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新노년'엔 어떤 집에 살까? 요즘 트렌드는 '넓은 주방'

은퇴 후 '新노년'엔 어떤 집에 살까? 요즘 트렌드는 '넓은 주방'

2025.04.28. 오후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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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에 살 집 계획할때 하는 가장 큰 착각,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거다', '난 부지런하고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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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FM 이익선 최수영 이슈앤피플]
□ 방송일시 : 2025년 4월 28일 (월)
□ 진행 : 이익선
□ 출연자 : 건축가 노은주, 임형남 (가온 건축)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익선: 차 한 잔의 작은 여유 쌀롱 드 상암이 왔습니다. 2034년까지 연평균 88만 명이 은퇴를 앞두고 있답니다. 은퇴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누구든 한 번쯤은 인생의 마지막 집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 고민 함께해 주실 분들을 모셨습니다. 아까 제가 부러워할 부부라고 말씀드린 분들이세요. 건축가 노은주, 임형남 부부 나와 계세요. 어서 오십시오.

◇노은주, ◈임형남: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익선: 건물이든 집이든 쓱 지나가셔도 매 눈으로 보실 것 같은데 일단 상암동 오셨으니까요. 상암동의 전체적인 뷰 하고 YTN 건물 어떻게 보셨어요?

◈임형남: 사실은 여기는 잘 다려 가지고 풀기가 빠지지 않은 옷 같죠. 아직은 좀 불편해요. 시간이 지나가지고 많이 좋아졌어요. 옛날에 건조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그늘도 있고 그런데 아직은 좀 더 빠져야 되지 않나.

◆이익선: 노은주 소장님은요?

◇노은주: 처음에는 우리 SF 영화 처음 나왔을 때 봤던 그런 도시 같았어요. 처음에 굉장히 새로웠죠. 예전엔 벌판 같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 딱 하나하나 들어설 때는 여기가 이렇게 변한단 말이야? 라는 놀라움이 좀 있었잖아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죠.

◆이익선: 부부이자 동료시잖아요. 함께 건축사무소를 운영하시고 화면에서도 봤습니다만 책상도 이렇게 나란히 있으시더라고요. 댁에서도 함께 계시고 방송도 함께 하시고. 근데 솔직히 가족이 같이 일하는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어떠세요?

◈임형남: 저희는 24시간 같이 있는데요. 제 생각에는 저는 그렇게 큰 불편이 없어요. 그러니까 노은주 소장님 얘기를 들어봐야겠지만 근데 그게 뭐냐 하면 너무 역할 분담이 돼요. 성격이 정말 완전 서로 반대거든요. 그러니까 그럴 때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이익선: 그럼 호칭을 사무실하고 댁에서 다르게 하세요?

◇노은주: 그러니까 사무실에서는 서로 소장님이라고 하고 집에서는 안불러요. 거리가 가까워서.

◆이익선: 혹시 각 방에서 안 나오시는 건 아니세요?

◈임형남: 그건 아닌데요. 부를 일이 별로 없더라고요.

◇노은주: 저희가 이렇게 늘 같이 다니는 것 같지만 따로 다닐 때도 많고요. 그래서 재밌는 거는 같이 다니면 너무 같이 다닌다고 비난을 받고요. 따로 다니면 무슨 일이 있냐, 왜 따로 왔냐. 저는 그래서 뭐 어떡하라는 얘기인지 잘 모르겠어요. 같이 다니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이익선: 오늘 건축가 노은주, 임형남 소장님과 함께 은퇴 이후의 삶, 내 인생의 마지막 집이라는 주제로 얘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혹시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거들고 싶으시면 문자 주세요. 이상적인 집들이 있으시잖아요. 나는 텃밭이 있어야 된다. 다락이 있어야 된다. 창이 커야 된다. 개를 키울 공간이 있어야 된다. 아니다. 나는 아파트가 장땡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계신데 거들어 주세요. 두 분이 쓰신 칼럼 읽었어요. 집은 무엇으로 짓는가? 가장 중요한 재료가 생각이다. 그러니까 은퇴 후에 머물 집을 설계할 때는 집에 이름을 지으라는 말씀이시죠? 굉장히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그렇게 조언하시는 이유가 있으세요?

◈임형남: 그러니까 우리가 집을 짓고 우리 인생을 사는 것도 그래요. 그러니까 자기 생각으로 사는 게 몇 프로나 될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 옆에 있는 사람 얘기, 실패담, 성공담 들으면서 나는 그거에 맞춰서 살다 보니까 애 키울 때도 그렇고요. 또 집 지을 때 특히 그래요. 많은 얘기를 너무 들어서 정보가 과잉이에요. 그러다 보면 자기 생각은 쏙 빠져 있어 가지고 나중에 집 짓고 나서 허전한 게 있거든요. 그래서 자기 생각을 좀 해야 되고 우리가 은퇴 후의 집은 그전의 집은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서 짓잖아요. 근데 은퇴 후의 집은 오롯이 나와 반려자 둘이 사는 집이잖아요. 내 인생과 나의 미래와 그런 것들을 생각을 하고 곰곰이 정리를 좀 해 봐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희가 얘기하는 취지는 그런 취지입니다.

◆이익선: 그리고 노은주 소장님 인터뷰하신 내용 중에 예전에는 누구는 사랑방이 있고 누구는 마당이 있고 누구는 뭐가 있고 해서 비교가 안 됐는데 이제는 정확하게 평수와 땅으로 모든 게 비교된다라는 냉엄한 현실 속에 있어서 뭐랄까 무섭다고 해야 될까요? 심지어 사람들이 다 똑같아지려고 노력한다는 얘기까지 하셨어요.

◇노은주: 이게 어떻게 보면 점점 사람들이 그런 거 있잖아요. 이렇게 나이가 들면 20대 때는 몇 평, 30대가 됐더니 누구네는 그러니까 우리가 보통 아파트 같은 경우가 그렇잖아요. 단지나 이런 걸로 너무 데이터가 완벽하게 막 나오니까요. 어디에 어느 동에 있는 어느 아파트에 몇 단지는 몇 평 이런 게 데이터로 나오니까 난생 처음 간 집에 가서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다 알잖아요. 그러니까 구조에 대한 이런 것들이 평균화가 되다 보니까 너무 수치나 이런 것만 듣고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슬픈 거죠. 그래서 그런 거에 따라서 가치 평가가 되고 얘기만 들어도 이거 이 집은 얼마짜리 집이다 이런 걸 알 수 있는 거는 결국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이 되는 그런 현실을 사니까요. 일생을 그 집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걸로 몰두하다가 결국은 이 집에 대부분 우리가 사는 인생의 대부분을 그걸로 살다가 어느 순간 은퇴하는 시점이 딱 갑자기 다가와 버리잖아요. 그래서 사실 여기 오늘의 주제가 또 그렇기도 하지만 또 은퇴하는 시점도 나는 아직 은퇴하고 싶지 않은데 당하는 경우도 있고. 어찌 됐건 자의건 타의건 은퇴를 하게 됐다면 이후에는 그런 구속에서 자유로워지는 시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럴 때는 집은 그런 정말로 진정으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광고에도 그런 문구 많이 나오는데 그러면 정말로 자유로워져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를 정말 이때 아니면 언제 생각하겠어요. 그래서 저희가 설계할 때도 정말 애들 생각하지 말고 손님 생각하지 말고 그런 걸로부터 정말 자유로워질 수 있는 이때밖에 없거든요.

◆이익선: 아주 냉정하게 현실을 인정하면서 은퇴 이후에 만약에 나를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고 할 때는 어떤 것들을 먼저 고려해야 되나요?

◈임형남: 우리가 습관적으로 이렇게 만드는 공간, 습관적으로 만드는 어떤 가구 이런 것들이 되게 많아요. 습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요. 고려해야 되는 게 나한테 과연 필요한 게 무엇인가. 그러니까 우리가 갖고 있는 짐에 보면 한 50% 이상은 지금 안 쓰고 이렇게 쟁여놓은 것들이잖아요. 나중에 이사 갈 때 꺼내 보면 이게 있었네 이런 것들이 많아요.

◆이익선: 놀랍죠.

◈임형남: 놀라워요. 샘이 솟듯이 나와요. 집들이 그래서 저도 깜짝깜짝 놀라는데 일단 좀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진짜 나한테 필요한 거 하고 그다음에 내가 만약에 살다가 떠나면은 누군가는 그걸 또 치워야 되거든요. 그걸 정리를 해 놓고 그다음에 삶을 시작을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짐을 정리하고 그다음에 우리 집에 정말 내가 집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을 해야 돼요. 옛날에는 제사도 많이 지냈고 뭐 그런 일들이 행사가 많았잖아요. 가족 행사가 지금은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어요. 단순화되고. 그런 것들을 정리를 해야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익선: 일단 정리를 해야 된다. 그리고 새로 시작해야 된다는 얘기하셨고요. 은퇴 후에 어떤 공간을 고려할 때 예를 들어서 아무래도 경제적인 여력이 줄거나 자식들을 위해서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보니까 중심가를 포기해야 된다라든가 평수를 포기해야 된다라든가 절약한다 이런 개념도 들어가야 될 것 같거든요.

◇노은주: 그렇죠. 근데 저는 집의 내부도 그렇지만 예를 들어서 포기할 수 없는 건 건강적인 측면도 있잖아요. 우리가 집을 새로 지어서 간다 이런 측면도 있지만 있는 집을 사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 내가 기존에 살고 있는 집을 다시 고칠 수도 있고 이런 측면도 있잖아요. 그럴 때 외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예를 들면 외부의 환경에서 내가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것들. 예를 들면 병원도 있고 산책로 흔히 얘기하는 숲세권 이런 것들 있잖아요. 그러면 이렇게 꼭 멀리 안 가더라도 가령 내가 도시적인 삶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면요. 그러면 서울이 아니더라도 도시에서의 느낌을 줄 수 있는 남들이 다 선호하는 곳은 아니더라도 도시 안에서의 어떤 곳. 근데 우리가 또 남들이 꼭 좋다는 데만 가잖아요. 그런데 그런 가치 기준을 꼭 남들이 좋다는 데 안 두고 내가 이렇게 그런 판단 가치 기준을 세우는 거죠. 그리고 우리가 옛날에 왜 버킷리스트 이런 거 얘기를 많이 했잖아요. 근데 남들의 버킷리스트 말고 나만의 버킷리스트 이런 거를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그런 것들이 있고요. 우리 아까 경제적인 가치 기준 말씀하셨는데 사실 집 안에 우리가 아파트 구조 평면도를 하도 많이 봤기 때문에 도면 볼 줄은 다 알거든요. 이 방의 개수나 이런 거에서 방의 구조를 보면서 드레스룸을 포기하되 방에서의 이 방은 내가 뭘로 바꾼다든지. 나의 내가 그동안 포기했던 나의 취미실로 바꾼다든지 이런 거에 대한 거를 집의 기능들을 한번 다시 한 번 메모를 해본다든지. 이 집의 기능에 대한 것들을 내가 한번 다시 전환해 보는 거죠.

◆이익선: 저는 오늘 두 분이 건축가를 모셨기 때문에 새로 짓는 은퇴 후 이후에 집만 상상했지 기존의 집을 내 뜻대로 바꾼다는 걸 상상을 못하고 제가 질문을 드린 거예요. 그럼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바꿀 수 있다라는 거잖아요. 그 생각을 못했어요.

◇노은주: 이러니까 저희가 사업적으로 큰 성공은 못하는데요. 양심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꼭 전원주택을 새로 짓고 근데 사실 그건 쉽지 않은 결심이거든요. 내가 벌레가 너무 싫은데 어떻게 전원에 나가겠어요? 그런데 나는 두려움이 없고 나는 자연에 너무 가고 싶어 그러면 나가야죠. 그거는 여러 가지 그것도 선택지에 있는 거죠. 사실 도시의 삶이 너무 힘들었고 아이들 때문에 교육 때문에 나갈 수가 없었는데 사실 부부 둘 다 너무 자연이 가고 싶었고 동물을 키우고 싶었다 그러면 과감하게 나가야죠. 그런 것들에 대한 것도 다 선택지가 될 수 있겠죠.

◆이익선: 은퇴 후에 살 집을 의뢰하는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은데 혹시 트렌드 같은 게 있나요?

◈임형남: 흐름이 있더라고요. 시대별로 또 흐름이 있는데 그게 요새는 어떻게 되냐면 거실이 줄어들고 그래요. 거실이 작아지고 심지어는 생략돼요. 그리고 주방이 넓어져요. 주방이 넓어지고 그다음에 그 사람들이 주방에 모여서 놀아요. 옛날에는 거실에 큰 티비가 있고 거기에 쭉 둘러앉아서 가족 행사도 하고 제사도 지내고 그랬는데 그런 것들이 줄어들면서 점점 주방 중심으로 집이 바뀌어요. 그래가지고 오히려 다용도실 이런 거는 굉장히 커지고 그 식탁이 굉장히 넓고 좋은 걸로 바뀌었어요. 친척들이 놀러 와도 노후에 집을 지어도 그런 거기를 넓게 하고 오히려 거실은 서재로 꾸민다든가 간단하게 쉬는 응접실 같은 개념의 이런 식으로 변하는 게 하나의 가장 큰 트렌드예요.

◆이익선: 그러고 보니까요. 요새 TV 벽에 놓고 끝 맞은편에 소파 놓고 하는 구조에서 보면은 여러 사람이 같이 어울릴 수가 없거든요.

◇노은주: 다락 같은 거는 모두의 로망이잖아요. 다락은 사실 애들 핑계로 다락을 많이 만드는데 어른들이 더 좋아해요. 다락은 보통은 면적에 안 들어가거든요. 좁게 해야 그 다락의 기준이 높이가 낮아야지만 다락으로 인정을 해 주니까요. 그런데 안전하게 올라가려면 다락 계단을 넓게 만들면 2층이 돼버리니까. 또 트렌드가 바뀌는 거는 큰 창을 보통 하면 사람들이 추울 것이다. 그래서 보통 많이들 하셨다가 패시브 주택이라고 그래서 따뜻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패시브 주택에 대한 게 한동안 많이 하다가 요즘은 창호들이 워낙 잘 나오니까요. 그래서 패시브 주택에 대한 유행은 조금 지난 것 같긴 해요. 그래서 그런 단열에 대한 기준이 나라에서 많이 강화를 했거든요. 그래서 그거는 한동안은 많이들 선호하시다가 유행은 아니어도 나라에서 워낙 강화해서 기준 자체가 높아지면서 그거는 유행까지는 아니고 그냥 기본 성능으로 장착이 돼서요. 그런 단열이라든가 채광이라든가. 그다음 내진. 요즘 또 불이 많이 나니까. 그래서 아무래도 공사비 같은 게 많이 올라갔어요. 기본적인 성능을 워낙 많이 강조하다 보니까요.

◆이익선: 그런데 보통 우리가 은퇴 이후의 집 생각하면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젊은 부부들이 또 전원 생활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요?

◈임형남: 애들 때문에 그러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저희한테 오신 분들 보면 도시에서 너무 삭막하게 키우는 거에 대한 이건 아니다라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요새는 시골에도 교육 잘 되는 곳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데 가서 애들을 자유롭게 키우자 그러니까 애들한테 정서적으로도 그렇고 그래서 젊은 분들이 가가지고 그 집을 짓는 분들도 의외로 용감한 분들이 있어요. 그 대신 엄마는 애 키우고 그러는 건 별 문제가 없는데 남편이 출퇴근할 때 그걸 감내하겠다 그러면서 하신 분들이 저한테 저희한테 꽤 몇 번 있었어요.

◆이익선: 어떻게 보면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오히려 연세가 드신 분들이 병원이 가깝고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도심에서 지내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드는데요.

◇노은주: 아무래도 어린아이들이 층간 소음 같은 거에 예민한 부분이 있잖아요. 그리고 또 의외로 요즘 학교나 이런 게 또 많이 좋아져서 학교나 여건들이. 그러니까 상식적으로 볼 때 그걸 비틀어서 생각하시는 분들이 또 많아지고 해서 그래서 거주 환경 같은 것들은 조금만 자기가 전향적으로 생각하면 많이 달라져서요.

◆이익선: 어쨌든 하나 주고 얻으면 하나를 포기할 각오는 하셔야 되는구나. 그러면 은퇴 후에 집을 짓거나 고를 때 사람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임형남: 그러니까 예상을 잘 못하는 거죠. 사람들이 많이 올 것이다. 친구들이 많이 올 것이다. 그다음에 나는 굉장히 부지런하고 건강할 것이다. 너무 일거리를 많이 만들고 잔디밭을 너무 넓게 조성해 놓고 그 풀 뽑느라고 너무 힘드시고. 내 자식들이나 친구들이 많이 올 걸 예상을 해서 집을 너무 넓게 지었다가 나중에 관리하기 너무 힘들고.

◆이익선: 그러니까 우리 사실 제곱미터 단위로 말하지만 솔직히 평이 우리가 익숙하잖아요. 그러면 노인 두 부부가 은퇴 후에 두 사람이 살기에 가장 합리적인 공간은요?

◈임형남: 저희 경험치로 보면 한 30평에서 40평 사이가 제일 적당하더라고요. 거주하시는 주 공간은 하나 한 20평 정도 놓고 10평 정도는 별채 정도로 해가지고 손님이나 유사시에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평소에는 여기만 관리하고요. 저는 그렇게 권해요.

◆이익선: 솔직히 나이 들면 허리 구부리는 게 힘들잖아요. 우린 다 풀 뽑을 것 같지만 안 하잖아요. 모든 편의시설을 허리 높이 정도로 맞추는 건 어떨까요?

◈임형남: 사람의 몸을 이렇게 다 생각을 해서 저기 싱크대 높이 소파 높이 이런 걸 다 정하거든요. 근데 나이가 먹으면 그게 좀 변하죠. 그런 거에 맞게 사실은 개발돼야 돼요. 주부들도 그러니까 시니어들을 위한 가구가 개발이 돼야 돼요. 우리의 행동 반경에 있는 거 안전해야 되고요. 그런 것들이 고려된 집이 나와야 되겠죠.

◆이익선: 사실 저도 어머니 생전에 집에 모든 벽에다가 걸을 때 지탱할 수 있는 안전바를 해놨었는데요. 그거는 꼭 어르신만이 아니어도 몸이 아플 때도 있고 하니까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자, 집은 무엇으로 짓는가. 결국 가장 중요한 재료는 생각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집은 무엇으로 짓는가. 사실 돈이 들어가잖아요. 적어도 여기에는 아낌없이 투자해야 된다, 이건 아껴도 된다 이렇게 조언을 주신다면요?

◇노은주: 그러니까 사실은 좀 당장 처음에 지을 때 아끼지 말아야 될 거는 그런 거죠. 내가 나중에 고칠 수 없는 부분. 가령 창호 그다음에 단열재, 외장재. 이런 거에서 나중에 내가 고칠 수 없잖아요. 그리고 삼중 유리 이런 거는 그러니까 법으로 다 정해졌기 때문에 이미 다 나라에서 올려놨어요. 사실 저희는 그런 생각을 해요. 나는 너무 몸에 열이 많아 그리고 나 태생적으로 시원하게 자는 게 좋아 이런 사람도 있는데 너무 기준을 올려놨으니까요. 근데 어찌 됐거나 그거는 정해진 기준이 있으니까 그거에 맞춰가지고 좋은 걸로 해놓고요. 그리고 내가 창호를 갑자기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뜯을 수는 없거든요. 아까 이런 거는 그냥 어찌 됐거나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하고요. 그래서 내가 벽지나 싱크대 이런 거는 바꿀 수 있거든요. 저렴한 공방에서 했다가 내가 기분이 좋고 요리를 하는 걸 너무 좋아하고 이러면 나중에 비싼 걸로 바꿀 수 있잖아요. 바꿀 수 있는 이런 거를 좀 잘 계산해 가지고 하고요. 그다음에 저희가 하다 보면 싱크대 같은 거 다용도실에 냉장고 다섯 대 놓는 분도 봤어요. 근데 전원 생활을 하시면서 너무 과한 것 같은데 생각하세요. 왜냐하면 냉장고를 바꾸면서 기존에 쓰던 거 안 버리시고.. 근데 그러다 보면 냉장고 5대가 들어갈 다용도실을 하기 위해서 공사비가 면적이 커지니까 많이 드는 거거든요. 아까 왜 35평만 하려다가 50평 짓는 분도 봤거든요. 왜냐하면 살림살이를 못 버리셔서. 그래서 기존에 살던 어떤 내가 내 생활 습관이나 이런 걸 잘 생각해 보시고 사실 내가 전원 생활이나 노후의 생활에서는 기존에 생활 습관을 잘 고치면 내가 자유로울 수 있거든요. 편하게 살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집을 새로 짓는거니까 내가 생각을 바꾸면 훨씬 편하고 자유롭게 사실 수 있거든요.

◆이익선: 아까 우리 임형남 소장님이 얘기하신 대로 먼저 정리부터 하고 시작하라는 말씀이 지금 와닿는 거예요. 왜냐하면 35평 하려다 50평 하는 게 결국 못 버려서니까요. 청취자님 ‘건축사인 두 분이 살고 있는 집은 아파트인가요? 전원주택인가요? 남의 집은 잘 디자인해 주고 정작 본인들의 집은 어떠신지요?’

◈임형남: 저희는 모든 형태의 주거에 다 살아봤어요. 결혼한 지 30년 됐는데 연립주택에서 처음에 시작을 했고 그다음에 전원주택 같은 데서 살았고 단독주택에서 살았고 그러다가 아파트에서 최근까지 아파트에 살다가 한 1년 전에 단독주택으로 다시 이사를 했어요.

◆이익선: 지으셨어요?

◈임형남: 지은 게 아니고 고쳤어요.

◆이익선: 그러면 지금 집에서 키 포인트는 어떤 건가요?

◈임형남: 많이 버린거요. 단촐함을 얻었습니다.

◇노은주: 집 지으려고 준비 중인데 키 포인트는 둘이 의견이 안 맞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한테 오시는 분들이 부부가 의견이 안 맞는 경우가 꽤 있어요. 왜냐하면 서로 원하는 공간에 사이즈도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것도 다르고. 근데 이왕이면 어찌 됐거나 가족 간의 합의가 되게 중요하더라고요.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사람이나 혹은 가족들의 모든 의견을 다 사실은 다 들어드리는 게 제일 좋죠.

◆이익선: 두 분이 사실 책도 20권 가까이 내셨어요. 이렇게 살펴보니까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이 책들이신 것 같아요. 근데 인간과 집은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세요?

◈임형남: 예전에 우리 선조들은 집을 짓고 집 이름을 짓고요. 그걸 자기 호로 썼어요. 그러니까 집은 자기예요. 그러니까 자기의 표현이고 이 집은 대대로 물려줄 것이고 여기에 내 생각이 들어가 있으니까 너네는 이 집을 살면서 내 생각대로 이걸 받아라 이런 거죠. 근데 지금은 그런 게 아니죠. 지금 집은 내가 아니죠. 잠깐 머무는 곳이죠. 그러니까 좀 슬픈 거죠. 어떻게 보면 그래서 나이 먹으면 어느 집으로 갈까 이거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슬픈 거예요. 내가 살던 집에 계속 사는 게 사실은 옳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그러다 보니까 집이라는 게 누가 지어준 사람 공급자 위주의 집들이잖아요. 아파트는 내가 원해서 짓는 게 아니고 그러다 보니까 이 집이라는 게 서로 정도 안 가고 언젠가 내가 떠나야지 팔고 빨리 가야지 이런 생각만 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게 지금 현대 생활에서 슬픈 것 같아요. 건축가 입장에서도 그래서 집을 짓더라도 자기 생각을 넣고 자기 집을 지으면 좋겠다.

◆이익선: 그럼 집을 지을 수 없고 그냥 살던 집에 사는 것도 다행인 분들도 많잖아요. 내 집을 나답게 하려면 그 안에 있는 뭔가를 바꾸는 방법을 택해야 되잖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조언해 주실 수 있을까요?

◇노은주: 여기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일까를 좀 찾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어찌 됐거나 늘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잖아요.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갔을 때 어떤 사람은 화장실이 제일 좋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집에 와서 또 밥을 해 먹는 공간이 제일 좋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러니까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어떤 시간을 누리는 명상을 하는 혹은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생각해 보고 그 시간을 누리는 그 공간, 그 공간과 시간을 생각해 보고 그 시간을 늘리는. 그러면서 나에게 힐링을 주는 그 공간을 생각해 보시면서 그걸 찾아보시는 거죠. 예전에는 집이라는 단어가 사실은 평온과 행복을 상징하는 단어였잖아요. 우리가 사실 그 집이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를 좀 되찾아야 돼요. 사실 집을 생각할 때 스트레스 받는 사람 많잖아요. 집이 없어서 슬프고 집이 돈이 안 돼서 슬프고 이러면 안 되니까요.

◆이익선: 알겠습니다. 적어도 일단은 내 집 안에서 공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공간부터 꾸미는 걸 시작해 보겠습니다. 쌀롱 드 상암 오늘 건축가 부부이신 임형남, 노은주 소장님 두 분과 함께 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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