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 부자'에게 20만 원 주고 사라진 남성의 정체

'장발장 부자'에게 20만 원 주고 사라진 남성의 정체

2019.12.18. 오후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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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장 부자'에게 20만 원 주고 사라진 남성의 정체
▲ 사진 왼쪽이 이재익 경위, 가운데 박춘식 씨 / 사진 제공 =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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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를 채우려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친 30대 가장과 아들, 이른바 '현대판 장발장' 부자에게 2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네고 사라진 이는 사업가 박춘식(66)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인천중부경찰서(서장 김봉운)는 인천시 중구 영종지구대에서 박 씨에게 경찰서장 명의의 감사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박 씨는 인천시 중구의 한 마트에서 우유, 사과 등 식료품 1만 원어치를 훔치다 적발된 A(34) 씨와 그의 아들 B(12) 군을 지켜보다 이들을 뒤따라가 2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인천 중부경찰서 이재익(51) 경위가 이들 부자의 사연을 듣고 인근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대접하는 사이 박 씨가 식당에 쫓아와 돈 봉투를 전한 것이었다.

B 군이 박 씨를 뒤쫓아가 돈 봉투를 돌려주려고 했으나 그는 "그냥 가져가라"라고 말한 뒤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경찰은 수소문 끝에 박 씨를 찾아 연락한 뒤 감사장을 수여했다.

감사장을 받은 그는 "우유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부자의 사건 처리 과정을 지켜보게 됐다"라며 "부자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현금 20만 원을 인출해 국밥집을 찾아가 봉투를 건넸다"라고 말했다.

앞서 A 씨와 B 군 부자는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치다가 CCTV로 지켜보던 마트 직원에게 적발됐다. 마트 주인은 경찰에 신고했으나 A 씨가 사정을 설명하면서 사과하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택시 기사로 일하던 A 씨는 당뇨병 등을 앓느라 일을 그만두고 임대주택에서 홀어머니와 두 아들과 함께 살던 중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부경찰서는 이들 부자에게 식사를 대접한 이 경위에게는 민갑룡 경찰청장 표장을, 함께 출동했던 김두환(34) 순경에게는 이상로 인천경찰청장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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