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초등학생이 아프다②] 학교폭력,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다

실시간 주요뉴스

사회

[초등학생이 아프다②] 학교폭력,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다

2017년 06월 28일 16시 25분 댓글
글자크기 조정하기
[초등학생이 아프다②] 학교폭력,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다
▲ A 군의 폭행 피해 사실이 담긴 CCTV 화면

초등학교 학교 폭력은 미래에 일어날 더 큰 폭력의 예고장과 같다.
최근 불거진 숭의초등학교 학교 폭력은 연예인과 재벌의 자녀가 가해자로 가담해 화제가 되었지만, 여기서 우리가 읽어내 할 문제는 연예인이나 재벌의 '갑질'이 아니라 초등학교 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태도다.

피해자, 가해자, 학교 모두 '억울한' 학교폭력

학교폭력 피해자 A 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작년에 겪었던 학교 폭력 때문에 아직도 화가 나고 우울하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아들이 같은 반 아이에게 구타당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지만 학교는 가해 학생에게 봉사활동 5시간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초등학생이 아프다②] 학교폭력,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다

▲ J 초등학교 학교폭력 자치위원회 회의록

A 군은 사건 이후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고, PTSD 증상을 보여 6개월간 약물치료와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병원의 소견을 받았다.
그러나 가해자 부모는 "아이들끼리 그럴 수 있다"는 말로 사과도 치료비 부담도 하지 않았고, 학교 역시 이미 학교폭력 자치위원회에서 처벌까지 모두 끝낸 상황이라 다시 관련 사건을 꺼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A 군의 아버지는 "무려 1년을 괴롭힘당하다가 CCTV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는데 봉사활동 5시간이라니…. 결국,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은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학교는 가해자와 반을 분리했지만 최근에는 체육 시간이 겹쳐 운동장에서 마주치기도 한다. 가해자는 여전히 A 군을 '툭툭' 치며 지나간다.

[초등학생이 아프다②] 학교폭력,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다

문제는 교육부가 교사에게 학교폭력에 관해서 '이중적인 태도'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A 교사는 "학교폭력 법이 너무 엄하고,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다 보니 학생에게 '낙인'을 찍는다고 생각이 들기는 한다. 피해자 부모는 당연히 억울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A 중학교 교사는 문제는 우리나라 '교원 교육'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교사들에게 인자해야 한다, 너그러워야 한다, 선생은 용서를 해야 한다"고 배우는데 학교폭력 법만은 '용서와 인내'를 기본으로 하는 교사들에게 법률적인 처벌을 강조한다.

교육부의 지침이 "교육적으로 처벌하지 말고 법률적으로 처벌하라"이라서 학교폭력에 대해서만큼은 옴짝달싹 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한마디로 교육자는 학교폭력 앞에서는 '법률적인 모드'로 전환해서 인내를 해야 한다는 기존의 교육을 뒤집어야 한다.

일선 교사들은 학교 폭력법이 개정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낯설어하고 적응을 못 하고 있다. 학교폭력 법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교사상'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 보니 교사들도 힘들어한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과 실태 조사가 희박하다 보니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학폭위는 전문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한 교사는 "학폭위는 결국 법률적 처벌인데,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짜리 데려다 놓고 법률적인 처벌을 한다고 하니 미진한 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초등학생이 아프다②] 학교폭력,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다시 마주친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학교폭력의 이후, 지속적인 관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학교폭력 피해자는 학군을 옮겨 전학을 가지 않는 이상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다시 가해자를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주로 피해자가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다.

한 중학교 교사는 "초등학교에서 학교 폭력으로 전학 조치가 되면 다른 학교로 배치를 받지만 그런 일은 드물다. 결국, 같은 중학교에 배정받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초등학교 학교폭력을 중학교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피해 학생이나 학부모가 미리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중학교에서 관련 사실을 전혀 모르고 최악의 경우 같은 반에 배정되기도 한다.

일선 중학교 교사는 "잔인하게도 가해자 일부는 한번 괴롭힌 애는 계속 내 손아귀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럴 때는 물리적으로 거리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주 큰 사건 아니고서는 자신이 초등학교 폭력 피해자나 가해자라는 걸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초등학생이 아프다②] 학교폭력,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다

결국 당사자가 애써 호소하지 않는 이상 관련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어 2차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학교 폭력이 밝혀져 관련자 처벌 이후에도 학교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피해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초등학교 학교 폭력은 개별사건이 아니라 긴 폭력의 시작이다

[초등학생이 아프다②] 학교폭력,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다

또한, 이달 (재)푸른나무 청예단이 공개한 2016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초등학교 5학년이나 6학년부터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처음 학교폭력을 겪은 시기도 초등학교 4학년 때라는 응답이 14.9%, 초등학교 3학년 때 겪었다는 응답도 3%가 넘는다. 조사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은 조사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어 학교폭력을 처음 겪은 연령대는 더 낮아질 수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은 '우발적'이 아니라 지금껏 폭력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았던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경우도 많다.

특히 초등학교 학교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아직 어리고 몰라서 일어난 일일 뿐 '폭력'은 일어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학교에서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초등학교에서의 카카오톡 집단 따돌림이나 언어폭력도 학교폭력의 '출발점'이라고 봐야 중·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큰 폭력사건을 막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기간은 12년에 이른다.

[자료제공 = (재)푸른나무 청예단]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저작권자(c) YTN & YTN plu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