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이슈] "4억 5천 정도 쯤은?"...윤장현의 의리

[뉴스앤이슈] "4억 5천 정도 쯤은?"...윤장현의 의리

2018.12.10. 오후 1:1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안과의사로서 인술을 베풀고, 시민운동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정치인으로 변신해 광주시장까지 지낸 윤장현 전 시장.

그가 피의자 신분으로 오늘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강신업 / 변호사 (어제, YTN 24) : 작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가죠.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문자를 받게 됩니다. 딸이 사업으로 인해서 돈이 급히 필요하다. 5억 원만 빌려주면 바로 융통해서 갚겠다는 문자였습니다. 그러자 그 전화가 끝나고 나서 당시 윤장현 광주시장이 왔던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확인 전화를 한 것이죠. 그랬는데 권양숙 여사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서 이렇게 전화를 받아서 권양숙 여사라고 얘기한 겁니다. 그래서 본인이 확인됐다고 생각을 한 것이죠. 그러고 나서 21일부터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서 4억 5,000만 원을 보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보이스 피싱에 당한 피해자로 보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왜 그를 피의자로 소환한 것일까요?

문제는 이 시점이 지난 6·13 지방선거의 공천이 이뤄지고 있을 때였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이 때문에 공천을 바라고 돈을 입금했던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윤 전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의리에서 나온 행동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석연찮은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오윤성 /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나는 인간적인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했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사실 이분이 만약에 엄청 가깝다면 진짜 권양숙 여사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하면 될 것이고요. 만약에 그렇게까지 가깝지 않은 사람이라고 한다면 인간 노무현을 그렇게까지 지켜야 할 필요성이 있었겠는가 하는 것이죠. 그래서 두 가지로 보는데 굉장히 순수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현재 망신살이 뻗친 이 상황에서 여러 가지 사태를 의리로 수습을 하고 싶은 수습을 하고 싶은 그런 심리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고요.]

의리를 지킬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데 직접 연락해서 확인을 하지 않은 점이 이상하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윤 전 시장은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전략공천을 받아 안철수계로 구분되고 있었기에 이런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취업 청탁에 관한 의혹입니다.

[박진표 / 사건 최초 보도 광주일보 기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12/5) : 이 사기범이 12월 중순에 윤장현 시장 집무실에 직접 찾아가가지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혼외자들 불쌍하다. 내가 양육하고 있는데 취업 좀 시켜주라고 그렇게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윤 시장이 감성적이고 여리고 하니까 이 사기범이 그런 걸 파고든 것 같아요. 시장실까지 직접 찾아가서 그렇게 했다. 그런 부분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사기범이 직접 나타났습니다.

자신이 권양숙 여사의 부탁으로 있지도 않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취업을 청탁했고, 이에 속아 윤 전 시장은 광주 산하 기관을 향해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아들은 김대중컨벤션 센터의 임시직으로 채용. 딸은 광주의 한 사립 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취업하게 됩니다.

사실 '혼외자'는 사기범의 아들과 딸이었습니다.

어쨌든 이 순간 윤장현 전 시장은 보이스 피싱 피해자에서 취업을 청탁한 혐의의 피의자로 바뀌게 됩니다.

윤 전 시장은 오늘 검찰에 출석하며 자신은 공천을 기대하고 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들어보시지요.

[윤장현 / 前 광주시장 : 처음부터 만약에 공천을 두고 그런 일들이 진행 제안이 되고 이뤄졌다면 당연히 의심을 하고 그런 일들이 이뤄지지 않을 거고...]

하지만 검찰은 권양숙 여사 사칭 사기범이 윤 전 시장에게 재선해야 될 텐데 잘되기를 바란다는 식의 여운을 남긴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공천을 바라고 움직였을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지요.

과연 그가 정과 의리로 살아가는 사람인지, 공천 대가를 지불하려 했던 것인지 윤장현 전 시장을 향한 우리의 판단도 검찰의 수사 이후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