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흉기난동' 몰래 신고했는데...신고자만 찾은 경찰 대응 논란

'버스 흉기난동' 몰래 신고했는데...신고자만 찾은 경찰 대응 논란

2019.01.21. 오후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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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흉기난동' 몰래 신고했는데...신고자만 찾은 경찰 대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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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당산역을 지나던 마을버스 안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위협하자 버스에 타고 있던 시민이 몰래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이 신고자만 찾다 철수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이 남성은 마을버스 안에서 커터칼을 휘두르며 주변 승객들에게 행패를 부렸고, "가까이 오지 마라"라고 말하며 욕설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A 씨는 이 사실을 문자 메시지로 경찰에 알렸다. A 씨는 "파란 패딩 입은 남자가 욕설하며 커터칼 들고 있습니다", "저희가 신고한 거 모르게 해주세요"라고 112 문자신고 시스템에 신고했다.

하지만 A 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출동한 경찰이 흉기를 둔 남성을 그대로 두고 신고자부터 찾았다고 토로했다.

A 씨는 "(경찰이) 신고자분 계십니까"라고 큰 소리로 2번 이상 물어봤고 그 와중에도 경찰에서 계속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A 씨는 흉기를 휘두르는 남성을 옆에 두고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신고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신고자를 찾지 못해 버스에서 내리자 A 씨는 경찰을 뒤따라 내린 뒤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했다. 이후 경찰은 흉기를 휘두른 남성에게 간단히 신원확인을 한 뒤 돌려보냈다고 A 씨는 전했다.

경찰 측은 112 신고 문자 시스템 오류로 '흉기를 들고 있다'는 내용 자체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112 신고 시스템에서 문자메시지는 40자 정도만 접수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협 상황에서 신고자를 먼저 찾아내려 했던 경찰 대응에 이어, 글자 수 제한으로 신고 내용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경찰의 황당 해명에 비난 여론은 빗발치고 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신고자의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데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신고자 비밀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라고 사과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사진 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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