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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우유 한잔 점심엔 패스트푸드, 쫓기는 사람처럼 시곗바늘 보면서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 경적소리 어깨를 늘어뜨린 학생들 THIS IS THE CITY LIFE 아무런 말 없이 어디로 가는가. 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 - 신해철 ‘도시인’ (1993) -
가수 신해철이 묘사했던 1993년 도시인의 모습이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비슷한 모습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세상이 더 진화해 소위 초연결사회를 살고 있다는 것.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주요 뉴스를 본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내 생각을 올리면 수많은 친구가 화답하고 공감한다. 때로는 가슴 아픈 사연을 읽고 공유나 기부를 통해 사회문제에도 참여한다. 떨어져 지내는 가족과도 카카오톡으로 매일 안부를 주고받고,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했던 오랜 친구와도 마치 가까이 있는 듯 일상을 공유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뿐 아니라 사람과 사물, 데이터가 인터넷을 매개로 연결된 초연결사회.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보다 더 행복할까?
"SNS를 통해 모두가 연결돼 있지만 많은 사람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SNS에서 끊임없이 연결되고 싶어 하고, 공감하고 싶어 하지만 마음의 공허함은 여전합니다.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하기 위해서인데, 마음이 행복해야 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너무 못하고 사는 거죠. 지금도."
정신과 전문의 홍창형 교수는 초연결사회에서의 행복론을 이야기한다. 이제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됐지만 정신건강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 국민은 태어나서 사망할 때까지 100명 가운데 28명이 12가지 주요 정신질환 가운데 한 가지를 앓게 된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 통계, 2011)
소아청소년기에는 소아 우울과 인터넷 중독, ADHD가 가장 많고, 청장년기에는 알코올 중독과 니코틴 중독, 불안장애, 기분장애, 조현병 발병률이 높다. 노년기에는 수면장애, 우울증, 치매, 화병이 대표적인 정신질환이다. 그러나 정신과를 찾는 등 정신보건서비스 이용률은 15%에 불과하고, 치매나 우울증도 부정적 인식 때문에 조기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치료 기간과 연간 사회적 비용도 매년 늘어 20조 원이 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홍창형 교수는 직접적인 인간관계를 SNS가 대체하면서 더 고립되고 개인화된 디지털 환경에서 마음 건강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신건강, 질환의 문제는 숨겨져 왔거든요. 그래서 접근이 매우 어려웠는데 디지털 환경에서는 익명으로 카톡을 통해 전문가와 상담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또 공공, 민간별로 흩어져 있는 정신건강서비스와 프로그램을 한곳에 모두 모아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연결할 수 있어요. 그럼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고 서로 도울 방법이 생겨나는 거죠."
그래서 개발한 것이 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의 마음건강로드맵 애플리케이션이다. 3분 만에 나의 정신건강을 진단해 3일 안에 전문가와 상담을 거쳐, 3개 이상의 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 이 앱의 목표.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남성과 여성, 연령대를 선택한 뒤 15가지 질문에 답하면 생애주기별 12개 정신질환을 기준으로 나의 정신 건강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측정할 수 있다. 그다음 더 상담이 필요하면 카카오톡으로 전문가와 비밀 상담을 통해 나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소개받고, 필요하면 정신과 전문의가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찾아와 직접 상담을 해준다. 이 모든 것은 무료. 수원시의 100여 가지 정신건강 서비스를 기반으로 설계한 앱이지만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도 전문가와의 상담이 가능하고, 스스로 내 마음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100차례가 넘는 회의를 거쳐 10차례 업데이트를 했고, 앞으로도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홍창형 교수에게 마음건강로드맵의 필요성과 기능,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마음건강로드맵 애플리케이션, 쓸만할까요?
디지털 기술과 보건행정이 만나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간편해서 접근성이 좋으니까 이용률이 높아지고, 통합관리가 가능해요. 그리고 맞춤형이죠. 치료의 개념에서 예방으로 전환하자는 거예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국민 1/4명이 정신질환이 있다며 디지털 정신건강서비스를 선언하고 정신건강을 정책적 우선순위에 두겠다며 6,700만 파운드(940억 원)를 투자해서 온라인으로 증상을 점검하고 필요한 정보를 주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그걸 보고 우리도 할수 있다 생각한 거죠.
Q. 왜 이런 일을 하시고 싶었는지 궁금한데요.
그냥 하고 싶은 거예요 (웃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요. 몇년 전 일본 사이타마 현의 작은 도시인 와코시를 방문한 일이 있어요. 거기 공무원 한 사람이 치매 통합관리사업을 시작했는데, 기관의 서비스를 찾아 모아서 필요한 서비스를 치매 환자에게 연결해 줬죠. 그것이 일본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기반이 됐어요.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났냐 하면 통합시스템이 되니까 정부 재정이 절반으로 줄고 서비스를 제공 받는 국민은 늘어난 거죠. 그렇지만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떤 지자체나 정부라도 정신건강서비스를 수동으로 연계시키기고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나 디지털에서는 가능하죠.
Q. 정신건강 서비스 말고 우리가 이 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이 앱을 통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알았으면 좋겠어요. 아, 내가 지금 마음이 아픈 거구나. 우울하구나. 나를 도와줘야겠다. 그런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Q. 앱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한데요?
정신건강통합시스템을 하는 게 목표예요. 저는 그걸 꼭 해보고 싶어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최적화된 국가의 정신건강서비스를 누구나 무료로 받는 것이죠.
Q. 앞서 수원시뿐 아니라 다른 지역 분들도 비밀 상담이 가능하다고 하셨는데요. 수원시의 한정된 정신건강 공공재로 전국을 커버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많이 홍보해 주세요. 저희가 밤을 새워서라도 다 응대하고 서비스를 만들겠습니다. 이 앱이 잘된다고 해서 저희 수원시 정신보건 예산이 늘어나지는 않을겁니다. 그렇지만 수요가 늘어나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날 거예요. 조직이나 예산은 수요라는 필요성에 의해 늘어납니다. 인식의 변화가 없으면 정신보건사업을 발전할 수 없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이 기쁨이라고 생각해요.
YTN 홍상희 기자 (san@ytn.co.kr)
홍창형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중앙자살예방센터장
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장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가수 신해철이 묘사했던 1993년 도시인의 모습이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비슷한 모습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세상이 더 진화해 소위 초연결사회를 살고 있다는 것.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주요 뉴스를 본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내 생각을 올리면 수많은 친구가 화답하고 공감한다. 때로는 가슴 아픈 사연을 읽고 공유나 기부를 통해 사회문제에도 참여한다. 떨어져 지내는 가족과도 카카오톡으로 매일 안부를 주고받고,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했던 오랜 친구와도 마치 가까이 있는 듯 일상을 공유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뿐 아니라 사람과 사물, 데이터가 인터넷을 매개로 연결된 초연결사회.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보다 더 행복할까?
"SNS를 통해 모두가 연결돼 있지만 많은 사람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SNS에서 끊임없이 연결되고 싶어 하고, 공감하고 싶어 하지만 마음의 공허함은 여전합니다.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하기 위해서인데, 마음이 행복해야 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너무 못하고 사는 거죠. 지금도."
정신과 전문의 홍창형 교수는 초연결사회에서의 행복론을 이야기한다. 이제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됐지만 정신건강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 국민은 태어나서 사망할 때까지 100명 가운데 28명이 12가지 주요 정신질환 가운데 한 가지를 앓게 된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 통계, 2011)
소아청소년기에는 소아 우울과 인터넷 중독, ADHD가 가장 많고, 청장년기에는 알코올 중독과 니코틴 중독, 불안장애, 기분장애, 조현병 발병률이 높다. 노년기에는 수면장애, 우울증, 치매, 화병이 대표적인 정신질환이다. 그러나 정신과를 찾는 등 정신보건서비스 이용률은 15%에 불과하고, 치매나 우울증도 부정적 인식 때문에 조기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치료 기간과 연간 사회적 비용도 매년 늘어 20조 원이 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홍창형 교수는 직접적인 인간관계를 SNS가 대체하면서 더 고립되고 개인화된 디지털 환경에서 마음 건강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신건강, 질환의 문제는 숨겨져 왔거든요. 그래서 접근이 매우 어려웠는데 디지털 환경에서는 익명으로 카톡을 통해 전문가와 상담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또 공공, 민간별로 흩어져 있는 정신건강서비스와 프로그램을 한곳에 모두 모아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연결할 수 있어요. 그럼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고 서로 도울 방법이 생겨나는 거죠."
그래서 개발한 것이 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의 마음건강로드맵 애플리케이션이다. 3분 만에 나의 정신건강을 진단해 3일 안에 전문가와 상담을 거쳐, 3개 이상의 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 이 앱의 목표.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남성과 여성, 연령대를 선택한 뒤 15가지 질문에 답하면 생애주기별 12개 정신질환을 기준으로 나의 정신 건강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측정할 수 있다. 그다음 더 상담이 필요하면 카카오톡으로 전문가와 비밀 상담을 통해 나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소개받고, 필요하면 정신과 전문의가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찾아와 직접 상담을 해준다. 이 모든 것은 무료. 수원시의 100여 가지 정신건강 서비스를 기반으로 설계한 앱이지만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도 전문가와의 상담이 가능하고, 스스로 내 마음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100차례가 넘는 회의를 거쳐 10차례 업데이트를 했고, 앞으로도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홍창형 교수에게 마음건강로드맵의 필요성과 기능,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마음건강로드맵 애플리케이션, 쓸만할까요?
디지털 기술과 보건행정이 만나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간편해서 접근성이 좋으니까 이용률이 높아지고, 통합관리가 가능해요. 그리고 맞춤형이죠. 치료의 개념에서 예방으로 전환하자는 거예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국민 1/4명이 정신질환이 있다며 디지털 정신건강서비스를 선언하고 정신건강을 정책적 우선순위에 두겠다며 6,700만 파운드(940억 원)를 투자해서 온라인으로 증상을 점검하고 필요한 정보를 주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그걸 보고 우리도 할수 있다 생각한 거죠.
Q. 왜 이런 일을 하시고 싶었는지 궁금한데요.
그냥 하고 싶은 거예요 (웃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요. 몇년 전 일본 사이타마 현의 작은 도시인 와코시를 방문한 일이 있어요. 거기 공무원 한 사람이 치매 통합관리사업을 시작했는데, 기관의 서비스를 찾아 모아서 필요한 서비스를 치매 환자에게 연결해 줬죠. 그것이 일본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기반이 됐어요.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났냐 하면 통합시스템이 되니까 정부 재정이 절반으로 줄고 서비스를 제공 받는 국민은 늘어난 거죠. 그렇지만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떤 지자체나 정부라도 정신건강서비스를 수동으로 연계시키기고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나 디지털에서는 가능하죠.
Q. 정신건강 서비스 말고 우리가 이 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이 앱을 통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알았으면 좋겠어요. 아, 내가 지금 마음이 아픈 거구나. 우울하구나. 나를 도와줘야겠다. 그런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Q. 앱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한데요?
정신건강통합시스템을 하는 게 목표예요. 저는 그걸 꼭 해보고 싶어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최적화된 국가의 정신건강서비스를 누구나 무료로 받는 것이죠.
Q. 앞서 수원시뿐 아니라 다른 지역 분들도 비밀 상담이 가능하다고 하셨는데요. 수원시의 한정된 정신건강 공공재로 전국을 커버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많이 홍보해 주세요. 저희가 밤을 새워서라도 다 응대하고 서비스를 만들겠습니다. 이 앱이 잘된다고 해서 저희 수원시 정신보건 예산이 늘어나지는 않을겁니다. 그렇지만 수요가 늘어나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날 거예요. 조직이나 예산은 수요라는 필요성에 의해 늘어납니다. 인식의 변화가 없으면 정신보건사업을 발전할 수 없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이 기쁨이라고 생각해요.
YTN 홍상희 기자 (san@ytn.co.kr)
홍창형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중앙자살예방센터장
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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