의 KF 80·94 일회용 성인용 마스크도 구할 수 없었다. 대용품인 방한 마스크, 천 마스크마저도 품절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들른 총 55곳의 마스크 판매처 가운데 단 3곳에만 어린이용 일회용 마스크가 일부 남아 있었다. 성인용보다 어린이용 물량이 많이 남은 이유는 방학과 어린이집 휴원이 이어지며 아이들이 집 밖으로 아예 외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나절] 성인 일회용 마스크, 4시간 동안 한 장도 못 구해

마스크가 없냐고 묻자 GS 편의점 직원은 "오늘 오전에 소량이 들어왔지만 곧바로 모두 판매됐다"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물건이 들어오지만 다음 금요일에 마스크가 들어올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에는 절대 구할 수 없으니 금요일 오전에 한 번 편의점에 들러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찾은 강서구 홈플러스. 마스크 판매 구역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오후 3시에 마스크가 소량 풀린다는 정보를 들은 시민들이 바닥에 앉아 재입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줄이 점점 길어지자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이 "번호표를 만들어 배부하라"고 요구했고, 직원은 상자 귀퉁이를 찢은 임시 번호표를 만들어 배부했다. 하지만 입고되는 마스크가 소량인 탓에 번호표는 20번까지만 배부됐고 나머지 고객은 모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형마트 직원은 "오후에는 구하기 쉽지 않다"며 "오전부터 줄을 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나절] 성인 일회용 마스크, 4시간 동안 한 장도 못 구해

약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약국이 헛걸음하는 손님들을 막기 위해 '마스크 품절' 안내문을 출입문 앞에 붙여 고지했다. 마스크뿐 아니라 체온계, 소독용 에탄올, 세정제도 모두 동이 난 상태였다. 아이가 있는 한 어머니는 "아이가 열이 나는데 병원을 가기도 무섭다"라며 "체온이라도 재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고 약사에게 하소연했다.

4시간 동안 구할 수 있었던 마스크는 아동용과 방한용 면 마스크가 전부였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는 KF 80(80% 차단)이나 94(94% 차단) 일회용 마스크를 쓰라고 권장하지만 만약 이를 구할 수 없다면 면 마스크라도 쓰는 것이 맨 얼굴로 외출하는 것보다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마스크 품절 현상은 온라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가장 먼저 소외시킨다. 노인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함에도 최소한의 방어막인 마스크와 손 세정제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감염병 예방·관리법, 검역법, 의료법 개정안 등 '코로나 3법'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감염병 유행으로 '주의' 이상의 경보가 발령될 경우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 노인 등 감염 취약계층에 마스크 지급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한 긴급 조치를 발동해 하루에 마스크 약 550만 장을 우체국 등 공적 판매 채널을 통해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긴급수급조치에 따르면 마스크 일일 생산량의 90%는 국내시장에 공급된다.

하지만 조치가 발동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은 오프라인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체국에서는 다음 달 초가 돼야 판매를 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홈페이지에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제조업체와 협의 중"이라며 "3월 2일 오후부터 판매하고 이전에도 물량이 확보하면 앞당겨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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