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란 '예전에'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

페미니스트란 '예전에'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

2017.03.02.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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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 국립국어원은 2016년 4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 내용을 공개했다 '열차표' '영화 표' '와닿다' 등이 새로운 표제어로 추가됐고, 일부 단어의 뜻풀이가 수정·추가됐다.

총 32개의 수정·추가 항목 중 눈에 띄는 것은 '페미니스트'의 정의다. 이번 수정 사항이 적용되기 전 국립국어원은 페미니스트를 '「1」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 「2」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국립국어원은 이번 개정에서 페미니스트의 두 번째 뜻풀이를 수정했는데 '「2」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2」예전에,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던 말'로 수정했다.

그러나 수정된 뜻풀이가 공개된 직후 국립국어원은 논란과 비난에 휩싸였다. 굳이 '예전에'라는 표현까지 덧붙여가며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던 말'이라는 정의를 남겨놓았기 때문.

페미니스트에 대한 정의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2015년에도 페미니스트의 정의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인 바가 있다. 당시 페미니스트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정의는 '「1」여권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2」여성을 숭배하는 사람. 또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였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을 숭배하는 사람'이라는 표현과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라는 왜곡된 정의가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여지가 있다."며 국립국어원에 정의 변경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 제출 이후 약 5개월이 지난 2015년 6월, 국립국어원은 페미니스트의 정의를 일부 수정했지만,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라는 정의는 유지했다. 이 때문에 당시 여성 인권 단체 사이에서는 "국립국어원이 여성 인권과 성 평등 의식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었다.

여성운동을 펼치는 이들은 '페미니즘'을 단순히 '성차별'의 문제로 정의하지 않는다. 이들이 정의하는 페미니즘은 '계급, 인종, 종족, 능력, 성적 지향, 지리적 위치, 국적 혹은 다른 형태의 사회적 배제와 더불어 생물학적 성과 사회문화적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정치적 의제들'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국립국어원이 1년 9개월 전의 논란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 김선철 과장은 YTN PLUS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되는 2번 뜻은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언어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과거 언중의 의식과 쓰임의 역사를 기록한 것일 뿐, 페미니즘을 왜곡하거나 호도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의도와 다르게 해석돼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현재로써는 수정하거나 개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어에 대해 가장 권위 있는 국가기관인 국립국어원이 최근 들어 더욱 거세지는 성별갈등, 여성혐오와 안티페미니즘 현상을 고려했더라면, 수정안 발표에 있어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던 것 같다'는 안타까움 섞인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YTN PLUS 김성현 모바일PD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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