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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장애인을 보기 힘든 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길거리, 카페, 직장에서 장애인을 보는 경우가 드물다는 뜻이죠.
잠시 다리에 깁스해봤거나 휠체어를 타본 사람은 그 이유를 압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장애인들이 다니려면 문턱, 계단, 경사, 점자가 없는 거리를 산처럼 누벼야 합니다. 사소한 단위에서 이미 난관을 겪는 이들은 점차 제한된 반경에 머무르며 '사소한'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합니다.
(▲ 부산 서면에서 휠체어 체험을 하는 영상/ ALT X Muui)
이런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이들은 '유니버셜 디자인(UD)'에 신경 씁니다. 유니버셜 디자인이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편리한 디자인을 의미합니다. 1980년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이자 장애인 건축가인 로널드 메이스(Ronal L. Mace)가 처음 주장했습니다.
오래도록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 단어이기도 합니다. 힘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지렛대식 문손잡이, 통화할 수 없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메시지 기능, 아이들을 위해 낮아진 세면대 등 일상적인 소재도 그 기원에 유니버셜 디자인이 있습니다. 근래 들어 과학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유니버셜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재탄생합니다.
(▲ 손동작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숟가락/ 번역: 한국다양성연구소)
특히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할수록 모두가 함께 편해진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난해 테드(Ted) 강연에서 인권변호사이자 설계디자이너인 엘리제 로이는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이 모두에게 사랑받은 경험을 나눴습니다. 그는 10살 이후 청력을 완전히 잃었는데, 목조작업용 기계를 사용하며 기계가 작업을 끝내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게 불편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계기로 로이는 특수보안경을 만듭니다. 기계가 작동을 멈추면 소리 대신 진동으로 상황을 알려주는 디자인이 가미된 안경입니다. 예상과 달리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이 제품을 선호했습니다. 로이는 강연을 통해 "만약 우리가 발상을 전환해서 처음부터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을 한다면 모두가 쉽고 편하게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인권변호사 엘리제 로이의 테드 강연 'When we design for disability, we all benefit(장애인을 위해 디자인하면 모두가 편하다)', 영상 하단에 자막 버튼이 있습니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이제 장애인에서 아동, 종교적 소수자까지 고려하는 환경을 고민합니다. 계단 옆에 자전거를 끌고 갈 수 있는 경사길이 생긴 것도 자전거 이용객들을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입니다.
무심코 넘어갔다면 알 수 없었을, 하지만 분명 누군가에겐 불편했을 일상을 디자인으로 바꿔 가는 움직임. '모두'를 위한 사회를 만드는 유니버셜 디자인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YTN PLUS 김지윤 모바일PD
(kimjy827@ytnplus.co.kr)
[사진 출처= Muui, Liftware Mashable, 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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