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초강세'에 항공·정유 비명...수출 대기업도 위기

'달러 초강세'에 항공·정유 비명...수출 대기업도 위기

2020.03.21. 오후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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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9일 1,285.7원…11년 만에 최고치 뒤 하락
항공업계, 노선 대폭 감축 이어 달러 값 고공비행 '직격탄'
철광석 등 수입하는 철강업계도 고삐 풀린 달러에 시름
반도체·철강 등 수출업체, 이번엔 환차익 제한적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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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과 미국이 긴급히 통화 스와프를 체결할 정도로 요즘 달러 값이 초강세를 보이자 항공과 정유 등 원자재 수입이 많은 업종은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통상적으로 수출 대기업들은 환차익을 거두지만,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출이 악화하면서 위기감은 마찬가지입니다.

이광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최근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뭄이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는 한때 11년 만에 최저로 추락했습니다.

비행기와 원유 구매를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항공업계가 해외 노선 대폭 감축에 이어 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대한항공의 외화환산 손실액은 1분기에만 5,300억 원을 훨씬 넘고, 제주항공도 360억 원대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강성진 / KB증권 연구원 : 항공기를 달러로 사오기 때문에 달러로 나중에 그 빚을 갚아야 하는데 환율이 변하면 그 커다란 부채 평가금액이 확확 달라지니까 달라진 만큼을 한 번에 손실로 잡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정유업계도 원유를 들여올 때 달러로 결제하는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최근 유가 시세 폭락 탓에 원유가격보다 가공제품인 휘발유 가격이 더 싸지는 사상 초유의 위기까지 맞아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철광석과 석탄을 수입해야 하는 포스코 등 철강업계 역시 고삐 풀린 달러에 울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달리 반도체, 가전 등 수출 위주 업계는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상대적 환차익을 챙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크게 다릅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기 때문입니다.

[문병기 / 무역협회 수석연구원 : 환율이 올라감에 따라서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가 되는데, 다만 최근 환율 급등이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부진과 같이 겹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그 긍정적인 효과는 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코로나19가 전 세계 곳곳에 퍼지면서 공장가동 중단과 급격한 수요 감축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습니다.

[송선재 /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 일단 주요 국가에서 사람들이 딜러샵을 못가잖아요. 그러니까 트래픽 자체가 당연히 안 나오고 그러면 판매 자체가 안 되는데 환율이 좋다고 해서 마냥 저희(국내 자동차 회사)가 수출 수혜를 본다고 할 수 없는 거죠.]

과거 환율 급변동이 생길 때마다 희비가 엇갈렸던 국내 산업계, 하지만 코로나19 충격 앞에서는 온통 빨간불만 가득합니다.

YTN 이광엽[kyup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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