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펭귄 퀴즈, 정답 맞추려는 순간 ‘아싸’

[생생경제] 펭귄 퀴즈, 정답 맞추려는 순간 ‘아싸’

2019.05.24. 오후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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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펭귄 퀴즈, 정답 맞추려는 순간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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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김헌식 문화평론가,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


[생생경제] 펭귄 퀴즈, 정답 맞추려는 순간 ‘아싸’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금요일은 마음껏 수다 떠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트렌드 수다 떠는 시간인데요. 수다 파트너 김헌식 문화평론가,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김헌식 문화평론가(이하 김헌식)> 네, 안녕하십니까.

◆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이하 윤덕환)>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오늘 본격적인 트렌드 관련 수다를 떨기 전에요. 어제 오늘 핫한 ‘인싸’ 놀이, ‘펭귄 문제’를 내보겠습니다. 틀리면 3일간 펭귄 프로필 사진으로 살아야 합니다. 정답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부대찌개 3인분을 먹으면 1인분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식당에서 부대찌개 20인분을 시키면 몇 인분을 먹을 수 있을까요? 이사님, 정답은?

◆ 윤덕환> 대답하면 안 됩니다.

◆ 김헌식> 저는 대답하려고 했는데.

◇ 김혜민> 저는 이거 이해 못 하겠어요. 이해 못 하시죠? 이거 뭐에요?

◆ 윤덕환> 사실 이 문제는 문제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순간, ‘아싸’가 되는 거예요. ‘룰을 따라라,’ 이런 거죠. 이거 예전에 우리가 ‘괄또네넴띤’ 왜 그렇게 읽어요? 이렇게 질문하는 것하고 똑같은 거예요. 그냥 하는 거예요.

◇ 김혜민> 어제 조연출이 원래 프로필 사진이 없는 친구에요. 그런데 펭귄 사진을 올렸더라고요. 너무 더워서 펭귄 사진을 올렸나 했는데, 어제 인터넷에 계속 이 펭귄 퀴즈가 있는 거예요. 저는 앞에 정답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라는 문구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부대찌개 3인분, 이거를 나눴거든요. 그래서 오늘 조연출에게 도대체 왜 하는 거냐고 논리적으로 따졌죠. 그러면 따지면 안 된다는 거죠?

◆ 윤덕환> 따지면 안 되는 거죠.

◇ 김혜민> 이거 문화평론가님께서 해석을 해주세요. 이거 왜 하는 거예요?

◆ 김헌식> 역발상이죠. 시험에 들게 하는 거죠. 원래 ‘인싸’라는 게 거꾸로 안에 들어가는 핵심이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사실은 담론의 주도권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던져서 시험에 들게 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인싸’라고 봐요. 가만히 있는 사람들한테 계속 프레임을 만드는 거죠.

◆ 윤덕환> 굉장히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해석학도 이런 약속에서 시작했어요. 1+1이 2라는 것을 누가 알려줬습니까? 약속이거든요. 룰. 우리는 당연한 자연법칙이나 진리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일종의 약속 같은 거예요. 그것을 지키느냐, 아니냐를 묻는 거죠. 이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도 웃기기는 하지만.

◆ 김헌식> 저는 ‘인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아싸’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진정한 ‘인싸’들은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아요.

◇ 김혜민> 청취자 여러분들 모르시겠죠?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고요. 지금 한 번 인터넷 검색해보시고요.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죠. 첫 번째 본격적인 수다 주제는 블루보틀, 인앤아웃 버거에요. 지금 블루보틀하고 인앤아웃 버거를 먹어보겠다고 몇 시간씩 수백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먼저 블루보틀이 뭡니까?

◆ 윤덕환> 블루보틀은 미국 커피 프랜차이즈인데요. 비유하는 사람들은 모든 게 잘 갖추어져 있고, 편안한 내부 매장이나 이런 것을 고려해서 스타벅스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비슷하다고 하고요. 반면에 블루보틀은 본질에 충실한, 직관적이고, 약간 문화적인 감수성을 추구한다는 의미해서, 물론 고가의 이미지도 있고요. 그런 것으로 봐서 애플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죠. 커피 자체의 맛이나 원두 자체에 집중한다는 차원의 브랜드인 것 같고요. 한국 1호점이 지난 3일, 성수동 쪽에 오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이 화제가 됐죠.

◆ 김헌식> 그런데 아까 애플이다, 삼성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잖아요. 약간 수제 커피 느낌을 슬로우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심지어는 애플 하면 철학을 얘기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점을 이야기하기는 하는데, 사실 제 주변에 있는 분들은 안 가시더라고요. 이미 많이 가봐서.

◇ 김혜민> 우리나라에는 처음 들어왔는데요?

◆ 김헌식> 애호가들은 이미 해외에 많이 다녀오신 거예요. 굳이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줄서면서 가야 하느냐. 그리고 이렇게 해버리니까 마음껏 즐기고 싶은데, 오히려 즐기지 못해서 안타깝다, 이렇게 말씀하신 분도 있었다는 거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갔는데, 포기했습니다. 주중에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거든요? 주중에도 사람이 정말 너무 많아서요.

◆ 윤덕환> 요즘은 30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하던데요?

◇ 김혜민> 청취자분들을 위해서 블루보틀 설명을 드리면요. 미국 커피 브랜드고요. 숙련된 바리스타 직원이 커피 주문을 받고 나서 원두를 저울에 달아 무게를 측정하고,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슬로우 커피 방식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커피 내리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이 블루보틀 커피의 1호점이 성수동에 생기면서 몇 백 명, 평균 대기 고객이 백여 명, 또 개점일인 3일 매출이 6000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앤아웃, 이거는 정식 가게는 아니고 3시간 정도 팝업 스토어라고 하죠. 잠깐 열고 접는 건데요. 이것도 몇 백 명의 사람들이 기다렸다고 해요. 인앤아웃 버거는 뭡니까?

◆ 김헌식> 이것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양대 버거 브랜드라고 하는데요. 신선한 재료, 슬로우 푸드 방식으로 과정이 이루어졌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스턴트 햄버거에 익숙한 경우에 무슨 슬로우 버거가 가능하겠는가, 이렇게 이야기하지만요. 버거는 슬로우에 가까운 음식이라고 미국에서는 얘기하게 되는데요. 어쨌든 이게 냉동이 아닌 냉장 패티만 취급하고, 또 감자튀김도 즉석해서 통감자를 썰어서 넣기 때문에 고품질을 추구한다는 거죠.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과 트렌드는 수제 버거를 중심으로 해서 가면서 차별화시키는 것들이 있습니다.

◆ 윤덕환> 감자칩이 특이하더라고요.

◇ 김혜민> 드셔 보셨어요?

◆ 윤덕환> 아니요. 유튜브로 봤습니다.

◆ 김헌식> 인앤아웃 버거가 감질 전략을 취하고 있죠. 한국에는 진출하지 않고, 팝업으로.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언제 진출하느냐.

◇ 김혜민> 그런데 이와 유사한 버거가 들어왔잖아요. 쉑쉑버거 같은 것과 비슷한 거 아니에요?

◆ 김헌식> 그렇죠. 쉑쉑 버거 같은 경우도 난리가 났죠. 똑같았죠. 마케팅이라고 봅니다.

◇ 김혜민> 마케팅이라고 얘기를 하셨어요. 그러면 마케팅에 넘어가는, 커피와 햄버거를 백여 명의 사람들을 참아가면서까지 먹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떤 걸까요?

◆ 김헌식>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 것 같아요. 진짜 먹고 싶어서 가시는 분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고요. 궁금하고, 또 그거 먹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또 이벤트용으로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일상이 무료하기 때문에 이벤트가 필요해서 가시는 분들이 있고요. 대체적으로 문화 분석을 하면 과시효과를 많이 하죠. 내가 이 정도는 이렇게 소비하는 사람이다, 라고 과시를 한 건데요. 요즘은 아무래도 SNS와 결합해서 ‘인생샷’을 남기려고 과시하듯이 소비하지 않습니까?

◆ 윤덕환> 네, SNS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 같고요. 유튜브를 찾아보면 본인이 얼마나 기다렸는지 시간으로 인증을 해요. 아침 8시나 이전에 나와서 오후 2~3시쯤 먹어요. 유튜브로 그런 방송을 하는 거죠. 그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 매장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서 그것을 중계함으로써 트래픽도 엄청납니다. 몇 십만 정도의 트래픽을 순간에 올릴 수도 있고요.

◇ 김혜민> 잠시만요. 트래픽 용어 설명해주세요.

◆ 윤덕환> 트래픽은 사람들이 거기에 순간적으로 접속해서 그 영상을 보려고 몰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느냐, 이 수를 나타내는 건데요. 그 수가 만 명 정도가 넘어가면 서버에 부담이 됩니다. 요새는 그 정도는 감당한다고 하기는 하는데요. 일간지에서 어떤 핫한 뉴스가 뜨면, 예를 들어서 어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기념식 같은 것을 하면 트래픽이 몇 십만 건이 훌쩍 올라간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인앤아웃 버거나 블루보틀 행사 때 트래픽이 몇 십만 단위가 훅 올라갔다고 알고 있어요. 이거는 외부에서 봤을 때, 특히 중장년층 같은 분들은 거기 왜 가나 할 텐데, 시간을 반나절 이상 소비해야 하니까요. 생각해 보면 그 사람들은 거기에 잘 견딥니다. 지루하지 않아요. 거기서 트래픽을 요구하는 트래픽 사냥꾼들 같은 경우는 거기에서 하는 행위 자체, 방송 행동이 광고비와 직결되기 때문에 수입입니다. 그것과 관련되어 있는 분들이 길어 봐야 한 백여 명만 있어도 굉장한 효과가 있거든요. 그중에서 20~30%는 그런 분들이라고 추정이 되고요. 다른 분들은 거기서 2~3시간 되는 시간을 뭐로 버티느냐? 스마트폰이 있으면 사람들하고 소통도 하고, 뉴스도 보고, 시간 잘 가요, 생각보다.

◇ 김혜민> 어떤 식으로 이게 수입을 얻는 거예요? 그냥 기다리는 장면을 유튜브로 올리면 사람들이 많이 보고, 수입이 나는 거예요?

◆ 김헌식> 일단 말씀하신 이분들은 유튜버라고 보시면 되겠고, 라이브 생방송을 하시는 진행자 겸 방송제작자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나 햄버거만 먹는 것이 아니고, 전 과정을 생중계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그러면서 트래픽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게 되면, 그에 따라서 방송 시간이 산입이 되고, 유튜브에서 돈을 주기도 하고, 광고 단가가 매겨지기 때문에 돈이 나오기도 하고요. 아까 언급하신 것처럼 단순히 햄버거나 커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주변에 레스토랑이라든지, 같이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라든지, 이런 것들을 같이 보여주기도 하고요. 모든 콘텐츠를 다 연관해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그 햄버거나 커피만 보고 있다면 지루할 거예요. 다양하게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는 제작진이라고 보시면 낯설까요?

◆ 윤덕환> 그 현상을 직접적으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팀도 있어요.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거죠. 그 영상의 공통적인 것은 맛이나 이런 것만 찍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반응들, 주변 상황을 다 촬영해서 보여주는 겁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취재거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 김혜민> 그렇군요. 기사 찾아보니까 그런 유튜브 동영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블루보틀을 가기 위해 하는 메이크업, 예를 들면요. 이 세상에는 콘텐츠 이야기가 안 되는 게 없나 봐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수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열려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분은 혹시 해외에 다른 물건이나 먹을거리나 이런 브랜드 중에서 한국에 온다면 긴 줄을 기다려서라도 꼭 접하고 싶다는 게 있으세요?

◆ 김헌식> 저는 채식 버거요. 저는 비건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고기를 어떻게 대체해서 만들었을까. 그거 하지 않으면 고기를 따로 보관하지 않아도 되나, 이런 게 궁금해요. 대체 고기. 사실 우리나라에도 비건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한국에 오면 성공을 할까요? 이게 궁금해요.

◆ 윤덕환> 한 번 먹어보고 싶기는 하네요.

◇ 김혜민> 이사님은 뭐 해보고 싶으세요?

◆ 윤덕환> 저는 뭘 먹기 위해서 기다리거나 시간을 투자하거나 하고 싶은 생각은 ‘1도 없고요.’ 저는 문화생활 관련해서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은 있어요. 예를 들어서 제가 좋아하는 밴드가 국내에 온다고 하면 휴가를 내고 기다릴 용의가 있습니다.

◇ 김혜민> 어떤 밴드요?

◆ 윤덕환> 메탈리카.

◆ 김헌식> 그거를 라이브로 생중계하시면 되죠. 분명히 접속합니다.

◇ 김혜민> 토론 아니고, 수다. 오늘 트렌드 수다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두 번째 수다 주제, ‘그로서란트.’ 이게 뭔지 궁금하네요.

◆ 김헌식> 이런 거죠. 자기가 식재료를 골라오면 이것을 조리를 해주는 거죠. 식료품을 뜻하는 Grocery와 Restaurant가 합쳐진 단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식토랑’이라고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형마트에서 보기는 했는데, 이게 저는 뷔페식 샤부샤부하고 노량진 수산시장이 합해진 것 같아요. 노량진 수산시장 가서 이거 찍어서 회 해주세요. 뷔페식 샤부샤부 같은 경우 내가 가져가서 보는 자리에서 해주고. 이런 방식 아닌가 싶네요.

◇ 김혜민> 그런데 그거는 식당이고요. 이것의 포커스는 식당이 아니라 식료품을 파는 곳이 더 포커스에 맞춰진 게 아닌가요?

◆ 윤덕환>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는데요. 이게 지금 국내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본 니케이 경제 매거진, 여기서 2018년에 가장 주목해야 하는 트렌드로 이것을 찍었어요. 일본 상황에서 봤을 때는 그렇다는 건데, 그 정보가 알려진 게 2017년이었으니까 국내에도 그해쯤이 소개가 되거든요. 일본도 이미 1인 가구가 많고, 혼자 밥 먹는 문화다 보니까 이게 분명히 한국에서도 유행할 것이라고 해서 대형 마트 쪽에서 많이 가져온 건데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맥락이 있어 보입니다. 이게 앞으로 잘 될 거냐, 아니냐는 것은 이 컨셉을 어디에 맞출 것이냐인데요. 사실은 마트에 맞춰서 마트에서도 이런 것을 먹을 수 있다, 여기에 맞출 것이냐. 아니면 레스토랑 같은데, 굉장히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여기에 따라서 사업의 성패가 다를 거라고 봐요.

◇ 김혜민> 일단은 그로서란트 정의는 유통업계의 외식사업 중 하나라고 했거든요. 그러면 유통업계라는 건 마트잖아요. 제가 롯데마트에 갔을 때 고기를 골라서 구워주더라고요. 가격이 비싸지도 않아요. 아이들 데리고 가면 고기 굽고 하는 게 힘들고, 집에서는 냄새나고, 그러니까 거기서 고기 구워서 주니 편하더라고요. 그것을 말하는 건데, 이사님의 말에 숨은 뜻은 유통업계에 맞춰지면 안 될 거라는 건가요?

◆ 윤덕환> 이게 팩 당 요리 가격을 2000원 정도 받고 해주거든요. 사실 그게 굉장히 쌉니다. 가격으로 보면 싼데, 식재료를 주로 어떤 것을 쓰냐면 굉장히 비싼 재료를 써요. 한우 등심이라든지, 로브스터 같이 재료 자체가 비싼 재료를 쓰고, 그 재료를 내가 믿을 수 있게 고르고, 눈앞에서 요리를 해준다. 이 장점이 있는데, 사실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관점이 뭐냐면, 소비자들은 그 장소가 행동의 목적을 결정해줘요. 무슨 얘기냐 하면 어떤 장소에 가면 내가 기대하는 게 있고, 그 기대에 맞춰서 행동이 규정이 됩니다. 그러면 마트에 가면 내가 좋은 상품을 싸게 사는 게 목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요. 그러면 거기에 포커스를 맞춘다고 하면, 굉장히 고급스러운 유기농 마트나 이런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거기서 먹을 것 같지는 않다는 거예요.

◇ 김혜민> 장소가 행동의 목적을 결정한다는 얘기는 예를 들면, 좋은 레스토랑 갈 때는 예쁘게 차려입고 가지만, 마트에 갈 때는 그냥 슬리퍼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가잖아요. 그런데 거기서 조금 값비싼 고기나 로브스터를 먹지 않을 거라는 거죠.

◆ 윤덕환> 그렇죠.

◆ 김헌식> 여기서 저는 1인 가구 때문에 이게 부각했다는 점을 성찰해보려고 하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차려입고 가는 거냐, 차려입지 않고 가는 거냐고 했을 때 1인 가구가 등장했다고 하는 것은 결국에는 이 사람들이 어떻게 가느냐는 거예요. 1인 가구라고 했을 때, 혼자 사는 분들이 시내 마트에 이것을 먹기 위해서 갑니까? 이렇게 물어봤을 때 접근의 관점에서 대형마트 중심의 유통업에 입점한다고 하면, 이거는 전제가 잘못됐을 것 같고요.

◇ 김혜민> 저는 반대로 1인 가구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데, 혼자서 옷 차려입고 레스토랑 가서 먹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

◆ 김헌식> 만약에 저는 그런 관점이라면 실패할 것 같습니다.

◇ 김혜민> 저는 오히려 마트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죠.

◆ 김헌식> 저는 혼자 사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안 갈 것 같아요. 다만 만약에 1인 가구인데, 생선이나 고기나 신선한 야채를 골라서 이렇게 하잖아요. 그러면 1인 가구들도 항상 생각하는 게 영향을 따져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히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영양보충을 하는 측면에서 갈 수는 있겠지만 오로지 이것을 먹기 위해 간다고는 생각할 수 없고, 오히려 말씀하신 것처럼 가족 단위로 갈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요.

◆ 윤덕환> 방송에서 그로서란트를 그려서 1인 가구가 많이 될 것처럼 하는데요. 만약에 제가 혼자 산다고 하면, 거기 그로서란트를 가서 부채살 같은 거 하나 사서 잘 구워주세요, 미디움 레어로, 이렇게 주문해서 거기서 플라스틱 포크를 가지고 먹는 거보다 차라리 편의점 가서 프리미엄 도시락을 사오겠어요. 이게 사실은 겹치는 시장입니다. 일본에서 성공했다는 것은 일본은 가족이든, 개인이든 거의 혼자 먹어요. 저희가 재작년에 서울과 도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비교하면, 한국 사람들은 10명 중 2~3명이 맛집을 찾아가고, 거기를 좋아하는데, 일본은 대표적으로 식습관이 혼자 사다가 집에서 먹습니다.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10명 중 7~8명이에요. 그런 문화에서는 그로서란트가 돈을 아껴주는 거죠. 좋은 음식을 바로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먹을 수 있게 아껴주는데, 우리나라의 식문화하고는 조금 달라요. 혼자 먹는 사람은 진짜 가성비를 따져서 혼자 먹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편의점의 프리미엄 시장하고 그로서란트가 서로 겹치는 시장인데, 두 개 중 1인 가구가 어디를 택하겠느냐. 스테이크를 먹으러 그로서란트를 가겠느냐, 아니면 편의점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제품이 있어요. 그거를 먹겠느냐. 그것은 선택의 문제인데, 제가 보기에는 편의점이 조금 더 우세하다고 봅니다.

◆ 김헌식> 1인 가구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1인 가구도 조금 분리를 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면 아주 젊은 1인 가구, 나 홀로 족이 있을 수 있는 거고, 약간 연령대가 높은 1인 가구가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젊은 1인 가구 같은 경우는 그냥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그런데 굳이 여기에 가서 먹겠느냐. 약간 미식에 관련된 혜안이 있는 그런 친구들만 갈 텐데, 그게 시장성이 얼마나 형성할 거냐는 거죠. 그리고 오히려 연령대가 높은 분 같은 경우는 영양을 생각해서 반드시 여기에 가십니다. 그런데 일일이 찾아다니기에는 너무 떨어져있다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약간 애매한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거죠.

◇ 김혜민> 그로서란트가 진짜 조금 애매하네요. 시장성이라는 건 일단 타겟층이 분명해야 하고, 니즈, 요구가 분명해야 하는데, 이것도 조금 애매하고요. 프리미엄 편의점 시장과 겹치는 부분이 있고요. 그리고 일단 그로서란트가 성공하려면 값비싼 건 안 되겠네요. 싱싱한 것. 예를 들어 집에서 해먹기에는 조금 귀찮지만, 거기에서 먹을 수 있는 것. 그로서란트를 창업하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오늘 방송을 꼭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윤덕환> 하나만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마트로 포지셔닝 해서 마트에서 산 좋은 재료를 싸게 먹는다, 이렇게 포지셔닝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제가 보기에는 높아 보여요 레스토링 분위기인데,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이렇게 해야 조금은 더 성공에 가깝죠.

◆ 김헌식> 그리고 자기가 고를 수 있다는 것.

◆ 윤덕환>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구해서 조금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싸게 먹는다, 이렇게 가야지, 레스토랑에 포커스를 맞춰야지, 마트에 맞추면 제가 보기에는 성공은 조금 멀 것 같아요.

◇ 김혜민> 적극 참조하시기 바라고요. 아까 편의점에서 프리미엄 도시락 이야기하셨으니까 편의점 이야기 해보죠. 제가 작년에 일본 출장에 갔을 때 일본 편의점이 그렇게 좋다는 거예요. 우리의 편의점과는 다르다?

◆ 윤덕환> 일단 도시락 가지 수가 게임이 안 되죠.

◇ 김혜민> 이것도 일본의 1인 가구 증가와 관련이 있습니까?

일본에서는 1인 가구와 관계없이 혼자 밥을 먹어요. 4인이 있어도 혼자 밥을 먹어요. 그것과 일본의 편의점 문화가 발전한 것과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아주 깊게 있고요. 편의점 도시락 같은 경우에는 지금은 스파게티나 이런 것까지 나옵니다. 최근에 반계탕이 미리 나오고, 프리미엄 도시락들이 나오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인앤아웃이나 쉑쉑 버거보다는 특정 브랜드의 햄버거에 꽂혀서요. 햄버거 괜찮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앞으로도 편의점의 진화를 기대해볼 만하겠네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이렇게 바뀌는 것을 보면요.

◆ 김헌식> 저는 거의 구내식당처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동네는 가면 편의점에 탁자가 있어서 한 스무 명이 같이 음식을 먹을 수 있어요. 대형화되고 있어요. 따로 식사를 할 수 있는 탁자들이 너무나 많이 배치되고 있기 때문에 거기 가면 청소년들이, 아니면 중장년층도 같이 밥을 먹어요. 저는 세대 간에 아울러서 같이 밥을 먹는다. 그러면 그 친구들의 문화를 알 수 있어요. 무슨 대화를 하는지도 알 수 있고요. 편의점이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일본계가 온다고, 우리 기업을 침해한다고 이랬는데, 바뀐 거죠.

◇ 김혜민> 편의점이 그냥 유통업계의 달라진 점, 혹은 소비자들이 뭔가 살 수 있는 것에서 달라진 점이었는데, 지금은 하나의 문화.

◆ 윤덕환>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들어왔고요. 일본을 보면 앞으로 편의점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일본에서는 인구가 줄어들어서 지자체가 기능을 덜하는 경우에 편의점이 그 기능을 대체합니다. 예를 들어서 일본 같은 경우는 등본 같은 것도 거기서 뗄 수 있게 해놨어요. 택배 하는 건 기본이고, 국제 배송도 할 수 있는 거 아십니까? 거기서 전기 전동기 이런 거 충전도 해줘요.

◆ 김헌식> 세금도 내고, 택배도 받아주고.

◆ 윤덕환> 일본 같은 데서는 지역사회가 편의점과 연계해서 지역사회 특산품을 그 편의점에서만 팔게 연결하기도 하고요. 지역의 재난 센터 같은 것도 편의점 중심으로 만들어놨어요. 구호물품을 거기서 배급하거나 이렇게요.

◇ 김혜민> 편의점이 워낙 많으니까요. 하나의 거점이 되는군요.

◆ 김헌식> 예전에는 온갖 물품들을 24시간 파는 공간이었잖아요. 물품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식당뿐 아니라 복합 문화 공간, 실생활 편의 공간으로 가고 있고, 공공기관. 그러니까 정책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편의점이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요. 이걸 처음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는 거죠.

◆ 윤덕환> 이게 편의점이 확대되면서 생기는 현상이 대형마트의 감소에요. 지금 1분기에 어닝쇼크가 났습니다. 2분기에도 비슷하게 감소했어요. 온라인 쇼핑은 늘어나고 있고, 5~6년 전에 대형마트의 1/10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매출이 1/3이 넘거든요.

◇ 김혜민> 요즘 집 앞 편의점에 가면 콩나물, 두부 같은 것을 팔아요.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요. 장을 많이 볼 때는 큰 마트에 가도 조금 볼 때는 편의점에 가는 거예요.

◆ 윤덕환> 소비자가 대형마트에 갈 일이 줄어들게 되는 거죠. 모바일로 하거나 편의점으로 하기 때문에.

◆ 김헌식> 전에는 일주일 치를 대형마트에 가서 사고, 쟁여놓고 먹었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될 만큼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거고요. 편의점은 주류 경제학을 뒤흔든 현상이기도 해요. 호모 이코노미쿠스라고 해서 경제적 인간이라고 하면 값싼 물건들을 주로 산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편의점 물건들은 비싸거든요? 그리고 주로 이용하는 청년층 같은 경우는 경제적으로 그렇게 여유롭지 않은데도 다 편의점을 이용한다는 거죠. 그건 근접성도 있고, 라이프스타일인 거예요. 밤늦은 시간에 열어 놓은 데가 없기 때문에 약간은 비싸다고 하더라도 거기를 방문하는 차원에서 일종의 일상 문화로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거죠. 그래서 따로 분리해서 대형마트를 가는 1인 가구 문화를 생각할 수가 없는 거죠.

◇ 김혜민> 그리고 요즘은 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요. 행사를 많이 해서요. 사실은 편의점 때문에 지역 슈퍼들, 거의 많이 죽어서 참 마음이 아팠는데, 대형마트를 오히려 편의점이 공격하는 모양새군요.

◆ 김헌식> 처음에 비쌌던 것은 규모의 경제가 안 되니까. 그런데 지금은 워낙 규모의 경제로 불리기 때문에 할인 폭이 적용되는 형태로 가고 있는 거죠.

◆ 윤덕환>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그로서란트도 대형마트 쪽에서 대형마트를 방문해야 하는 경험을 줘야 한다는 이슈 때문에 안 되는 거죠. 그리고 편의점이 증가하면 또 줄어드는 현상이 냉장고가 덜 팔립니다. 대형마트에 가서 차를 타고 쟁여 와서 쌓아놔야 하는데, 그래서 작년에 잘 찾아보면 홈쇼핑 같은 곳에서 냉장고 사면 김치냉장고를 그냥 줬어요.

◇ 김혜민> 알겠습니다. 오늘 함께해주신 두 분 고맙습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였어요. 감사합니다.

◆ 김헌식> 고맙습니다.

◆ 윤덕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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