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명예를 지켜주세요" 北 지뢰에 다리 잃은 하재헌 중사의 청원

"제 명예를 지켜주세요" 北 지뢰에 다리 잃은 하재헌 중사의 청원

2019.09.18. 오전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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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명예를 지켜주세요" 北 지뢰에 다리 잃은 하재헌 중사의 청원
사진 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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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북한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대해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 판정을 내린 가운데, 하 중사가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상은 교전이나 이에 준하는 전투행위 등에서 입은 상이를, 공상은 군에서 훈련, 공무수행 과정 등에서 입은 상이를 말한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북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 저의 명예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이 하 중사라고 소개하며 "억울한 이야기 좀 들어주시기 바란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하 중사는 지난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DMZ에서 수색 작전 도중 북한국이 수색로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양쪽 다리를 잃고 양쪽 고막이 파열되는 등 크게 다쳤다. 그는 지난 1월 장애인 조정 선수로 패럴림픽에 참가하겠다고 밝히며 전역했다. 당시 육군은 하 중사를 전상자로 분류했다.

하 중사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으로 저는 총 21차례에 걸친 큰 수술을 받아야 했으며 1년 넘게 병원 생활을 하고 두 다리에는 의족을 낀 채 장애인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군에서 전공상 심사 결과, 전상자 분류 기준표에 의해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하여 상이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게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이라는 요건으로 전상 판정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 인사명령에도 전투경력 육군 1사단 DMZ 지뢰 도발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 중사는 전역 후 국가유공자 신청을 하자 전상군경이 아닌 공상군경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보훈처에서는 전투에 대한 문언 해석 범위를 넘어 전상군경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라며 "적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기존의 DMZ 수색 작전 중 입은 지뢰부상과 달리 보기 어렵고, 사고 당시 교전이 없었다고 이야기한다"라고 밝혔다.

하 중사는 "현재 북한과의 교류가 있다고 해서 국가보훈처에서 이러는 게 말이 되냐"라며 "국가를 위해 몸 바친 이들이 대우를 받는 곳이 보훈처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천안함 사건 희생 장병들과 자신의 판정을 비교하기도 했다. 하 중사는 "천안함 생존자분께 연락을 드리고 양해를 구한 뒤 이야기한다"라며 "천안함 사건 역시 교전이 없었지만 북한의 도발이었다. 천안함 희생자분들은 전상을 받고 저는 공상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상군경과 공상군경이 별 차이 없다, 돈 5만 원 차이 난다고 하시는데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저희한테는 전상군경이 명예다"라고 강조했다.

하 중사는 끝으로 "끝까지 책임지시겠다고 하셨는데 왜 저희를 두 번 죽이냐"라며 "적에 의한 도발이라는 게 보훈처 분류표에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다리 잃고 남은 것은 명예뿐인데, 명예마저 빼앗아가지 말아달라.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라고 했다.

해당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인 18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1만 4천여 명에게 동의를 받았다.

국가보훈처의 해석에 대한 논란이 일자,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관련 법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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