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형의뉴스정면승부] 황교익 "박쥐 먹는 중국인? 설현도 먹었다, 혐오 안 돼"

[이동형의뉴스정면승부] 황교익 "박쥐 먹는 중국인? 설현도 먹었다, 혐오 안 돼"

2020.01.30. 오후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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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형의뉴스정면승부] 황교익 "박쥐 먹는 중국인? 설현도 먹었다, 혐오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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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7:10~19:00)
■ 방송일 : 2019년 1월 30일 (목요일)
■ 대담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동형의뉴스정면승부] 황교익 "박쥐 먹는 중국인? 설현도 먹었다, 혐오 안 돼"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오늘 첫 번째로 해볼 얘기는, 감염병 확산을 틈타 확산되고 있는 차별과 혐오 문제입니다. 모든 중국인을 입국 금지 시켜야 한다, 한국에 와 있는 중국인 관광객도 즉각 돌려보내야 한다, 혐오 정서를 부추기는 발언. 이런 발언이 정치권 내에서도 들리고 있죠. 공당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상에선 야생동물을 먹는 중국인의 식문화를 비난하는 글도 계속해서 올라오면서 식문화가 자칫 중국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인도 예전에는 지금의 중국인과 다르지 않았다”는 글을 올려서 또다시 논란의 선 인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이하 황교익)> 네, 황교익입니다.

◇ 이동형> 일부러 논란을 만드는 건 아니죠?

◆ 황교익> 그럴 리가 있나요?

◇ 이동형> 즐기시는 것 같아요.

◆ 황교익>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제가 하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왜 거북해하는지 저는 조금 이상해요. 있는 사실을 그냥 말할 뿐인데.

◇ 이동형>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죠.

◆ 황교익> 그렇죠. 받아들여야죠. 그래야 지성인이고, 문명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 이동형> 우리 청취자 분들이 잘 모르시는 분도 계실 수 있으니까요. 한국인도 예전에 박쥐를 먹었다, 한국인도 예전에 지금의 중국인과 다르지 않다. 일단 사실관계를 설명해주시죠. 한국인도 예전에 박쥐를 먹었다?

◆ 황교익> 제가 기자생활을 할 때 경험을 이야기해드릴게요. 1998년, 1999년, 이쯤이었어요. 그때 다큐멘터리 하나가, 황금박쥐와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는데 굉장히 크게 화제가 됐었어요. 그때 제 동료 기자가 취재를 갔다가 돌아와서 하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황금박지 서식지를 공개할 수 없대요. 왜요? 공개하면 사람들이 다 잡아먹는대요. 이때껏 우리 박쥐들이 사라져나간 이유 중 하나가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1999년 기사에 보면, 환경부의 사무관이 한약재로 박쥐를 남획하고 있다는 말이 등장해요. 1999년의 일이에요. 그런데 그 기억이 문득 나기에 다시 예전 기사들을 검색해보니까 1979년에는 아예 박쥐 관련된 한 박사님이 박쥐 좀 그만 잡아먹자,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멸종위기에 있다는 말까지 했어요. 의외로 박쥐를 약이 된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많이 먹었다는 게, 적어도 1999년까지.

◇ 이동형> 우리가 먹을 게 없어서 잡아먹은 게 아니고.

◆ 황교익> 약이 된다고 생각한 거죠.

◇ 이동형> 먹으면 몸에 좋다, 이런 이야기가 퍼지면서 아마 남획을 하기 시작했겠네요?

◆ 황교익> 자료를 뒤져보니까 동의보감에도 올려져 있더라고요. 박쥐가 건강에 아주 좋은 것으로 올려져 있어요.

◇ 이동형> 그 생각이 나서 그 글을 쓰셨다고 했는데, 쓴 이유는 결국에 지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서 중국인, 또 중국 문화 혐오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지 않느냐, 그걸로 쓴 것이죠?

◆ 황교익> 그렇습니다. 지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로 인해서 크게 번졌다고 하는 말과 함께 중국인들은 박쥐를 먹는다, 우한시장에서 박쥐를 먹는다는 것이 나오고, 그리고 중국인의 한 블로그가 박쥐탕을 먹는 장면이 2016년에 올려진 거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것을 올리고, 거의 인민재판 하듯이 중국인들은 미개하다, 혐오를 조성하는 이런 말들이, 사실 언론에서 그것을 많이 부추겼어요. 하루는 인터넷을 보니까 모든 언론들이 그 장면을 다 올려놓고 있더라고요. 특정 국민이나 인종, 민족을 어떤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혐오하는 이런 일들은 이 지구 곳곳에 존재하거든요. 제국주의 시대에 미개하다고 식민지 사람들을 미개로 몰고 가기 위한, 혐오를 부추기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먹는 음식을 두고 혐오를 부추기는 거거든요. 그런 방식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 게 별로 제 입장에서는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 우리는 어땠는가 한 번 보자. 우리도 얼마 전까지 박쥐 먹었다. 일상식으로 먹은 것은 아니에요. 중국 사람들도 박쥐를 일상식으로 먹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눈에 잘 안 보이는 곳, 이런 데서 발견되는 음식이거든요.

◇ 이동형> 식문화를 미개하다고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고, 혐오성 발언이다. 외국에서, 특히 서양에서 우리가 개고기를 먹는 것을 그렇게 바라보는 것도 있으니까요. 같은 맥락 아니냐?

◆ 황교익> 그렇습니다. 이 현상을 방송의 방송으로 비교해보면 금방 드러나는데요. 중국인 블로그가 박쥐탕을 먹은 게 2016년이에요. 중국에서 먹은 것도 아니고, 팔라우라고 하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 가서 먹었대요. 그 영상을 가지고 와서 중국인들한테 혐오 감정을 붙여요. 그런데 그 시기에, 2016년도에 한국 방송사에서도 박쥐 먹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SBS 정글의 법칙, 거기서 설현 씨가 나와서 박쥐 먹는 것을 보여줬거든요. 거의 같은 시기예요. 각각 다른 어느 지역에서, 거기도 중국이 아니었죠. 그다음에 우리도 한국이 아닌 지역. 어디에 가서 박쥐를 먹는 모습을 보여준 두 영상물이 존재하는데, 중국인에 대해서는 미개하다는 혐오의 감정을 붙이고, 우리한테는 그렇지 않고 있다는 것.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지금 중국인들을 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이라고 봐야겠죠.

◇ 이동형> 황교익 맛 칼럼리스트는 기자 출신이시니까요. 지금 이렇게 중국, 또 중국인 혐오, 또 과도한 불안감 조성, 언론에서 앞장서서 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조선일보 칼럼에서도 보면, “깔끔하게 포장된 육류·생선을 파는 서구식 대형마트가 중국에선 이상하리만치 인기가 없다.”

◆ 황교익>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 이동형> “재래시장만 가도 눈을 뜬 닭, 오리는 기본이고, 산 뱀, 개구리도 손님을 기다린다.”

◆ 황교익> 중국 안 가보신 분이에요. 중국에 가봤으면 이런 소리 안 해요. 중국에 대형마트들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데요. 우리나라보다 더 잘 되어 있어요.

◇ 이동형> 지금 신종 바이러스 문제가 있고, 이런데요. 오히려 언론에서 갈등이나 불안감 조정을 자제하게끔 해야 하는데, 앞장서서 이렇게 혐오발언, 또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 황교익> 혐오의 감정을 만들어서 이게 중국인에 대한 혐오감정, 관리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혐오감정으로 같이 연결해서 정치 판도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거죠. 지금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는 내부에서 확진자가 4명밖에 없지 않습니까? 사망자도 없고요. 지금은 작은 사건이죠, 어떻게 보면. 그런데 거기에 대한 불안은 어마어마한, 우리 지금 핵폭탄 하나 떨어진 것 같은 그런 정도의 불안감을 조성해놓고 있는 거죠. 일종의, 정치인들이 총선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밖에는 저는 생각이 안 들어요.

◇ 이동형> 지금 확진자가 4명 정도면 다른 나라하고 비교했을 때 굉장히 잘 막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데 혐오감정, 불안감 조성을 언론에서 하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냐, 이렇게 보시는 거고. 또 하나가 있다면 소위 말하는 클릭을 유도해서 많이 클릭해서 우리 기사 많이 보고, 그렇게 하면 광고도 많이 붙고, 이런 게 있지 않겠나. 이런 지적도 있어요?

◆ 황교익>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는 저는 포기했어요. 제가 그냥 담담하게 있는 사실 그대로, 우리의 박쥐 식용에 대한 자료들을 올리고, 우리가 혐오의 감정을 붙일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 것을. 제목들을 한 번 보세요. 그게 정상적인 제목들인가. 제가 이야기한 사실들은 어디에 갔나 없고요. 제가 올려놓은 자료도 공개도 하지 않고요. 제가 누구를 지적질하고, 공격하고, 이러는 것 같은 식의 보도들을 하거든요. 제목들도 제가 한 말도 아닌 말을 큰 따옴표로 붙여서. 누가 한 말인지도 모르는 말을 그 말을 따옴표로 쓰고 있어요. 이거는 아주 전형적인 황색 언론의 행태죠. 그런데 이 황색 언론이 거의 대부분의 언론들이 그런다는 거죠. 이런 언론들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게 비참해요. 정상적인 정보들만 드라이하게 공개하고 하는 것은 안 되는가. 우리 언론사들의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가.

◇ 이동형> 우리도 아까 박쥐 이야기도 했습니다만, 야생 뱀이라든가, 개구리라든가, 안 먹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됐으니까요.

◆ 황교익> 그렇죠. 원래 야생 동식물들을 먹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죠. 인간이 문명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에서 보면 가축화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확보해나가는 식으로 문명을 발달시켜 왔습니다. 중국의 상황은, 한국으로 비추어보자고 하면 1970년대, 80년대 상황 정도에 있다고 봐야 하는 거죠. 경제성장을 잘 이룬 게 얼마 안 되잖아요. 한국의 옛 모습이 중국에 있는 거라고 보면 되거든요. 지금 우리가 보기에 혐오스러운 야생 동식물들을 먹는 중국인들은 곧 그 모습을 버릴 거예요. 지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특히 박쥐나 이런 야생동물들을 안 먹게 될 것이 분명하거든요. 그러니까 중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고, 중국인이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것이 아니고, 이런 것은 전 세계에 똑같이 다 존재하거든요. 유럽 사람이라고 그런 비슷한, 혐오 동식물들, 야생 동식물들을 안 먹었을까요? 뒤져보면 온갖 것들을 다 먹었어요. 먹을 만한 좋은 식품들이 공급되고 난 다음에는 그런 음식들을 버리는 게 정상이거든요. 지금도 박쥐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어느 지역에서는 또 먹고 있어요. 그런 일을 두고 한 민족, 국가, 국민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르지 않다는 거죠. 중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음식을 먹고, 그런 질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다 똑같다. 왜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는 자꾸 잊는 지 모르겠어요.

◇ 이동형> 알겠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외국인들이 우리가 낙지 먹는 모습이나 뻔데기 먹는 모습을 보면 기겁을 하잖아요.

◆ 황교익> 많이 놀라죠. 그리고 중국의 혐오음식들이 많이 있는 것들, 여행 가서 많이 보셨을 거예요. 지네라든지, 튀겨서 이렇게 먹죠. 그거 가서 물어보면 중국인들은 안 먹는대요. 그거 왜 먹어요, 먹을 거 많은데. 누가 먹어요? 관광객들이. 중국에는 온갖 것을 먹는다고 하는 것이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어요. 비행기와 책상 빼고 다 먹는다, 라는 이야기를 하죠. 그러니까 관광객들이 중국에 가서 그런 혐오음식들을 찾아다녀요. 먹어볼까? 하는 것. 그게 중국인들한테는 이미지를 많이 손상시키는 일이고 하니까 아마 지금 일로 해서 그런 일들은 자꾸 없어질 거예요.

◇ 이동형> 알겠습니다. 지금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경우 명칭도 WHO에서도 이렇게 쓰라고 하고 있습니다만, 정치권에서부터 아니다, 우한 폐렴이라고 써야 한다. 이러면서 갈등을 오히려 조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까 조금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요. 황교익 씨가 어쨌든 혐오하면 안 된다, 어떻게 보면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것을 쓰셨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정치권이나 언론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하시기 바랍니다.

◆ 황교익> 혐오라는 것은 쌍방이 주고받는 감정이거든요. 우리가 중국인에 대해서, 그리고 특정 한국인에 대해서 차별과 혐오의 감정을 붙이면 그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혐오와 차별의 감정이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됩니다. 우리가 중국인에 대해서 출국금지, 그런 말들. 혐오, 차별의 말을 하는 것. 이거 반드시 우리도 그만큼의 일을 받게 돼요. 중국인이라고 해서 이런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인들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대접하고 있다,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게 무서운 거죠. 서로 마음속에 있는 혐오, 차별, 이것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 내려놓고,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정치인들 표 얻으려고 국민 감정을 이용하는 일, 그만둬야 합니다.

◇ 이동형>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황교익>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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