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돈 안 받는다"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울분의 자필 편지

사진 제공 =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일 기업 기부금과 국민들의 성금으로 재단을 만들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기부금)를 지급하는 안을 대표 발의한 가운데, 일본군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91) 할머니는 직접 손편지를 써서 반대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19일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19일 오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을 찾아 이른바 '문희상안'을 규탄했다.

특히 이날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자필로 쓴 울분의 편지를 읽었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다. 양 할머니는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양 할머니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께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자필 편지에서 일본 측 사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양 할머니는 "일본 교장과 헌병은 일본에 가면 중학교도 보내주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했지만 다 거짓이었습니다"라며 "미쓰비시는 우리를 동물 취급하고 죽도록 일만 시켰습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해방 후 돌아와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일본에 갔다 왔다는 말을 듣고 나를 때리고 외면했습니다"라며 "지금까지 흘린 눈물은 배 한 척 띄우고도 남을 것입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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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양 할머니는 "내 나이도 91살이 되었습니다. 내가 돈에 환장해서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닙니다"라며 "기부금이라는 게 무슨 말입니까. 일본이 나를 무시하더니 당신들까지 나를 무시합니까. 어느 나라 국회의원입니까. 당신 딸이 끌려갔어도 이렇게 하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할머니는 "내가 지금 곤란하게 살아도 거지는 아닙니다. 내가 일본에 가서 당한 수모와 고통을 의원님들은 눈으로 안 봐서 전혀 모르실 겁니다.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하지만, 이 양금덕은 절대로 사죄 없는 더러운 돈은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문 의장은 한·일 기업과 국민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재단을 설립하는 '기억·화해·미래재단 법안' 제정안과 강제동원 피해 조사를 위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 2개를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악화한 한·일 양국관계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제정안은 강제동원 피해자가 재단에서 위자료를 지급받으면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청구권, 재판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도록 명시했다.

당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도 위자료 지급 대상에 포함하려 했으나, 피해자 단체와 여론의 반발을 고려해 제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사죄와 반성 없는 '기부금'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고, 일본정부와 전범기업의 역사적,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은 채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반인권적이고 반역사적인 법안"이라고 '문희상안'을 비판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