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 심각...우울한 스승의 날

교권 침해 심각...우울한 스승의 날

2019.05.14. 오후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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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변상욱 앵커
■ 출연 : 오찬호 / 사회학자·작가, 이에바 / 국제회의 통·번역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한국사회에 다양한 이슈들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는 관점이 다른 저녁 시간입니다. 오늘 스승의 은혜를 되새겨보는 뜻깊은 기념일이 다가오고 있어서 스승의 날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우리 사회 교권의 문제, 세계 스승의 날의 모습에 대해서 오찬호 작가, 그리고 에바 씨와 함께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스승의 날이라고 오늘 YTN 방송국으로 제자가 찾아와서 마카롱 주고 갔어요. 그런데 이게 너무 좀 이상한 게 아카데미나 문화센터나 현장에서 가르친 후배들은 꼬박꼬박 챙기는데 학교에서는 제자들한테 뭐 받으면 안 되는 거예요?

[오찬호]
사실 김영란법 때문에 이 조항이 굉장히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지금까지 교사 혹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에게 식사라든가 선물 이런 것이 문제가 많이 되었죠, 과거에는. 그래서 그런 것이 금지되는 것은 다들 이해를 하는데 꽃을 다는 거,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엄격히 금지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또 대표가 달아주면 괜찮고 개별적으로 찾아가서 달아주면 어떤 속마음이 있을 수 있으니까 안 된다 그러고 종이로 오려서 만드는 건 되고, 생화는 안 되고. 그런 식의 어떤 지침들이 좀 있습니다. 그래서 교사들이 현장에서 그 자체가 이것이 논쟁인 것 자체가 굉장히 사회에서 선생님을 도대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 굉장히 회의감에 많이 빠져있다고 하더라고요.

[앵커]
모순되는 건 상당하네요. 사실 화훼농가들을 살리려면 생화를 허락해주고 종이 같은 거 너무 오려서 쓰레기 만들지 마라, 이렇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한데 참 난감하네요. 에바 씨, 다른 나라의 스승의 날들은 어떤지 상황 좀 설명해주시죠.

[에바]
일단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대부분 나라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또 그래서 교육의 주체, 즉 스승님들을 기억하고 감사한 날이 세계 곳곳에 존재합니다. 먼저 멕시코는 한국이랑 똑같이 5월 15일이 스승의 날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대다수 주에서 스승의 날뿐만 아니라 5월 둘째 주를 스승의 주관으로 지킬 정도로 그렇게 스승의 날을 보내고 있고 대부분 20달러 정도의 선물이나 또 직접 쓴 카드를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그리고 대만은 공자 탄신일, 즉 9월 28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있고 또 베트남 같은 경우 매년 11월 20일이 법정 공휴일로 그게 스승의 날이기 때문에. 그래서 선생님을 존경하는 문화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여기에서 스승의 날이 되면 선생님 댁에 직접 방문해서 인사드리는 것이 문화이고 또 전국적으로 성대한 행사들이 많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저희 나라는 스승의 날이 10월 5일인데 학교마다 보내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제가 어렸을 때도 그랬고 보통의 학교에서는 고학년 학생들이 선생님들을 대신해서 저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런 수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선물은 가장 많이 주는 게 꽃다발, 러시아는 여자 분들에게 꽃다발을 많이 주기 때문에 그리고 또 디저트. 초콜릿이나 사탕, 차 세트 같은 걸 주고 그리고 가끔은 상품권을 주기도 하십니다. 그래서 이름은 각각 다르지만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의 마음을 전하려는 마음은 모두 똑같은 것 같아요.

[앵커]
예전 같으면 스승의 날 되면 집에서 엄마한테 뭘 갖다드리면 좋을까요. 또는 부모가 먼저 아이한테 야, 이런 거 준비했으니까 선생님 갖다드려라. 이런 날들이, 준비하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만 이제 그런 건 싹 사라지고 저희한테는 없습니다.

그런데 한편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스승의 날 오히려 조심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이런 상황을 뭐라고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고민도 있을 것이고 사실은 그동안 받은 이런저런 상처들 생각하면 교권침해가 더 문제다, 이럴 수도 있는데 이게 다루기가 애매합니다.

[오찬호]
사실상 교권 침해라는 말을 굉장히 신중하게 사용을 해야 됩니다. 왜냐하면 이게 사실상 그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학생인권을 보장해주다가 교사의 권리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프레임으로 설명되는 게 굉장히 많습니다. 사실상 이거는 굉장히 어떤 약간 노골적으로 말하면 굉장히 기득권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고. 그러면 이제 체벌이 곧 교권이 되냐. 이런 식의 논쟁들을 우리가 많이 할 수가 있죠. 학생 인권은 아직도 미흡한 게 많고 굉장히 많고 자꾸 이렇게 학생 인권 때문에 교권이 침해당한다 이야기를 하면 자꾸 부정적인 교사 사례를 모을 수밖에 없는 거죠.

굉장히 진흙탕 싸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을 조금 떨어뜨려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교권 침해라고 본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학부모 민원이라든가 이제 혹은 문제의 청소년을 어떻게 지도하는가에 있어서 또 과도한 잡무. 이런 것 때문에 굉장히 지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직무만족도 조사해 보면 절반 이상이 내가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정도로 굉장히 어떤 현장에서 그런 게 있는데 그 원인들을 살펴보면 교사에게 다 일임하고 있는 거죠. 예전에는 그게 가능했거든요. 말 그대로 교사가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사회 문제도 조금 복잡하지 않았죠. 문제아라 그러면 혼내고 열심히 하자, 으굉장히 그 순간순간마다 심리적인 상담도 필요하고 굉장히 많은 전문가의 영역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문제가 생기면 교사에게 다 맡기는 거죠.

그리고 학부모가 전화기로 새벽에도 전화를 하고 카톡을 날리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거 다 시스템으로 정비할 수 있는 문제인데 지금까지 이런 어떤 문제에 대해서 교육청이, 우리나라 교육계가 좀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좀 변화를 추구해야 되는 거죠. 교사가 절대적으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

[앵커]
그러니까 말씀하신 대로 사회적으로 뭔가 변화를 추구하거나 준비를 해놓고 대응해야 되는데 그런 건 못하면서 당사자들끼리 싸움을 붙인단 말이죠. 그게 뭐가 있을까요? 세대 간 갈등 같은 거죠. 일자리를 노인들이 와서 가져가니까 젊은 사람들 일자리가 없어지는 거야 하면서 국가가 마련 못 하는, 변화를 못 따라가는 걸 세대 간의 갈등으로 넘겨버린다든가 이런 건데 듣고 보니까 그런 것들이 많네요.

오늘은 교권의 문제이니까. 에바 씨가 한국에서 교사들의 지위를 볼 때 어느 정도로 느끼셨는지 궁금하고 다른 나라는 어떤지 궁금하고요.

[에바]
일단 다른 나라의 경우 말씀드리게요. 영국의 경우 신체적 체벌을 제외한 교권은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련법, 즉 교육법에 따르면 학교장은 소속 교사의 교권 행사를 전적으로 지원하고 또 책임을 진다고 해요. 그래서 특히 영국 교사 그리고 강사 연합의 노조 차원의 교권침해 대응 방침이 있는데 먼저 가해자가 학생인 경우 학교는 학생한테 근신처분 후 경찰에 연락을 취하면 학생이 근신 후 학교에 복귀할 때 피해 교사와 대면을 피할 수 있도록 그런 조치를 취하고 또 가해자가 외부인 또는 학부모일 경우 즉각 경찰에 연락해서 법적 서면 경고를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에는 교사보호법을 통해서 안전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또 법적 소송에 대비해서 지원이랑 학교위원회를 통한 그런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러시아에서는 사실 교사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법안의 효력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직업 자체가 러시아에서는 위상이 굉장히 낮고 또 사범대를 나와도 졸업생들이 학교에서 실습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 실습을 거치고 나서 학부모들이 자신을 대하는 것이나 또 다른 선생님들이 자기를 대하는 걸 보고 내가 굳이 선생님을 해야 하나? 차라리 과외를 해서 그런 학교라는 시스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그런 케이스들이 많기 때문에 좀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존경하는, 저는 좀 한국은 그래도 선생님을 존경하는 그런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희 엄마도 선생님인데 항상 엄마 말을 들어보면 정말 힘들다, 이게 선생님인지 그냥 학교에 다니는 외부인인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좀 많이 아쉬워하더라고요.

[앵커]
아무튼 드라마에도 있었잖아요. 어머님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이런 거. 그러니까 결국 사교육의 권위가 엄청나게 크고 공교육이 거기 뒤를 졸졸 따라가면서 뒷받침해야 되는 이런 구조도 있기 때문에 그럼 결국 교사의 자존감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인데... 어떻게 생각해야 될까요. 예를 들면 사회를 얘기할 때 어머니가 행복한 사회면 그 사회는 좋은 사회야, 이렇게 말할 수 있듯이 선생님들이 행복한 학교가 그래도 좋은 학교 아닌가요? 그렇죠? 이 교권문제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오찬호]
지금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예전 교사는 존중받았는데 약간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교권은 더 추락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교사를 무조건 공경하라. 절대 교권의 시대였죠. 그래서 굉장히 피해자가 많이 있었고 그래서 촌지가 생겨나는 거잖아요.

더 잘 봐달라. 그렇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을 자꾸 옛날 교사의 어떤 권위. 이런 것을 이제 다시 회상하는 그런 것으로 가면 안 되고 말씀주신 것처럼 본질이 뭐냐하면 공교육이 사교육에 이끌려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교사가 교사답게 가르칠 필요, 가르쳐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만든 명언이 있습니다. 어떤 거냐면 불평등이 심한 곳에서는 교사보다 족집게 강사가 더 존중받는다라는, 제가 만든 명언입니다.

[앵커]
왠지 부인하고 싶은데 부인할 수 없는...

[오찬호]
그렇기 때문에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 자체가 존중받아야 된다 이게 아니라 사실상 우리나라 입시문화, 대학서열화, 소득격차, 노동의 양극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정말 인성 교육이 가능하고 그래야지만 교사가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게 좀 넓게 우리가 접근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앵커]
저도 오 선생님 의견에 공감하는 바, 저도 늘 미는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교육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습니까? 중졸, 고졸도 인간답게 얼마든지 살 수 있으면 그럼 교육 문제는 해결이 된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말씀 듣고 보니까. 아무튼 사실 교육이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열쇠이기도 하고 모든 부조리가 쌓여 있는 마지막 어떤 적폐의 장이기도 해서 소중한 곳인에도 불구하고 참 풀기가 어렵네요. 오늘 두 분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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