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여혐·남혐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생생경제] 여혐·남혐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2018.07.13. 오후 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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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여혐·남혐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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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 여혐·남혐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PD
■ 대담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 김혜민PD(이하 김혜민)> 매주 금요일 이 시간, 저희와 함께 하는 분입니다. 경향신문 박병률 기자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이하 박병률)>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기자님, 메갈, 여혐, 남혐, 페미, 일베, 이 단어 아시죠?

◆ 박병률> 네.

◇ 김혜민> 굳이 우리 설명하지 말아요. 무서워요. 어디선가 항의 들어올까 봐서요. 청취자 여러분들도 이 단어 들어보셨을 거예요. 최근에 일부 남성, 또는 여성 혐오 사이트에서 굉장히 입에 담기도 싫은 내용들이 올라와서 사회적인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먼저 이런 논란, 어떻게 보세요?

◆ 박병률> 글쎄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참 언급하기가 힘든데요. 특히 최근에 많이 논란이 남자와 여자 논란이 되다 보니까, 사실 남자 입장에서는 함부로 코멘트하기가 힘드네요.

◇ 김혜민>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칼을 막 휘두르고, 정부도 막 비판하고, 그러시던 분이 굉장히 조심스러우시네요.

◆ 박병률> 여러 가지가 있다 보니까 언급하기가 곤란한 측면은 있네요. 다만, 확실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혐오하게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반대입니다.

◇ 김혜민> 혐오를 위한 혐오는 정말 불필요한 것이고요.

◆ 박병률> 이게 남녀 간의 문제도 있지만, 사실 인종 간의 문제, 종교, 또 지역. 여기에 혐오가 들어가게 되면 원만한 논의라든가, 합의가 잘 되지 않고요. 또 토론도 잘 되지 않습니다. 나랑 생각이 다르다고 빨갱이, 이렇게 해버리면 더 이상 대화가 안 되는 것처럼요. 충분히 어느 정도는 가치가 있다고 보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대화하는 방식이라든가 이런 부분은 조금 더 정제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김혜민> 조직이나 사회 안에서 갈등이라는 건 굉장히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차이점을 발견하고 대안을 찾고, 그래서 토론도 하고, 논의도 하는 건데, 이렇게 우리 안에서 쓸데없는 남녀 간의 갈등, 예를 들어서 주제를 두고 하는 갈등이 아니라, 남자여서 받아야 하는 비판, 여자여서 받아야 하는 비판, 이런 무조건적인 갈등은 사회,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손해일 것 같거든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 박병률> 네. 기본적으로 저는 모든 일은 정반합이라고 보는데, 한쪽이 너무 과도하게 가면 거기에 역작용이 생기고, 그러다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분명히 갈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그러한 정과 반이 되는 과정에서, 특히 반이 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우리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사회 갈등비용,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어떤 갈등이 생기면, 그 자체로 생기는 비용이 있을 테고, 또 그것으로 인해서 파급되는 비용이 생길 겁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과도하게 파업을 한다든가, 아니면 과도하게 집회를 하게 됐을 경우에 내가 당장 생산을 할 수 없어서 생기는 그런 비용, 그것도 분명히 갈등 비용에 들어가고요. 또 과도하게 집회를 해서 만약 주변 상가들이 장사를 못 하게 됐다, 그러면 그것도 비용에 들어갑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직접적으로 손해 보는 비용도 있고, 그 손해 때문에 간접적으로 입게 되는 피해까지도 손해비용에 들어간다는 말씀이시죠?

◆ 박병률> 네, 그래서 사실은 간접적인 비용인데,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어떤 일을 했을 때, 경제활동을 했을 때, 그 경제활동에 따라 직접적으로 벌어지는 생산이라든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일들, 그것을 저희가 외부경제다, 이렇게 표현하는데요. 쉽게 말씀드리면 이런 겁니다. 내가 지금 생산을 하려고 공장을 돌렸습니다. 돌렸는데, 공기가 나빠져서 누군가가 피해를 봅니다. 그러면 이런 것이 외부경제라는 말이죠. 나는 생산만 했을 뿐인데, 이로 인해서 환경오염이 생기고,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되고, 그러면 여기서 비용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것을 외부효과, 외부경제라고 합니다. 내가 어떤 행위를 해서 제3자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면 긍정적인 외부효과라고 이야기하고요. 만약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으면 부정적인 외부효과라고 합니다. 이러한 사회갈등 같은 경우는 사실 부정적인 외부효과가 클 수 있죠. 원칙적으로는 우리가 지금 논쟁하는 데서 시비가 붙은 것이고, 생각이 다른 건데, 커지다 보면 서로가 서로에 대한 혐오가 커지게 됩니다. 최근에 보면, 이러다 보니까 말 한 마디, 한 마디로 인해서 남녀 간의 갈등이 커지는 모습도 있고요. 또 최근에 종교까지도 확대가 되고 있죠.

◇ 김혜민> 그러게요.

◆ 박병률> 이렇게 되다 보면, 이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많은 공동체 사람들이 심적인 부담을 가지게 되고, 상처를 입게 되고, 그게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소위 말하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극단적인 여혐, 남혐을 가진 사람들의 싸움이 일반 여성과 남성의 대립과 갈등으로 번지고요. 또 최근에는 성체 훼손이라고 해서 가톨릭이라는 특정 종교와 극단적인 여성들 간의 갈등. 종교적인 것까지 퍼졌단 말이에요.

◆ 박병률> 그리고 그걸 보니까 또 지금 난민 문제까지도 연결이 되고 있더라고요. 또 페미니즘적인 문제가요. 이런 식으로 원래 이 논쟁에 개입하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기 시작하면서 판이 커졌는데요. 그러다 보면 사회 전반적으로 신뢰감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죠. 불신감이 커지고 되고, 우리가 대화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결국, 나중에 보면 광범위한 사회 비용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 김혜민> 그 비용을 계산할 수 있습니까?

◆ 박병률> 네, 일단 경제학자들은 가급적 이것을 계산하려고 합니다. 수치로 제시해야 우리가 이렇게 많은 갈등 비용을 치르고 있구나, 알 수 있는데요. 사실 이게 어렵죠. 가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른데요. 일단 사회적 비용을 추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직접적으로 손해를 본 부분만 계산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한때 수원 화성 군 공항 이전에 따라서 한번 갈등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그때 수원시가 자체적으로 이 갈등 비용을 추산했습니다. 손, 배상과 재정 손실, 이런 것을 따졌는데, 군 공항이 수원 근처에 있으면서 주변에 소음 피해를 당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소송을 걸고, 그렇게 했는데요. 이분들이 건 소송비용, 그리고 계속 군 공항이 이전을 늦게 하면, 이것이 쌓이겠죠? 1년, 2년, 3년, 4년. 그 비용을 곱해서 계속 늦어지면 1조 원가량 손실이 생긴다, 이렇게 주장을 한 적이 있어요. 이것은 앞서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직접적으로 우리가 입는 피해액만 산출한 것이고요. 76년에 현대 경제 연구원이 한번 우리 한국 사회의 사회적 갈등 비용과 경제적 효과를 추산한 게 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우리 한국의 사회적 갈등이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되면 실질 GDP가 0.2% 포인트 상승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 김혜민> 그 얘기는 우리의 사회적 갈등이 OECD 평균 수준이 아니라, 평균보다 훨씬 높다는 얘기잖아요?

◆ 박병률> 네, 우리가 훨씬 높습니다. 현대 경제연구원의 평가를 보면, 우리 사회의 평균 갈등 지수가 OECD 20개국 중에서 밑에서 7위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이것을 어떻게 내느냐가 다른데요. 당시 현대 경제 연구원은 OECD 자료 중에서 지니 계수, 빈부격차 계수죠. 그리고 세계은행이 냈던 정치적 안정 지표, 이것은 주로 설문조사로 냅니다. 그리고 정부 효과 지표, 법치주의 지표, 이런 것들을 다 집어넣어서 사회 갈등 지수의 개념을 정리한 거죠. 우리가 지금 GDP가 0.2% 포인트 정도 상승한다, 이게 얼마나 큰 거냐면 우리나라 1년 GDP가 1,600조입니다. 그러니까 0.2% 포인트면 한 3조 정도잖아요. 그 정도 되는 거죠.

◇ 김혜민> 그러니까 사회적 갈등이라는 게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우리의 경제적인 발전도 막고 있다는 거고, 사회적 통합은 말할 것도 없고요. 치르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치르는 거잖아요.

◆ 박병률> 그러니까 현대 경제 연구원에서 했던 분석에 따르면, 우리가 연간 3조 원을 그냥 앉아서 날리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경제 연구원에서 내는 것은 숫자적으로는 다 신뢰하기는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이 지표를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서 다르고, 또 세계적으로도 합의된 기준이 없습니다. 다만, 이런 자료를 우리가 볼 때 무엇을 봐야 되냐면 추세는 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원이 올해 내고, 내년 내고, 내후년에 계속 자료를 낼 때, 같은 기준으로 따졌더니 예컨대 갈등 지수가 계속 올라간다, 낮아간다, 우리가 개선이 된다, 악화된다, 이것을 보고 우리가 손실 정도가 더 커졌구나 하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요. 이것은 상당히 유용한 지표가 됩니다.

◇ 김혜민> 그렇죠. 갈등비용이라는 게 어떻게 정확하게 물건값처럼 나오겠어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동향 정도는 분석할 수 있겠죠. 예를 들면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울 때는 사회적 갈등이 더 컸다든지, 아니면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는 사회적 갈등이 더 컸다든지, 이런 것들이요. 이런 것들은 추론할 수 있겠죠. 똘레랑스라는 것이 있잖아요. 관용. 제가 이거를 홍세화 선생님의 책, 아마 기자님 세대일 거예요.

◆ 박병률> 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 김혜민> 그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이런 개념이 있나, 이런 똘레랑스, 관용, 이런 것들이 있다면 사회적 갈등이 조금 낮아질 텐데, 이런 생각을 해봤거든요.

◆ 박병률> 그래서 우리가 과거 조선 시대 얘기들을 보면, 우리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이 관용이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고요. 거기까지 안 가더라도 우리 시골 얘기하면 우리 시골 인심이라는 것, 상당히 관용이었거든요. 그리고 또 과거에 보면 부잣집에 지나가는 사람들 굶기지 마라, 이런 말이라든가, 그것이 아니더라도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 한 그릇 정도는 주는 문화가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산업이 발전하고,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러면서 우리가 사실은 관용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조금 있습니다.

◇ 김혜민>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갈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거잖아요.

◆ 박병률> 네, 그나마 조금 다행인 것은 최근에 보면 우리 사회적 갈등 지표라고 해야 하나요? 이런 분위기가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것들이 신뢰도하고 연결이 되는데, 예를 들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 그리고 사회 공동체에 대한 신뢰도, 이웃에 대한 신뢰도, 또 언론에 대한 신뢰도, 기업에 대한 신뢰도, NGO에 대한 신뢰도, 이런 것을 다 같이 볼 수 있는데요. 이게 한동안 되게 떨어졌는데, 작년 한 차례 급상승을 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 김혜민> 그렇군요.

◆ 박병률> 미국의 광고 업체인 에델만이 조사한 것도 그렇고요. 최근에 OECD라든가, 세계 경영연구원, IMD 등에서 낸 자료를 보면, 재작년에 비해서 작년 한국에 여러 가지 신뢰도가 급상승했다는 보고가 많고요. 갈등도 소폭 완화된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 지난번 정부가 교체되면서, 특히 촛불 혁명이 일어나면서 어쨌든 일시적으로 국가에 대한 기대, 신뢰감이 올라간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이 조사가 올해 진행이 되고, 내년 진행이 되면서 달라질 수는 있겠습니다만, 한동안 되게 안 좋았던 게 작년하고 올해 상반기까지는 개선이 됐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에델만의 조사를 보면, 작년의 경우는 한국이 신뢰가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로 분류가 되기도 했습니다.

◇ 김혜민> 1년 동안이요?

◆ 박병률> 지난 1년 사이에요. 하지만 전체 선진국 사이에서는 그렇게 높지 않은, 여전히 그런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1년 사이에 증가는 했지만, 절대 평가로 보면 여전히 우리가 중간 이하로 있는 나라다, 이런 얘기입니다.

◇ 김혜민> 세세한 사안에 대한 생각은 물론 국민들이 다 다르겠지만, 우리가 같이 촛불을 들었을 때는 굉장히 많이 사람들, 거의 절대적인 숫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촛불을 많이 들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러한 사회적 갈등 지수를 조사할 때는 더 낫게 나왔겠네요.

◆ 박병률> 한창 갈등이 심했을 때는 그랬겠죠. 이런 지표를 어떻게 조사하느냐 하면, 대부분 설문조사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까 설문조사를 수치화하는 것이죠.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얼마나 정부를 신뢰하느냐, 국가를 믿느냐, 사회를 믿느냐, 언론을 믿느냐, 종교를 믿느냐, 물어보고 10점 만점에 몇 점이다, 이렇게 평가하는 것이 있고요. 또 하나는 다른 계량 지표를 이용하기도 합니다만, 만약에 사회 갈등이 되게 심할 때 전화가 와서 물어보면 역시 그때는 지표가 낮을 수밖에 없겠죠.

◇ 김혜민> 그러면 아까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추세는 알 수 있는데, 그중 한 가지 사례가 경제적으로 나라가 어려우면 사회적 갈등비용이 많고, 사회적 신뢰도가 더 낮지 않을까 하고 질문 드렸는데, 제 추론이 맞나요?

◆ 박병률> 네, 경제학자들이 의도를 가지도 분석을 하면, 쉽게 말씀드리면 선진국일수록 국가 신뢰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국가에 대한 갈등 지수가 조금 떨어지고요. 그리고 개도국으로 갈수록, 조금 더 후진국으로 갈수록 갈등 비용도 높고, 특히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는데요. 대표적인 게 이런 거죠. 부정부패가 많으면 국가를 신뢰할 수 없잖아요. 정치적 혼란이라든가, 그리고 또 소득 불균형이 너무 심하면, 부자에 대한 불신도 심해지고, 기업에 대한 불신도 심해지고요. 이런 것들이 개도국 이하의 국가들이고요. 선진국으로 갈수록 이런 것이 잘 되기 때문에, 특히 분배가 잘 되는 나라들이 전반적으로 신뢰도가 높고요. 만족도도 높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삶의 질도 높고, 행복도가 높습니다. UN에서 행복 보고서를 매년 작성하는데, 이것도 보면 국가 신뢰도, 사회 신뢰도, 그리고 지역 사회에 대한 신뢰도, 그리고 이웃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갈등 지수가 낮은 나라들이 대게 행복도가 높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이제 이번에 문재인 정권 들어서 약자들을 위한 경제 정책을 많이 펼치겠다고 표방했는데요. 사실은 저희도 최저임금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다루면요.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진짜 약자로 체감하는 건 오히려 살기 어려워졌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 박병률> 경제라는 것이 참 재미난 게 이런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람 심리가 그렇잖아요. 절대적인 것과 상대적인 것, 그리고 내가 감내할 수 있는 기간과 감내할 수 없는 기간이 있는데, 만약 내가 상황이 정말 어려우면 지금 당장이라도 소득이 줄어들면 납득이 안 되는 거죠. 1년 뒤에 내가 너에게 돈을 많이 줄게, 하더라도 지금 당장 내 소득이 줄어들면 참을 수 없는 것이 있고요. 또 하나는 예를 들면 내 소득이 천 원 늘고, 그런데 옆에 부자는 1억 원이 늘어난다고 봤을 때, 어쨌든 1억 원이 늘어나는 것이 배는 아프지만, 내 소득도 천 원이 늘어났으니 만족할 수 있는데, 만약에 어떤 고소득자의 소득이 1억 원이 줄어들고, 내 소득이 천 원이 줄어들게 되면 저 사람 소득이 1억 원 줄어드는 것은 이해되는데, 그것보다 내 소득 천 원이 줄어드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이런 심리적인 차이가 나는 거죠. 그렇게 소득이 줄어든다는 게 줄어들지만 언젠가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 위해서 지금 잠시 줄어드는 건데, 이걸 참을 수 없는 거죠.

◇ 김혜민> 네, 제가 이 얘기를 왜 드렸냐면 아까 전에 정부가 바뀌면서 갈등 지수가 조금 줄었다고 하시는데, 저는 지금 조사하면 아까 말씀하신 그런 이유들 때문에 갈등 지수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왜냐하면 최저임금 문제 같은 경우도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얘기가 다르고요. 소상공인 사이에서도 말이 또 다른 거예요.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종부세도 아파트를 많이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다르고요. 오히려 갈등이 우리 안에서 더 많아진 것이 아닌가, 이런 근심, 걱정이 들어서 여쭤본 거예요.

◆ 박병률> 맞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경제학적으로만 말하기 어려운 게 저는 결국 그게 국가 철학이라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국민의 철학, 우리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갈 것이냐, 조금 약자들이라도 우리가 손을 잡고 가겠다는 공동체 의식이 있는 나라냐, 그게 아니라 경쟁이 훨씬 낫다, 효율성이 중요하다, 이런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 그래서 사실은 경제 정책이나 이런 것보다도 저는 개인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그런 바에 대한 고민들, 그것들이 먼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 김혜민> 아무튼 갈등, 아까 첫머리에 말씀드린 대로 갈등이라는 게 발전의 원동력이나, 거름은 될 수 있지만, 이게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안 되기 위해서는 건설적인 토론들, 건설적인 이야기들로 갈등을 줄여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사회 갈등 이야기, 행복학 얘기까지 경향신문의 박병률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병률>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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