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퇴근길에 운동 겸 용돈을?...크라우드 소싱 직접 해보니

[와이파일] 퇴근길에 운동 겸 용돈을?...크라우드 소싱 직접 해보니

2019.12.08.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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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퇴근길에 운동 겸 용돈을?...크라우드 소싱 직접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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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라는 의미의 크라우드와 아웃소싱의 합성어인 '크라우드 소싱'. 말만 들었을 때는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대중을 상대로 짬짬이 노동력을 제공받겠다는 겁니다. 올해 초부터 스물스물 언급된 '크라우드 소싱'은 최근 들어 배달업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연말 모임이 잦은 요즘, 용돈도 벌 겸 기자가 직접 크라우드 소싱 배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인터넷이나 애플리케이션으로 하루 전에만 신청하면, 누구나 교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안전 수칙 등이 포함한 1시간 교육만 받으면, 라이더 준비 완료. 민트색 헬멧과 가방을 동여매고, 자신만만만하게 주문을 잡아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했습니다.

[와이파일] 퇴근길에 운동 겸 용돈을?...크라우드 소싱 직접 해보니

'470m, 가게의 위치는 홍대 번화가 인근' 평소 길 찾기에 자신 있던 기자가 만만하게 보고 덜컥 주문부터 잡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관광객과 어지러운 골목길에 내비게이션마저 고장이었습니다. "경로를 재탐색 중입니다." 반갑지 않은 안내 멘트를 4번쯤 듣고 나서야 어렵사리 가게를 찾았습니다. 소중한 음식을 고이 배낭에 넣었더니 휴대전화에 알람이 울렸습니다. '배달지까지 2.5km'

[와이파일] 퇴근길에 운동 겸 용돈을?...크라우드 소싱 직접 해보니

자전거 우선도로라고는 하지만, 퇴근길 도로는 초보 배달원에게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골목길에 연결된 도로마다 오토바이가 튀어나왔고, 승용차는 경적을 내지르기 일쑤였습니다. 저를 겨냥한 경적도 아니었지만, 귀에 꽂히는 "빵" 소리에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습니다. 급한 마음과 달리, 자전거 패달에는 좀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1시간 교육 뒤 부업 가능...사고 대비 시스템 구멍 '숭숭'

[와이파일] 퇴근길에 운동 겸 용돈을?...크라우드 소싱 직접 해보니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였습니다. 약속한 시각에 제 때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세찬 바람을 뚫고 코끝이 벌게지도록 달린 2.5km 복기했습니다. 신호를 위반할 걸 그랬나? 굳이 내려서 자전거를 끌었어야 했나? 범법행위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시간 단축은 그야말로 사고 위험과 정비례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월, 크라우드 소싱 배달원이 배달 도중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사고가 났을 때입니다. 세련된 홍보 문구와는 달리 사고 대비 시스템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습니다. 사고가 나도, 산재를 인정받기 힘들었습니다. 한 달에 109시간 혹은 118만 원 수입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부업으로 이 기준을 넘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더군다나 자전거와 킥보드는 상해 사고 보험 상품조차 없습니다. 만약 배달하다가 누군가를 다치게 했다면, 전액 배달원의 책임인 셈입니다.

[와이파일] 퇴근길에 운동 겸 용돈을?...크라우드 소싱 직접 해보니

'긱-이코노미', '크라우드 소싱'이라는 화려한 단어에 비해 사고 시 대책은 초라했고, 그 책임은 온전히 배달원의 몫이었습니다. 감기와 함께 엉덩이에 알까지 배겨서 번 용돈은 1만 원 남짓. 사흘 뒤 병원비와 근육 완화제로 지출한 비용은 1만 2백 원. "일할 때는 근로자 사고나면 사장님"라고 외친 어느 배달원의 목소리가 이젠 남일 처럼 들리지 않게 됐습니다.

김우준 [kimwj022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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