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73] 전세보증금 못 준다는 집주인에게 내용증명 보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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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3.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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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73] 전세보증금 못 준다는 집주인에게 내용증명 보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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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만료일을 두 달 앞둔 날, 고심 끝에 전셋집 구하기를 포기하고 집을 사기로 결정한 뒤 계약금을 지불했다.

전셋집 주인에게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만기일에 보증금을 돌려받고 나가겠다고 문자로 고지했다. 전세 연장 의지가 없다는 의중을 만기일 한 달 이전에 통보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였다.

[해보니 시리즈 73] 전세보증금 못 준다는 집주인에게 내용증명 보내보니

집주인은 "집을 사서 이사한다니 축하한다"면서도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다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세금이 없으면 잔금을 치를 수 없어 당황했지만 아직 날짜가 두 달 가량 남아있어 집주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전셋집을 나가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해 돕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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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생애 첫 집(과 어마어마한 빚)을 얻게 된 기쁨도 잠시,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이 어그러질까 봐 온 신경이 곤두섰다. 집을 계약했던 2017년에는 집주인 동의 없이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기에 보험도 들어놓지 않았다. 지금은 집주인의 동의가 없어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전세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경우 연간 100만 원 범위 내에서 보험료를 세액공제(12%)도 받을 수 있다.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계약금을 날리게 될 수도 있었다. 결국 추후 생길 분쟁에 대비하고자 '내용 증명'을 보내기로 했다. 내용 증명이란 누군가에게 우편을 보낼 때 누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보냈는지 우체국이 확인해 주는 제도다. 내용증명은 일반 우편과는 다른 '내용증명 우편' 형태로 보내야 한다.

내용증명을 보낸다고 곧바로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체국이 발송자가 발송 일자에 내용증명서에 기재된 내용을 수취인에게 발송했음을 증명하기 때문에 추후 당사자 간 분쟁이 생겼을 때 증거로써 소송이나 재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해보니 시리즈 73] 전세보증금 못 준다는 집주인에게 내용증명 보내보니

내용증명은 서류를 3부 작성해 1통은 우체국이 보관하고, 1통은 발신자가 보관하고 나머지 1통은 수신자에게 보내게 된다. 방법은 우체국을 직접 방문해 보내거나 인터넷으로 보낼 수 있다.

여기서 웃돈을 조금 더 내면 상대방이 우편을 받았다는 내용을 문자로 증명하는 '배달증명'도 받을 수 있다. 간혹 내용증명 수신자 가운데는 "그런 사람이 살지 않는다"며 일부러 내용증명을 받지 않고 반송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공시송달제도를 통해 상대방에 전달했다고 갈음할 수 있다. 다행히 집주인은 정상적으로 내용증명을 수신했고 우리에겐 그런 일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해보니 시리즈 73] 전세보증금 못 준다는 집주인에게 내용증명 보내보니

전세 보증금 반환과 관련된 내용증명의 경우 일반적으로 발신자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 주소, 수신자 성명 및 주소, 계약 관계 내용, 받아야 할 액수, 돈을 돌려받겠다는 의사 표시, 구체적인 상황이 들어간다. 만약 보내는 내용증명이 전세금 반환이 아닌 다른 분쟁으로 인한 것이라면 우체국 홈페이지에 있는 예시 양식을 참조할 수 있다.

[해보니 시리즈 73] 전세보증금 못 준다는 집주인에게 내용증명 보내보니

간혹 변호사를 끼고 전세보증금 내용증명을 보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만 제대로 썼다면 개인이 보내도 법적 효력에는 차이가 없다. 물론 변호사가 직접 법률사무소 이름으로 내용증명을 보낸다면 상대방이 받는 압박감은 달라질 수 있겠다.

내용증명을 보낸 뒤 집주인은 전세금을 내려 급하게 다음 세입자를 구했다. 하지만 날짜 조정에 실패해 결국 만기일 전세금 가운데 일부를 돌려받지 못했고 부족한 금액은 급하게 은행과 주변 사람에게 빌려야 했다. 아직 받지 못한 금액은 다음 세입자가 잔금을 치르는 날 받게 될 예정이나, 만에 하나 돌려받지 못해 법적 분쟁이 생긴다면 이 단계에서 앞서 보낸 내용증명이 효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역전세난이 심각해지면서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가운데는 괜히 내용증명을 보냈다가 집주인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걱정하는 세입자도 있다. 그러나 내용증명 발송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자 최소한의 방어라는 점을 집주인도, 세입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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