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직무와 관련 없음' 판정

'판사님' 주식은 무조건 '직무와 관련 없음' 판정

2019.07.13. 오전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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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식 백지신탁 제도를 도입한 이후 판사가 보유한 주식은 전부,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판정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검사와 국정원 직원, 그리고 외교부와 법무부 직원의 주식에 대해서도 14년 동안 단 한 건도 직무 관련성 판정이 없었습니다.

다른 부처나 기관과 비교하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인사청문회는 판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재판 업무의 관련성이 관심의 초점이 됐습니다.

본인과 남편 이름으로 된 주식만 35억 원어치, 당시 이 재판관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였습니다.

이해충돌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지만, 현행 주식 백지신탁제도에서 지법 부장판사는 아예 주식 심사를 신청할 의무조차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미선 /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지난 4월) : 만약에 제가 재판관으로 임명된다면 주식을 조건 없이 처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심사 대상이 됐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의 통계를 보면 답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주식 백지신탁 제도 시행 이듬해인 2006년부터 2019년 5월 말까지 부처별로 직무 관련성 심사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분석했습니다.

대법원 산하 모든 법원과 헌법재판소, 선관위에서 '관련 있음' 판정을 받은 사람은 '0'명, 그것도 14년 동안이나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법원의 백지신탁 대상자는 고등법원 부장 판사급 이상의 법관들, 업무 특성상 소송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적지 않습니다.

[차진아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법의 공백이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충돌이 일어나는 전형적인 사례 같은 것들을 정형화하고….]

비단 '판사님' 뿐만이 아닙니다.

검찰청과 법무부, 외교부와 국가정보원 등의 고위공직자 역시 모든 보유 주식에 대해 직무와 관련 없다고 판정받았습니다.

검찰청은 51명이 심사를 신청해 50명이, 외교부는 135명이 직무 관련성 심사를 신청해 129명이 업무와 보유 주식이 관련 없다고 결론 났습니다.

나머지는 심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심사를 취소한 경우였습니다.

검찰은 모든 분야의 기업 수사를 맡고 있어 이해충돌 여지가 많고, 외교부 또한 해외 자원이나 플랜트 관련 수주 등에 대한 정보가 빠른 부처라 결코 무관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신동화 /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 : 몇몇 기관들의 직무 관련성 심사 결과,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판정이 100%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직무 관련성 심사가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할 것입니다.]

지난 14년 동안 주식 백지신탁 심사를 받은 고위 공직자는 모두 5천291명.

이 가운데 직무와 '관련 있음' 판정은 953명, 전체의 18%였습니다.

YTN 이승배[sb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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