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고장인가 고의 조작인가...난방비 0원의 진실

단순 고장인가 고의 조작인가...난방비 0원의 진실

2019.02.15. 오후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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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겨울 난방을 했는데도난방비가 전혀 나오지 않은 아파트가 있습니다. 전체 2천 가구 가운데 9백 가구가 그렇습니다. 그럼 난방비는 누가 부담하게 됐던 건지 기획이슈팀이 취재해봤습니다. 한동오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어떤 아파트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기자]
서울 양천구에 있는 신월시영아파트입니다. 대단지인데요. 2000세대가 넘는데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900세대의 난방비가 0원이 나왔습니다. 이 0원이 나온 세대가 난방을 아예 안 쓴 건 아니고요. 실제로 썼는데 그러다 보니 난방비를 낸 주민들이 이 아파트, 0원 세대의 난방비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난방비가 19만 원이 나온 것도 있었고요. 관리비를 다 합치면 40만 원까지 나온 고지서를 받아든 주민도 있었는데 실제 말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아파트 주민 : 너무 난방비가 고르게 안 나오고 쓰는 사람들은 폭탄을 맞고…. 소득도 없고 아들이 생활비 조금 준 거 난방비, 관리비로 다 들어가면 없어요.]

[앵커]
그러니까 해당 가구에서 난방을 사용했으면 내는 게 맞죠. 그런데 난방을 했는데 안 낸 사람도 있고 추가로 더 나왔다는 얘기인데 이게 왜 그런 건가요?

[기자]
계량기 문제로 추정됩니다. 이 아파트는 이제 난방 사용량을 관리사무소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측정을 하는데요. 출입문에 벨 누르는 거 옆에 검침기가 있는데 이 검침기가 고장났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 저희 취재진이 1개동 12층 90여 세대를 전부 다 조사를 했는데 20세대 정도의 검침기가 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계량기가 고장났거나 건전지가 다 닳았을 경우가 있습니다.

[앵커]
계량기가 망가져 있고 그 부분들이 지금 발견이 됐다. 아무래도 일부에서는 이거 일부러 그런 거 아니냐, 이런 주장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래서 일부러 조작을 했을 거다, 이런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주민이 자기네 계량기에 자석을 붙이는 실험했는데요. 자석을 붙이면 이 계량기가 안 오른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해 봤는데 자석을 붙이고 난방을 키고 10분 뒤에 재봤는데 집 안 온도는 1.5도가 올랐는데 계량기가 전혀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량기 내부에 자석이 있어서 이 자석이 닿으면 계량기 수치가 올라가지 않았었던 거죠.

[앵커]
그렇다면 난방비를 꼬박꼬박 내온 주민들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것 같고요. 계량기 조작이 가능하다면 이 부분은 바꾸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사실 요새 나온 계량기들은 자석을 대도 검침 조작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 2000세대입니다. 전체 다 바꾸려면 9억 원 정도 들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요. 아파트 주민들이 아직 동의하지 않고 있어서 아직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 어쨌든 2000세대 중에 거의 반 가까운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 것이라면 바꿔야 될 텐데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관리사무소도 있을 텐데 나서야 되는 거 아닙니까?

[기자]
관리사무소는 또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었는데요. 관리사무소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 : (관리사무소) 직원이 턱없이 부족해요. 목동도 같은 지역난방인데 이 아파트에 비하면 7, 8명 부족해. 타이트하게 운영하니까 고장 나도 갈 수가 없어요. 민원 처리해줘야지, 배터리 교체해줘야지, 사람이 없어.]

[기자]
그래서 실제로 몇 해 전에도 난방비 0원 세대에 대해서 관리사무소가 임의로 부과했습니다. 과거 3개월 평균치 난방비를 내가지고 임의로 내게 한 건데요.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나는 진짜 실제로 쓰지를 않았는데 왜 난방비를 부과를 하냐. 그래서 결국 부과해놓고 다시 돈을 돌려주기도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실제로 난방을 안 쓰거나 집을 비웠던 사람들은 좀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거죠.

[앵커]
난방비 문제 사실 이게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상당히 이슈가 됐었던 문제고 배우 김부선 씨가 이 문제로 상당히 집중적으로 제기하기도 했었고요. 이제 대책이 좀 나올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대책 없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사실 논란을 줄이려면 주민들이 돈을 모아서 계량기를 다 바꾸는 게 맞고요. 사실 계측을 하는 난방공사나 정부 차원에서 돈을 들여서 지원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사유재산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유 재산에 정부 예산을 쓰는 게 좀 부적절하다, 이런 논란도 있을 수 있어서 당분간은 좀 쉽지 않을 전망이고요.

사실 저희 아파트 취재를 하고 나서 다음 날에 관리사무소에서 이 아파트 계량기 0원 세대 건전지를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를 했고요. 구청에서도 좀 추가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난방비 0원. 참 문제가 있습니다, 분명히. 썼는데 안 나온다라는 것은. 앞으로 이 부분이 어떻게 해소가 되어나갈지 또 대책을 세워 나갈지도 관심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한동오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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