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살률 다시 높아진 건 베르테르 효과 때문?

우리나라 자살률 다시 높아진 건 베르테르 효과 때문?

2019.09.30. 오전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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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살률 다시 높아진 건 베르테르 효과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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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9년 9월 29일 (일)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하상훈 한국 생명의 전화 원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자살률 다시 높아진 건 베르테르효과 때문?”





<김양원 PD>
1) 지난 2013년 이후 낮아지는 것 같던 우리나라 자살률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부끄럽고 안타까운 1위, OECD 자살률 1위 국가로 다시 올라섰는데요. 이렇게 자살률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데 대한 다양한 원인 분석이 나왔는데, 그중 유명인의 자살을 따라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 때문이다...이런 분석이 주를 이뤘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오늘 [사람이 먼저] 코너에서 짚어보겠습니다.
한국 생명의 전화 하상훈 원장 나오셨습니다. 원장님 어서오십시오.

<하상훈 원장>
안녕하세요.

<김양원 PD>
2) 우리나라가 불과 1년 만에 다시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가 됐죠? 지난 24일 통계청이 2018년 사망원인 통계를 낸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하상훈 원장>
네, 아직 발표는 안 됐지만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였던 리투아니아를 제치고 다시 한국이 1위에 오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자살사망자 수는 2017년 12,463명에서 2018년 13,670명으로 9.7%(1,207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OECD 국가 평균 자살률 인구 10만명 당 11.5명의 2배 이상(24.7명)인 것을 보면 얼마나 자살률이 높은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살은 전체 사망 원인 중 10~30대 1위, 40~50대에서도 2위를 기록하면서 젊은 연령층에서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2018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2011년 정점을 이루다가 자살률이 점차 낮아져 7년 만에 증가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지난 24일 통계청은 2018년 기준으로 1월, 3월, 7월에 자살률이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김양원 PD>
3) 지난해 특정 달에 자살률이 치솟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하상훈 원장>
네, 일단 2017년 12월 유명가수의 자살 이후 2018년 1월 자살이 매우 많아지고, 특히 10대 자살이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해 3월 유명 연예인과 7월 유명 정치인의 자살이후 30~40대 자살이 늘어났고, 젊은 층들이 모방 자살을 많이 하면서 베르테르 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양원 PD>
4) 베르테르 효과, 라는 게 일어나려면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이 알려져야 하는 거고, 그렇다면 자살과 관련한 보도가 많았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상훈 원장>
네, 자살과 관련된 보도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어떤 내용으로 보도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상세한 자살보도는 '모방자살'을 부추긴다고 보고 있거든요. 다행히 한국기자협회에서도 자살보도 보도기준 3.0을 만들어 자살보도를 신중하게 보도하는 분위기가 정착되어가고 있어 다행입니다. 지난 9월 10일에는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도 영상콘텐츠 자살 장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헸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자살률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믿습니다.

<김양원 PD>
5) 자살보도량 자체보다는 그 내용이 문제라고 하셨는데, 유명인의 죽음을 보고 따라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자살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하상훈 원장>
네, 베르테르 효과로 모든 원인을 돌리기에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봐야하는데요. 지난 24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자살은 다양한 사회적, 제도적,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한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은 어렵다”고 말하면서 자살에 대한 허용적 태도가 증가한 점도 자살률 급등의 원인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경기악화가 자살률 증가의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사망 당시 경제상태 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어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현장에서 상담을 받아보면 경제상태가 자살의 큰 원인일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김양원 PD>
6) 경기악화가 자살률 증가의 원인이 됐다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하상훈 원장>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 22일 ‘2018자살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경제적인 문제로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이 5년 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 만 19세 이상 75세 이하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국민의 자살 태도 조사 결과 자살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2013년 22.8%, 2018년 18.5로 4.3%포인트 감소했지만 경제적 문제로 자살 생각을 한 사람들은 34.9%로 2013년 28.5%보다 6.4% 높게 나타났습니다.

<김양원 PD>
7) 김양원> 아마도 최근, 저희가 이 달 들어서도 대전에서 일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그런 사건이 또 발생했었고요. 지난 7월에는 탈북자 어머니와 아들이 사망한 채 발생한 사건들이 보도가 되면서 파문을 일으켰었어요. 두 사건 모두 경제적인 어려움이 원인이 아닐까, 라는 추측인 나왔는데, 아무래도 이런 부분들이 우리 사회 사각지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들은 사실은 통계에도 잡히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하상훈 원장>
그렇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상담을 받다 보니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국가에서 지금 많은 장치를 만들었어요. 안전장치를 만들었는데, 이분들의 최저 생활비를 보장해주는 기초생활수급자 제도, 또 수급자 바로 위의 계층에게 하는 차상위 계층이라고 하는데, 이런 분들을 위한 지원 제도 같은 것들이 잘 만들어져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상담 현장에서 보면 그런 데를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들이 너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국가에서 촘촘한 복지 안전망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늘 구멍이 나기 마련이고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자살 문제는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측면에서 전개를 해나가야 한다. 민간 쪽에서, 특별히 종교계라든가, 시민사회단체, 이웃 공동체, 이런 가깝게 있는 사람들이 생명 안전망 역할을 해서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 자살 고위험자들을 신속하게 발견해서 또 연계하고 지원하는 그런 노력도 함께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해 우리 국가가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세워서 2022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17명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는데요. 이것이 꼭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산도 더 확충되고, 자살 예방에 대한 전달 체계도 잘 정비하고, 또 민간 협력도 더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과정들을 통해서 실효적인 자살예방 정책을 수행해나가서 정말 우리나라가 생명을 살리는, 또 자살률을 줄이는, 그런 생명 안전에 모범적인 국가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양원>
8) 네, 물론 자살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의 인식 문제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구체성이 있는 대안, 그리고 전폭적인 예산, 이런 것을 통해서 바꿔 나갔으면 한다, 이런 말씀이셨던 것 같아요.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상훈 원장>
네, 감사합니다.

<김양원>
지금까지 한국 생명의 전화 하상훈 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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