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가결' 이끈 비명계의 길…노무현 추종·문재인 동행·이재명 경쟁

'이재명 가결' 이끈 비명계의 길…노무현 추종·문재인 동행·이재명 경쟁

2023.09.26.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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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가결' 이끈 비명계의 길…노무현 추종·문재인 동행·이재명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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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본격 정치 '입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이끈 핵심 세력은 누구일까? 이번에 가결 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은 적게는 29명, 많게는 40명 정도로 보는데 이들 모두가 다 같은 '결'을 갖진 않는다. 가결을 이끈 핵심 세력은 분명히 따로 존재한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탄생과 함께 정치권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끈 민주당 동교동계와는 확연히 다른 이른바 신진 세력들이었다.

2002년 대선 이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는 행정관부터 더 높은 고위직까지 다양한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했다. 청와대가 아닌 총리실 등에서 정치에 입문한 경우도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노무현 청와대'를 경험했느냐 안 했느냐의 차이도 있었다.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 '리더'로 믿고 따랐다. 물론 과거 DJ, YS 때와는 다른 추종이었다. 범친노라고 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좌희정· 우광재'로 대표되는 정통적 친노 핵심 그룹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 자리 잡은 민주당 핵심 세력인 586그룹과도 확연히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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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때부턴 친문 '핵심'

이들은 정권교체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19대 국회 때 여의도에 입성하기 시작했고 20대와 21대 총선을 거치며 대부분 의원직을 차지하게 됐다. 그사이 이른바 '선수'를 쌓기 시작했다. 21대 총선 이후부터는 민주당 내 최대 세력을 이끌었다. 이들 사이에서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정도였다.

'촛불 혁명' 이후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선 주축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친문 그룹의 핵심 중 핵심이었다. 민주당은 물론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부처 곳곳을 자기 사람들로 채웠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 정도로 권력의 핵심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노무현 정부 때와의 차이는 노 전 대통령을 '리더'로 여겼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정치적 '동반자'로 여긴 것이다. 수평에 가까운 권력 구도였다. 문 전 대통령 스스로 강한 카리스마가 있는 정치인이 아니었기에 더욱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구도였다. 이게 노 전 대통령을 대하는 자세와는 결이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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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 땐 이낙연 후보 '지원'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경선에선 이낙연 후보를 지원하고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까지 이들과 비슷한 길을 걸었던 상당수가 이재명 후보 쪽으로 넘어갔지만 이들은 계속 남게 된 것이다. 어쨌든 이들은 이때부터 이재명 후보 쪽과 확연한 경쟁 관계를 형성했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안에서 신권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이때부터 민주당에서 구권력과 신권력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들이 이낙연 후보를 대하는 자세는 문재인 후보 때와는 또 달랐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는 '함께 한다'는 개념이 강했지만, 이낙연 후보의 경우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차이가 분명했다. 경선 때 이낙연 후보로서도 곤혹스러웠던 이른바 '데릴사위론'이 이래서 나온 것이다. 심지어 경선 전에는 다른 후보를 염두하고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친명계에선 이들이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고 푸념했다. 어쨌든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민주당 당권 경쟁이 본격화했다. 다만 대세는 거스를 수 없었다. 대표직에 오른 이후에도 사법 리스크로 발목이 잡혔던 이재명 대표는 이들을 철저히 견제했다. 이들은 지난 2월 1차 투표 때 '사실상의 가결 표', 이번 2차 투표 때는 '완전한 가결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30명 안팎의 가결 표를 던진 의원들이 모두 이들과 같진 않지만 어쨌든 가결을 이끈 핵심인 건 분명하다.

국민의힘보다 먼저 겪는 민주당의 '권력 투쟁'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동교동계는 노무현 정부 탄생 이후 권력에서 배제되고 밀려났다. '구태'로 취급받았다. 동교동계는 노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기도 했다. 이번에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이끈 세력은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친명계가 장악한 민주당에선 배제되는 경향을 보였다. 한마디로 민주당 권력 지형의 변화다. 과거에도 반복됐던 과정이었다.

민주당이어서 특이한 게 아니고 지금의 국민의힘도 과거에 겪었고 곧 다가올 미래에도 겪을 일종의 권력 투쟁이다. 국민의힘 쪽에선 '민정계-민주계-친이계-친박계-친윤계'로 이어지는 그런 권력 투쟁이다. 정치 결사체인 정당에선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현재는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그 과정을 먼저 겪고 있는 것이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간의 권력 투쟁이다. 이런 권력 투쟁이 민생과 동떨어져 지속된다면 진영 논리로부터 멀리 벗어나 이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 대다수는 피곤할 뿐이다.

YTN digital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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