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세뱃돈, 꼭 '돈'으로 줘야 할까?

설날 세뱃돈, 꼭 '돈'으로 줘야 할까?

2017.01.28.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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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설날이 다가왔다. '설날' 하면 떠오르는 것? 세뱃돈이다. 아이들은 세뱃돈에 설레고 어른들은 세뱃돈을 미리 준비하는 설날 풍경이 자리를 잡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직장인 1,6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번 설 경비에서 세뱃돈이 차지할 비중은 40%를 웃돌 것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응답자들의 예상 세뱃돈 지출은 평균 17만 1000원.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생에 취업준비생인 친척에게까지 세뱃돈을 주다 보면 새로 뽑은 지폐는 어느새 모두 사라지고 만다.




(▲ 시대에 따라 달라진 한국의 설날 풍경/ YTN)

세배했다고 돈을 줬던 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말도 나온다. '세배를 받으면 돈을 줘야 하는 걸까?' 우선 세뱃돈을 주게 된 유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과거에는 세배를 한 뒤 반드시 돈을 받은 건 아니었다. 집안 어른이 설날 문안을 대신 전하도록 집안의 아이들을 보내면 상대방은 답례로 아이에게 떡이나 과일 같은 선물을 보내곤 했다.

혹은 돈을 주더라도 '세뱃값'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18세기 정조 때 쓰인 것으로 추정된 '경도잡지'에 따르면 조선시대 양반가 여성들은 설날에 어린 여자 노비를 대신 일가친척에게 보냈고, 문안을 받은 집에선 반드시 어린 노비에게 세배상을 차려주거나 차비로 돈을 주는 '문안비(問安婢)' 풍속을 따랐다.

세뱃값으로 주는 돈에 대한 가장 명시적인 기록은 조선 말기 문신 최영년의 시집 <해동죽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당 글에는 "옛 풍속에 설날 아침이면 어린아이들이 새 옷을 입고 새 주머니를 차고, 친척과 어른들께 세배를 드린다. 그러면 어른들이 각각 돈을 주니 이를 '세배갑'이라 한다"고 적혀있다.




(▲ 지난해 4월 스리랑카의 설날 풍경과 세뱃돈 문화를 소개하는 YTN 영상)

세뱃돈 문화, 이렇게 다양하다!

이렇듯 한국의 세뱃돈 문화는 190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반면 중국은 송나라 때부터 음력 1월 1일이면 결혼하지 않은 자녀에게 붉은 봉투에 담긴 돈을 건네줬다. 악귀와 불운을 물리친다는 의미에서 반드시 홍바오(紅包·붉은 주머니)를 썼는데, 이는 굳이 설날뿐만 아니라 결혼, 출생 때도 사용했다.

한국의 세뱃돈 문화와 사뭇 다른 세뱃돈들도 많다. 일본의 경우 절을 하지 않고 새해 인사만 나눈 뒤 어른이 아이에게 어른 손바닥 반만 한 작은 봉투에 담은 ‘도시다마(年珠)’라는 세뱃돈을 준다. 몽골에선 반대로 설날에 아이들이 세배한 뒤 '하닥'이라는 천에 세뱃돈을 싸서 어른에게 드린다.

또한, 지폐 단위가 달라지거나 금융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세뱃돈 문화도 천차만별이 됐다. 중국의 2010년 이후 출생 세대들은 현금보다 주식을 받는 게 대세가 됐고, 심지어 세뱃돈을 모바일로 결제하는 시장이 지난해 100억 위안 규모에 달했다. 한국에서도 모바일 세뱃돈 서비스, 백화점 모바일 현금 서비스 등이 설날에 맞춰 등장하는 추세다.




(▲ 지난해 설날 풍경을 시청자들 제보로 소개하는 YTN 영상)

이처럼 세뱃돈은 시대에 따라, 사회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띠었다. 하지만 '새해를 맞아 안부를 건넨다'는 본래 취지는 어느 문화권이든 같았고, 그래서 세뱃돈이 부담인 현실이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설만큼은 세뱃돈 생각 이전에 서로에게 먼저 덕담을 나누는, 돈이든 선물이든 마음으로 먼저 안부를 묻는 훈훈한 풍경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YTN PLUS 김지윤 모바일PD
(kimjy827@ytnplus.co.kr)
[사진 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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