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황제 보석' 이호진, 불쌍한 재벌에 배후 세력 주장까지

[취재N팩트] '황제 보석' 이호진, 불쌍한 재벌에 배후 세력 주장까지

2018.12.13. 오전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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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황제 보석' 논란의 주인공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2차 파기환송심이 어제(1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습니다.

어제 재판에선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해야 하는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날 선 공방이 오갔는데요.

이 전 회장 측은 보석은 특혜가 아니며 황제 보석이라는 비판 뒤에는 배후세력이 있다는 주장까지 내놨습니다.

어제 재판에 참석한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권남기 기자!

먼저 황제 보석 비판에 대해 이호진 회장 측이 배후설을 제기했다고요?

[기자]
어제 재판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1시간 10분 정도 진행된 어제 재판에선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보석을 취소해야 하는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공방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은 보석은 재벌 특혜가 아닌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라는 주장을 내놓았는데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며 재판부에 계속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전 회장 측은 특히 태광그룹 수사가 MB 청와대의 하명에 의해 시작됐고, 최근의 황제 보석 논란엔 배후세력이 의심된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앞서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 황제 보석 문제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배후로 지목한 건데요.

이 전 회장 측은 채 의원이 태광과 악연이 있고, 문제 제기 이후 국세청장과 검찰총장까지 나섰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 전 회장이 술집을 오가는 모습 등이 언론에 공개된 것을 두고 재벌이 떡볶이밖에 안 먹느냐고 불쌍하단 이야기도 들었다,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난데없는 주장에 법정에 있던 취재기자들이 재판이 끝난 뒤 이 전 회장에게 배후 세력이 무슨 의미인지 자세히 물었습니다.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은 재판 때와 달리 자신의 추측이라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신용락 / 이호진 前 태광그룹 회장 변호인 : 9월부터 일어난 일들이 제가 합리적으로 추측하면 제일 먼저 움직인 건 채이배 의원이에요. (배후 세력의 정확한 의미가 뭐냐고요.) 추측이죠. 추측.]

이 전 회장 측이 재판에서 거론한 당사자인 채이배 의원은 YTN과 통화에서 강한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과거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부터 태광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분석해 지적했을 뿐, 누구와 짜고 일을 한 적은 없다며 강조했습니다.

[앵커]
어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모습은 좀 어땠습니까.

[기자]
이호진 전 회장은 검은색 양복에 뿔테 안경을 쓰고 법정에 등장했는데요.

전과 달리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입구에서 기다리던 촬영기자들을 피해 법정을 향하다 3층 화장실 앞에서 취재진과 처음 마주쳤습니다.

재판 준비 상황과 건강에 관한 질문에 이 전 회장은 아무런 대답 없이 법정에 앉았습니다.

곧 시작된 재판에선 이 전 회장의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전 회장 측은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아 간 부분은 상당히 관리가 잘 됐지만, 다른 부분은 의사의 관찰과 투약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 전 회장과 같은 암 환자도 현재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용돼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건강 상태는 사생활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전 회장은 재판이 끝난 뒤 법원 출구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섰는데요.

직접 보시죠.

[이호진 / 前 태광그룹 회장 : (어떤 게 죄송하세요?) 이번 일 포함해서 사회에 물의를 빚은 게 죄송합니다."]

이 전 회장은 배후세력 주장이 어떤 의도인지, 보석 유지를 위해 무슨 해명을 내놨는지를 묻는 질문들에 대해 모두 죄송하다는 대답을 내놨습니다.


[앵커]
이 전 회장의 보석 취소 여부는 언제쯤 가려질 전망입니까?

[기자]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출한 보석 취소 검토 요청에 대해 이번 재판에서 제출된 자료와 신문 내용을 종합해 어떤 형태로든지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재판이 다음 달 16일로 잡힌 만큼,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호진 전 회장은 현재 구속집행 정지와 보석으로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1월 4백억 원대 배임과 횡령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같은 해 4월 간암 등을 이유로 풀려났습니다.

7년 넘는 불구속 재판 동안 수감 기간은 두 달 정도에 그쳤는데요.

여기에 최근 법원이 지정한 곳을 벗어나 음주와 흡연을 하는 모습이 언론 보도로 공개되며 이른바 황제 보석이란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서울고등법원에서 YTN 권남기[kwonnk0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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