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항암제' 펜벤다졸 논란, 어디까지 사실일까?

'기적의 항암제' 펜벤다졸 논란, 어디까지 사실일까?

2019.11.25. 오후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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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앵커
■ 출연 : 홍성욱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오늘은 펜벤다졸 이야기를 한번 해 볼까 합니다.

미국의 말기 암 환자가 개 구충제 일종인 펜벤다졸을 먹고 암을 치료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말기암 환자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처럼 여겨지고 있는데요.

이른바 기적의 항암제라고까지 불리고 있는 펜벤다졸 논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과장인지 취재기자와 함께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홍성욱 기자, 펜벤다졸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우선 어떤 이야기인지부터 정확히 설명을 해 주시죠.

[기자]
펜벤다졸, 개 구충제입니다. 정확히 말씀을 드리면 제품명은 아니고 성분명입니다.

펜벤다졸 성분에 동물구충제 파나쿠어라는 제품인데요. 제가 상자를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이 제품입니다.

그런데 이 펜벤다졸, 암 환자들이 항암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인데요.

시작은 60대 미국인 남성 조 티펜스라는 사람입니다.

2016년 소세포암 말기 진단을 받고 3개월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는데 그런데 이 펜벤다졸을 사용한 뒤 암 완치 판정을 받은 겁니다.

[앵커]
일단 지금 홍 기자가 갖고 있는 이 약은 동물약국에서 동물병원에 가서 구할 수 있는 거고 일반 사람들이 이용하는 그런 약국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거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판매가 불가능한 거고. 이 조 티펜스라는 사람의 완치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암 환자들도 이것을 구입하기 위해서 직접 약을 사고 다니고 있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말기암 환자분들 그리고 가족분들이 약을 굉장히 많이 구하러 다니는데 저도 직접 한번 약을 사러 약국을 수소문해 보고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동물약국에 전화를 전부 돌려보고 그렇게 해 봤는데 단 한 곳도 남아 있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또 동물병원에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지금 들고 있는 이 빈 상자, 아까 보셨겠지만 이 빈 상자만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경기도 일산의 한 동물병원, 동물병원이 아니라 동물약국에 한 상자가 남아 있었는데 살 수는 없었습니다.

약사의 말이 마지막 남은 한 상자인데 정말 필요한 사람이 샀으면 좋겠다는 그런 말을 해서 차마 구입할 수가 없습니다.

[앵커]
그래서 박스만 가지고 오셨고 가장 중요한 건 항암효과가 있을까 있을까 아니겠습니까? 취재를 어디까지 하셨나요?

[기자]
제가 전문의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단정지어서 말씀드리기는 굉장히 어려운데 항암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여러 연구결과도 있고 심지어 논문도 있는데요. 지난 2018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산하 온라인 저널에 실린 논문이 대표적인데 보시면 펜벤다졸이 암세포를 억제하고 죽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했습니다.

실험으로도 확인을 했는데 전문가의 인터뷰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허주형 / 한국 동물병원협회장 : 암세포를 어느 정도 죽인다고 나와 있어요. 암에 효과가 없다. 그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약도 효과가 있거든요.]

[앵커]
지금 보면 어느 정도 죽인다고 나와 있어요라는 설명이 있었는데 펜벤다졸 구체적으로 암세포에 어떻게 작용을 하는 겁니까?

[기자]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가 전문가는 아니라 명확하게 설명, 자세하게 설명은 못 드리겠지만 연구결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래픽을 준비했는데 펜벤다졸은 기생충이 에너지원으로 쓰는 당 섭취를 막아서 기생충을 굶어죽게 합니다. 암세포에도 똑같이 작용을 하는 건데요.

암세포 역시 세포분열해서 커지려면 에너지를 흡수해야 하는데 펜벤다졸이 이런 과정을 막는 겁니다.

다만 이런 효과가 사람에게도 똑같이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는 아직 없습니다.

이 조 티펜스라는 사람 역시 여러 항암치료를 병행했고 비타민E와 CBD오일을 복용했고 심지어 시판되지 않는 신약 임상에도 참여했습니다.

이 완치의 이유를 펜벤다졸만으로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국내에서 펜벤다졸 사용으로 암을 완치했다는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증세가 호전되고 있다는 환자들의 사례는 유튜브와 인터넷 개인 블로그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어떤 개그맨의 사례도 언급이 되면서 더 관심을 끌고 있는데 식약처나 의사협회에서는 지금 어떻게 권고하고 있습니까?

[기자]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우려는 아마도 부작용 우려입니다. 그런데 이 펜벤다졸, 써서 이상이 생겼다는 결과나 보고가 없는데 왜 부작용을 말하느냐고 많은 분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펜벤다졸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없다는 겁니다. 동물 상대로 한 임상시험은 있었는데요.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은 없습니다.

앞서 펜벤다졸 작용원리가 기생충과 암세포가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을 막는 작용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일부 전문가들 주장에 따르면 기생충과 암세포 외에 간이라든가 척수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장도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리해 보면 암세포를 굶어죽이게 하는 기전도 어느 정도 전문가들을 통해서 확인된 상황이고 또 부작용도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 특히나 환우나 환우 가족 입장에서는 임상시험 좀 해 달라 이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국민청원에도 등장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임상시험이 가능한지 가장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데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최대 6년에서 7년 정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임상시험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임상시험이 생각보다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모집인원을 구해야 하는데 많게는 수천 명에서 수백 명까지 필요하고요. 그리고 여러 단계별로 나눠서 이렇게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합니다.

실제로 항암제 신약후보물질 1만 개 정도가 있으면 임상시험을 거쳐서 나오는 약은 단 1개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좀 임상시험을 과연 못하는 거냐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은데 앞서 펜벤다졸이 동물 구충제라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이 펜벤다졸과 비슷한 성분의 사람 구충제가 있습니다.

제가 좀 가지고 나왔는데 알벤다졸과 메벤다졸이라는 작품인데 약국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합니다. 지금 제가 가져온 이 제품이 알벤다졸 성분의 사람 구충제입니다.

그래픽을 보면서 잠깐 설명을 드리면 화학식을 준비해 봤는데 펜벤다졸과 메벤다졸, 펜벤다졸은 동물 구충제고 메벤다졸은 사람용 구충제입니다.

분자식을 보면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펜벤다졸보다 조금 단순한데 물에 잘 녹고 인체 흡수도 더 잘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메벤다졸에 대한 임상시험, 현재 진행 중입니다.

전 세계 약품 임상시험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데요. 거기서 직접 확인을 했는데 이집트와 스웨덴 그리고 미국 이렇게 3개 나라에서 5개 기관에서 임상시험을 현재 진행 중입니다.

결과가 이르면 2년에서 3년 이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많은 암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입니다.

이런 암 환자들의 안타까운 심정과 부작용 가능성에도 대응하기 위해 보건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펜벤다졸 논란을 검증해야 하겠습니다.

[앵커]
그러면 일단 보건 당국의 공식적인 최종 입장은 이 임상시험을 좀 기다려 보자는 겁니까?

[기자]
그런 건 아닙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상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환자들에게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좀 더 지켜보고 보건당국에서 판단을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암 환자나 가족들의 지푸라기 잡는 심정을 이해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홍성욱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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