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조롱 논란' 광고...전문가도 "논란 자초, 이해 안 가"

'위안부 조롱 논란' 광고...전문가도 "논란 자초, 이해 안 가"

2019.10.21. 오전 12:4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일본 의류기업 유니클로가 위안부 피해자 모독 논란을 자아낸 광고 송출을 중단했습니다.

논란 직후에는 수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커지는 반발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광고는 전 세계적으로 똑같습니다.

자막이 문제인데요.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광고에만 유독 '80년'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습니다.

10대 때 옷을 어떻게 입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90대 할머니 모델의 답변을 의역한 건데요.

유니클로 측은 두 모델의 나이 차이를 알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며 정치적 사안과 연관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80년 전인 1939년은 일본이 '국가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 징용을 본격화한 시기죠.

당시 만행을 기억하고 증언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 이유입니다.

이 '80년'이라는 글로벌 판에는 없는 문구는 어떻게 광고에 들어가게 된 걸까요?

보통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은 광고 대행사에 외주를 주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물론 회사 규모가 작거나, 글로벌 본사에서 이미 만든 광고의 단순 번역 정도면 자체적으로 이뤄지기도 하는데요.

다만 이번과 같은 의역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황장선 /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노멀하게 보면, 광고가 글로벌에서 내려왔고 그 광고를 한국에서 쓰기로 했다, 그런 결정을 위에서 할 것이고 그 결정이 났으면 그걸 계속해오던 (광고) 대행사가 있으면 거기에 맡길 거에요. 번역을 광고팀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 바꾸지는 않고…. 그게 번역 수준이 아니고 의역을 하거든요.]

그래서 누가 자막을 넣었는지 한국 유니클로 측에 물어봤습니다.

이메일로 답변이 오늘 오전에 왔는데요.

콕 집어 '80년'이라는 문구를 어떤 과정을 거쳐 넣었느냐는 질문에 "답변 드리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후리스 25주년 기념 글로벌 시리즈 광고라는 점도 강조했고요.

하지만 직접 만들었든, 외주를 줬든 전문가들은 유니클로의 책임이 90% 이상이라고 지적합니다.

[황장선 /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광고대행사가 다 번역을 해도 A안, B안, C안까지 만드는 경우가 보통이고 그것에 대해서 광고주가 컨펌하지 않으면 절대로 내보낼 수가 없어요. 만든 실무적인, 전략적인 부재나 일을 잘 못했다 이 정도 욕을 할 수는 있어도 광고주가 컨펌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의 90%는 광고주예요.]

이번 논란이 불매운동에 다시 불을 지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유니클로와 같은 일본 업체의 국내 신용카드 매출액은 저점을 찍고 조금씩 올랐습니다.

유니클로와 ABC마트, 무인양품까지 3개 업체의 7월에서 9월 신용카드 매출액은 7월 첫 주 98억4천만 원에서 8월 넷째 주 37억3천만 원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9월 넷째 주에는 62억1천만 원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물론 9월 넷째 주 매출액을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39.5%, 10분의 4에 불과합니다.

불매운동이 사그라들었다고만 볼 수는 없는 이유인데요.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유니클로는 공격적 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대대적 프로모션 축소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달 3일부터 시작된 15주년 프로모션은 변경된 사안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성훈 /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 처음에는 유니클로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였거든요. 국가 간의 외교 문제였고…. 그게 지금에 와서는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는 형국으로 가 버린 거죠. 80년이라는 단어가 이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것을 (유니클로 측이)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라고 봐요.]

"한국의 불매 운동, 오래 안 갈 것!"

지난 7월 불매운동 시작 직후 일본 유니클로 본사 임원의 말이었는데요.

불매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유니클로 측은 스스로 만들어 낸 논란에 대해서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습니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해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반응으로 일관하면서 소비자의 실망을 키우고 있습니다.

박광렬[parkkr0824@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