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문화의 변천사...'포스트잇'에 담긴 의미는?'

추모 문화의 변천사...'포스트잇'에 담긴 의미는?'

2016.06.01. 오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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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하는 '추모'.

추모의 방식은 사회를 투영하는 하나의 거울이라고 하죠.

우리의 추모문화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요?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됐던 여중생 효순이 미선이 사건 기억하시죠.

촛불 추모는 이때 처음 등장했습니다.

시민 수만 명이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고 여중생들의 무고한 죽음을 슬퍼했습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추모 현장에서도 어김없이 이 '촛불' 이 거리를 밝혔죠.

2014년 4월에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노란 물결이 퍼졌습니다.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의미에서 곳곳에 묶어두었던 노란 리본, 이제는 세월호 참사의 상징이 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현장에는 붙이는 메모지, '포스트잇' 추모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강남역 인근 묻지마 살인사건 직후, 강남역 10번 출구 주변은 색색의 포스트잇으로 거대한 물결을 이뤘습니다.

피해 여성에게 전하는 위로와 애도의 메시지가 빼곡했는데요.

구의역 사망사고 현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고인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추모의 물결에 동참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요?

SNS와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요즘 시대.

포스트잇을 통한 '손편지'는 조금 낯설어 보입니다.

끊임없는 경쟁에 내몰리는 시대에서 누군가와 정서적 교감을 이루기는 쉽지 않죠.

이런 메마른 사회 현실이, 역설적으로 가장 익숙했던 과거의 풍경, 그러니까 손글씨를 되살려 놓고 있다는 건데요.

자신의 마음을 담은 손글씨를 통해 뜻을 전하는 방식이 바로 이 '포스트잇' 이라는 겁니다.

[양지민 / 변호사 : 요새 접하는 뉴스 중에 가장 울컥하고 감정이 무거워지는 그런 뉴스 같아요. 그래서 저같이 울컥하는 분들도 당연히 많으실 것이고.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곳을 매일같이 출근을 하면서 출근길에 지나치는 시민들의 입장도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시민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국화꽃 한 송이를 건네고...]

수십 장의 추모 쪽지가 붙어 있는 구의역.

이번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용역업체 직원 김 모 씨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추모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김현각 / 추모객 : 젊은 나이에 꿈을 펼쳐야 하는데 펼치지도 못하고 바로 안타깝게…]

[최경은 / 추모객 : 오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친구들 다 20살 초반이거나 그래서…. 그냥 그랬을 뿐인데 목숨을 잃을 정도로…]

시민들은 이번 사고를 어느 때보다 자신의 일처럼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추모 분위기에는 대변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세상을 떠난 고인을 대신해 미처 못다 한 말을 대신하고 있다는 겁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과 구의역 사망 사고 추모 행렬에 참여한 시민들을 살펴보면 특히 여성과 20~30대 젊은 층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에서 불평등하게 차별 대우는 받는 약자들, 이른바 마이너리티들의 공감과 불안이 포스트잇을 통해 현실 공간에서 극적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마이너리티 세대의 공감이 강남역 사건에선 여성에게, 구의역 사고에선 비정규직 청년에게 투영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공감은 젊은 세대를 뛰어넘어서도 해당이 됩니다.

바로 내 가족이 당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웅혁 /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인 것이죠. 강남역 살인사건도 나의 딸, 나의 동생, 나의 누나가 당할 수도 있다라고 하는 그와 같은 공감대.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도 우리의 동생, 우리의 아들이 여러 가지 경제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공감력.]

과거에는 피해자 애도 자체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면, 이제는 추모 속 공감이라는 인식이 더 강한 편입니다.

특히 이번 구의역 사건에서는 스무살 비정규직 근로자가 희생돼 비정규직의 불평등한 죽음이라는 공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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