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없다" 한국 학자의 UN 발언에 숨겨진 진실

"강제동원 없다" 한국 학자의 UN 발언에 숨겨진 진실

2019.08.26. 오후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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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제 강점기 한국인 노무자들은 쉽고 편한 삶을 살았다", 지난달 UN에서 일본인도 아닌 한국 학자가 한 발언입니다.

그런데, UN에 가서 이런 주장을 하기까지, 일본 극우단체가 깊숙하게 개입한 것으로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고한석 기자!

논란이 된 학자,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의 공동 저자인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우연 박사죠.

문제가 된 UN 발언부터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기자]
지난달 2일 UN 인권이사회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일제 강점기, 한국인 노무자들은 차별받지 않았고 오히려 쉽고 편한 삶을 살았다."

강제동원을 아예 부정하고 있는 겁니다.

이우연 씨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우연 / '반일 종족주의' 공동저자 : 많은 한국인 노무자들은 자발적으로 일본에 갔고, 징병 역시 합법적이었습니다. 일본인 한국인 구분 없이 임금은 공평하게 지급됐습니다. 오히려 한국인 임금이 더 높았습니다. 전쟁 기간 한국 노무자들은 쉽고 편한 삶을 살았습니다.]

[앵커]
UN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하기까지, 일본 극우단체의 지원을 받았다는 건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YTN은 광복 74주년을 맞아 일제 강점기 어린이 강제동원 문제를 기획 보도했었는데요.

취재 과정에서 강제동원 자체를 부정한 이우연 씨의 UN 발언을 알게 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얘기를 했는지, UN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직접 확인을 했는데, 이상하게도, 발언자 명단에 이 씨는 없었습니다.

이 씨 순서에는 국제경력지원협회라는 단체의 한 일본인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슌이치 후지키라는 사람인데요.

취재해봤더니, 일본군 성 노예 문제를 집요하게 부정하고 왜곡하는 극우 인사였습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북한과 연관이 있다."

"정대협이 할머니들을 방에 가두고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

황당한 망언이죠.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슌이치 후지키 (2017년 36회 UN인권이사회) : 정대협은 북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그들이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일본을 헐뜯고, 돈을 요구하고,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입니다.]

[앵커]
슌이치 후지키, 다큐멘터리 '주전장'에도 등장한다고요?

[기자]
아베 정권, 그리고 일본 우익의 실체를 파헤치는 다큐 '주전장'의 핵심 등장 인물입니다.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소녀상 얼굴에 종이봉투를 씌우고 조롱하는 미국인 유튜버 토니 마라노의 후원자이기도 한데요.

그가 속한 ICSA는 UN이란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기 위해 만든, 비정부 기구로 포장된 극우단체로 추정됩니다.

[앵커]
슌이치 후지키와 직접 통화를 했다고요.

뭐라고 하나요?

[기자]
자신이 직접 이우연 씨에게 UN에 가자고 제안을 했고, 비용도 댔다고 인정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슌이치 후지키 : (원래 슌이치 후지키 씨가 연설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그건 접수 문제로, 처음부터 이우연 씨가 말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우연 박사가 ICSA 회원 자격으로 연설했나요?) 네. 그렇죠. 그의 논문을 읽고 그 내용이 정확해서 그에게 UN에 가지 않겠느냐 부탁했습니다.]

UN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까지 항공료, 그리고 5박 6일 체류 기간 숙박비를 댔다고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금액을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앵커]
이우연 씨도 직접 만나서 취재했죠?

[기자]
낙성대경제연구소에서 이우연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슌이치 후지키는 올해 5·6월쯤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됐다고 하고요.

UN에 가자는 제안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한국인 노무자들이 합법적으로 평등하게 일했다는 건 자신의 학문적 판단이고 소신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UN에서 발언한 것은 학자적 양심을 지킨 것이라 문제없다는 입장이었고요.

오히려,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반일 종족주의'라는 왜곡된 인식 때문에 한일 갈등이 촉발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우연 / 낙성대경제연구소 박사 : 극우단체이건, 극좌단체이건, 역사적인 사실을 공유하고 그것을 알리는 사람과는 앞으로도 계속 (함께) 활동할 겁니다.]

[앵커]
황당한 주장이기도 하지만, 학문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있죠?

[기자]
일본이 수출 규제를 공식화하면서 한일 관계가 격랑에 휩싸인 건 지난달 1일입니다.

그런데 그 바로 다음 날에 사실상 일본 극우 단체의 기획으로 이우연 씨의 UN 발언이 나왔습니다.

또, 같은 날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매체, 산케이 신문이 이 씨의 발언을 보도합니다.

"한국 학자조차 강제동원을 부정하는데, 한국 사법부와 정부가 억지를 쓴다."

이런 논리와 여론을 만드는 거죠.

UN에서 한 발언, 그리고 '반일 종족주의', 학문의 영역을 넘어 일본 극우 세력의 칼이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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