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66년 만에 역사 속으로...기준은 '임신 22주'

낙태죄, 66년 만에 역사 속으로...기준은 '임신 22주'

2019.04.12. 오후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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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낙태죄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어제 나왔습니다.

지난 1953년 낙태죄가 제정된 이후 66년 만에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헌재는 낙태가 가능한 기간을 임신 22주 내외로 볼 수 있다는 일종의 기준도 제시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봅니다. 양일혁 기자!

어제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새로운 판단을 내렸어요. 전향적이라고 봐도 되는 거죠?

[기자]
낙태죄가 생긴 지 66년 만에 나온 헌법불합치 판단이니까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어제 헌법재판소가 낙태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심판 대상은 임신중절 한 여성과 수술을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현행법인데, 둘 다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했습니다.

헌법불합치 4명, 단순 위헌 2명으로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데 손을 들었습니다.

어제 선고 내용 들어보시죠.

[유남석 / 헌법재판소장 (어제) :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앵커]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당장 낙태죄 효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기자]
낙태죄 위헌 여부를 놓고 쟁점이 된 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 였습니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로 인해 과도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재판부는 낙태죄 조항이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등 출산을 강제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행법이 소득과 남성의 책임 거부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이유에 따른 낙태 갈등 상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다만, 사회적 혼란을 고려해 내년까지는 현행 낙태 처벌 조항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건 이 때문인데요.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법의 공백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한시적으로 그 법을 유지하는 결정을 말합니다.

이로써 현행 낙태죄는 오는 2020년 12월 31일 이후에는 효력이 사라지게 돼 국회에서 내년 안에 대체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앵커]
낙태 가능한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했습니다. 임신 22주 내외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판단이 나온 겁니까?

[기자]
사실 이 부분이 7년 전과 가장 달라진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2012년 헌재는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를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순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반면 이번에 헌재는 낙태가 가능한 범위를 놓고 태아의 생존 가능 시점을 기준으로 제시했는데요,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22주 내외라고 판단하고, 이 기간 안에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이나 정도를 다르게 정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낙태 가능 시점으로 볼지는 국회에서 법 개정으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이제 앞으로 낙태가 죄가 아니게 되는데, 그럼 앞서 낙태죄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구제받을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우선 낙태죄가 위헌이라고 판결났으니 이제부터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들 텐데요.

말씀드린 대로 당장 법이 폐기된 게 아니라 내년까지는 한시적으로 유효하기 때문에 아직 예단하기엔 이릅니다.

다만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기존에 낙태죄로 처벌받은 여성이나 의사는 재심 청구가 가능합니다.

다만 재심 청구가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데요.

먼저 위헌 결정이 난 형법 조항이 1995년 12월 개정됐다는 점을 근거로 그 이후 처벌받은 이들이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반면, 7년 전인 2012년 8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를 합헌으로 결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직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데다 법 해석도 제각각이어서 재심 과정에서 재판부의 판단으로 기준이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현재 낙태죄가 존재하긴 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어서 실제 구제받을 수 있는 대상은 많지 않을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헌법재판소에서 YTN 양일혁[hyuk@ytn.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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