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규모 난개발의 습격...매장문화재 SOS 지도

단독 소규모 난개발의 습격...매장문화재 SOS 지도

2017.08.28. 오전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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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역사 유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곳곳에 많은 매장문화재가 있죠.

그래서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 공사는 의무적으로 사전에 문화재 조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요.

매장문화재 구역에 가까운데도 면적이 작다는 이유로 무작정 진행된 공사들이 있습니다.

그 넓이를 합하면 경기도와 인천에만 축구장 크기 2,500배를 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데이터저널리즘팀 함형건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17세기 중반 조선 시대, 지금의 차관보격인, 예조 참의와 이조 참의 등을 지낸 추담 유창 선생의 분묘지입니다.

비석들이 송두리째 뽑힌 채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종중 내부의 혼선으로 제3자에게 매각된 분묘지에는 전원주택 건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추담 선생 후손 : 그 심정이라는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참담하고 비통하고….]

가정집 뒷마당을 살펴보니, 조그만 도자기 파편이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고려 시대 도자기 가마터 인근이기 때문인데, 주변에는 빌라가 즐비하게 들어섰고, 앞으로도 추가로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옛 도자기 가마터 인근 주민 : 파편이 나오는데 너무 많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는 생각을 했었고요.]

지금 보신 사례들은, 건축공사가 이뤄져도 별다른 문화재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인 곳입니다.

문화재청은 매장 문화재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영역을 지도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는데요.

그 바깥 지역이 문제입니다. 여기에도 유물 유적이 나올 수 있지만, 사업면적이 3만 제곱미터 이상의 대형 공사만 문화재 지표 조사 대상입니다.

즉 축구장 4배 정도가 넘는 규모의 건축공사만 관리하는 겁니다.

이런 공사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봤습니다.

지난 1999년 이후 전국 신축 공사 118만 건을 분석했는데요.

사업면적 3만 제곱미터가 넘는 공사는 건수로는 0.2%, 면적 비율로는 29%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중소형 공사 상당수는 방치된 셈입니다.

YTN 데이터 저널리즘팀은, 고고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매장문화재 구역에서 각기 100m 혹은 300m, 500m 이내여서 상대적으로 더 관심을 두어야 할 영역을 설정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더 세부적인 공간 분석을 했습니다.

결과를 볼까요?

무작정 진행된 소규모 건축공사들의 분포가 드러나는데요.

여기에 나타나는 노란 점들을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방위로 누적돼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2007년, 2008년을 전후해 가장 빠르게 확산했고, 최근 수년 동안에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화재가 훼손됐는지 여부도 모른 채 땅을 파헤치고 있는 "깜깜이 공사"인 셈인데요.

경기도와 인천지역만 21,200여 건, 축구장 2,500배가 넘는 면적입니다.

[경기도 00시 문화재 담당 공무원 : (면적 3만㎡ 미만 공사 때문에) 확률적으로 어마어마하게 훼손됐을 겁니다. 틀림없이 전국적으로 봐서는 얼마든지 훼손됐을 가능성은 어마어마하죠. 틀림없이 그랬을 겁니다. 어디든지 간에.]

[이남규 / 한국고고학회 회장/ 한신대 교수 : 3만㎦ 미만의 공사에서는 어떤 유적이 파괴됐는지 정확한 검토 분석을 해서 새로운 면적의 설정과 제도의 정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깜깜이 건축공사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매장문화재 SOS 지도를 공개했습니다.

아울러 소규모 난개발을 걸러내지 못하는 현행 매장문화재 보호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과 대안을 조명해나갈 예정입니다.

YTN 함형건[hkhah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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