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제징용 재판 막아라"...法-靑-김앤장의 '삼각 거래'

단독 "강제징용 재판 막아라"...法-靑-김앤장의 '삼각 거래'

2018.12.03. 오전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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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이 처음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게 된 이유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강제징용 재판 관여 의혹 때문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도 '김앤장' 단어가 4차례 등장합니다.

이번 압수수색 배경과 의미, 양일혁 기자가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2012년, 대법원은 일본 전범 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일본과의 관계를 우려해 재판개입에 나선 박근혜 정부 요청에 양승태 사법부는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일본 기업 측 소송 대리를 맡은 김앤장도 여기에 발맞췄습니다.

우선, 양승태 사법부가 2013년 8월과 9월 접수된 강제징용 재상고심 판결을 늦추기 위해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기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습니다.

김앤장은 이를 예상이라도 한 듯 심리불속행 기간이 지난 2014년 5월에야 뒤늦게 소송위임장과 상고이유서를 제출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돌려 재판을 지연하는 과정에도 김앤장이 등장합니다.

외교부가 반일 정서 등 여론을 의식해 의견서 제출을 미루자 임종헌 전 차장은 김앤장을 통해 재촉에 나섭니다.

2015년, 임 전 차장은 김앤장의 한 모 변호사에게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촉구하는 서면 작성을 요청합니다.

이듬해에는 김앤장 소속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접촉해 외교부 의견서를 독촉했습니다.

이후 김앤장 측도 바쁘게 움직입니다.

2016년 10월 대법원에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촉구했고, 한 달 뒤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하자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돌리는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결국, 소송 당사자인 강제징용 피해자만 배제한 채 대법원과 청와대, 김앤장이 재판에 개입하는 모습이 공소장에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이희자 /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 (지난달 7일) : 대법원에서 청와대와 외교부, 김앤장, 이런 거래가 있었다고는 전혀 생각도 못 했어요. 대법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정말 이런 나라가 있었나…]

현재 국내에 진행 중인 강제징용 소송 10여 건을 김앤장이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앤장 측은 공식적인 언급을 피한 채 검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강제징용 재판 연기를 두고 당시 대법원을 비롯해 청와대와 김앤장의 삼각 고리가 얼마나 밀접하게 움직였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YTN 양일혁[hyuk@ytn.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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