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버려진 신생아 셋과 낙태죄

같은 날 버려진 신생아 셋과 낙태죄

2019.04.01. 오후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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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영유아 유기 사건 3건이 발생했습니다.

한 아이는 열차에서, 두 아이는 주택가에서 발견됐습니다.

지난달 29일 갓 태어난 아이가 대전에서 출발해 제천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열차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대학생 21살 A 씨는 자신이 낳은 아기를 버려두고 달아났다가 양심에 가책을 느껴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같은 날 새벽 6시, 인천 용현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도 탯줄이 달린 채로 버려진 신생아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골목길을 지나던 시민이 아기가 담요에 쌓인 채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지만, 숨졌습니다.

그리고 인천 연수동 교회 앞에 버려진 아이가 한 명 발견됐고, 다행히 빨리 구조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입니다.

같은 날 버려진 아이 세 명의 운명은 이렇게 갈렸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생명과 인권의 문제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를 곧 판단할 예정인데요.

주말 서울 도심에서는 낙태죄 찬반집회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시에 열렸습니다.

양쪽의 주장 들어보시지요.

[안현진 /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 보편적 인권에 기초한 포괄적인 성교육이 표준이 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사회적 낙인 없이 자신의 성적 권리와 재생산 건강을 보장받는 사회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송혜정 /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대표 : 뱃속의 태아들이야말로 가장 작고 힘없는 존재들이며 제일 먼저 보호받아야 하는 1순위 사회적 약자입니다.]

낙태 반대 입장은 생명 윤리가 무너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찬성 측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달라는 주장인데요.

현행법은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처벌하는 '자기 낙태죄'와 수술한 의료인을 처벌하는 '동의 낙태죄'가 있고 의료인에 대한 처벌 수위가 더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임신부와 의사만 범죄자로 규정하며 사실 큰 책임이 있는 남성이 제외돼 있습니다.

[양지열 / 변호사 (뉴스 와이드, 어제) : 일단 낙태죄에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 중의 하나가 여성만 그리고 의료진만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1년 이하라든가 의료진 같은 경우에 2년 이하의 징역을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2012년에 마지막으로 위헌 판단이 한번 있었어요.

그때는 4:4 합헌 판단이 나왔고 이후에 헌법재판관의 구성원의 비율도 조금은 변경되었고,

남성이 처벌에서 제외된 점은 법적으로도 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헌법재판소 구성원의 성향은 어떨까요?

일부 재판관들이 낙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났는데요

다시 보시지요.

[이영진 / 헌법재판관 (지난해 9월 / 국회 인사청문회) : 외국의 사례를 보면 24주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법도 있던데….]

[이은애 / 헌법재판관 (지난해 9월 / 국회 인사청문회) : 지금 현재 낙태 허용 범위는 지나치게 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다음 주가 유력합니다.

2013년 취임한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4월 18일 퇴임하는데, 낙태죄 헌법소원 사건의 주심 재판관이 조용호 재판관입니다.

퇴임 전인 다음 주 목요일인 11일이 유력해 보입니다.

헌법재판은 시대 변화에 맞춰 헌법적 가치가 어떤 것인지, 기준을 제시하는 과정인데요

어떤 판단이든 역사에 기록될 판결이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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