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전 신원식'과 '지명 후 신원식'은 다를까?

'지명 전 신원식'과 '지명 후 신원식'은 다를까?

2023.09.16.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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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전 신원식'과 '지명 후 신원식'은 다를까?
사진출처 = KBS 보도화면 캡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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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전 "12·12 쿠데타는 나라를 구하려 한 것"

"(5·16 군사 쿠데타는) 정치법적으로는 쿠데타…(우리나라가) 농업화 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 바뀌었기 때문에 사회·경제·철학적으로 혁명"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이전에 한 말이다. 지난 2019년 4월, '신인균의 국방TV'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한 인터뷰 내용이다. 이때 주제는 '한국군, 쿠데타 가능한가?'였다. '시작은 쿠데타였지만 이후 국민들의 먹고살기가 좋아졌기 때문에 혁명'이란 의미로 읽힌다. 박정희 정권 시기에 경제 성장을 이룬 건 사실이지만 이게 5·16 쿠데타 때문은 아닐뿐더러 그 시기 박정희식 개발 독재가 한국 경제 성장의 유일한 해법인지도 논란이다. 어쨌든 결과론만으로 쿠데타를 합리화할 수 없다. 이전보다 먹고살기가 좋아졌으니 다른 희생은 다 견디고 참아야 한다며 자칫 개발 독재를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때인 지난 2012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으킨 5·16 쿠데타와 유신체제, 그리고 인혁당 사건 등 여러 역사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그리고 신원식 후보자는 이전에 이런 말도 남겼다.

"사람들은 권력욕, 독재자 이러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신 공백기에 '서울의 봄'이 일어나고 그때 당시에 (전두환 씨는) 나라를 구해야 되겠다고 나왔다고 본다."

전두환 씨가 일으킨 12·12 군사 쿠데타에 대한 옹호 발언이다. 그런데 12·12 쿠데타에 대한 역사적 법적 평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상태이다. 전 씨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듬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해 정권을 찬탈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영삼 정부 때인 지난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반란죄와 내란죄가 확정되어 무기징역형과 추징금 225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의 친구이자 쿠데타 주역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아들을 통해서나마 사과를 했지만, 전두환 씨는 세상을 떠나기 전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지명 전 "인민민주주의로 뚜벅뚜벅 걸어가"

전두환 군부 독재 이후 형성된 '87년 체제'에 대해서도 신 후보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19년 7월, 전광훈 목사와 함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61년도에 박정희가 5·16 군사 혁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개 한 30년, 87년까지, 88년 6공화국이 출범하기 전까지는 모양이 비슷했어요. 서구식 정치적 자유는 좀 유보하되 우리가 후발 국가로서 경제개발에 매진했고 고도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6·10 항쟁이란 형태를 통해서 88년부터 우리가 민주화 체제라는 게 들어섰죠. 그 '88체제'가 올해로 딱 31년째입니다."

"우리는 민주화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인민민주주의로 뚜벅뚜벅 걸어가서 이제 '88체제'의 30년 지난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을 판입니다."

여기서 '88체제'는 '87년 체제'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87년 체제'는 6월 민주항쟁으로 만들어 낸 대통령 직선제 중심의 민주화 과정을 말한다. 신 후보자가 말한 인민민주주의(People's democracy)는 2차 세계대전 후에 동유럽 및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인민의 민주주의 혁명을 통해 성립하였던 새로운 형태의 국가를 말한다. 생산의 인민 관리, 생산수단의 국유화 등을 통하여 자본주의 경제의 지반을 잠식하고 동시에 토지개혁을 시행하여 부르주아의 영향을 저지해 왔다. 이 수행을 담당한 주체 세력은 프롤레타리아이고 또 이것은 그 전위당의 지도에 기초한다.(출처: 네이버 철학사전) '87년 체제' 이후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로 이어지는 한국 사회와는 전혀 다른 이념이고 체제이다. 인민민주주의는 우리 현대사에선 아주 생경한 개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정치권과 학계에선 '87년 체제'의 시대적 소명과 한계를 인정하고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대통령 중심제의 폐해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 나은 체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건데 핵심은 '권력 분산'이다. '87년 체제' 성과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신 후보자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명 후 "대법원 확정판결과 정부 공식 입장 지지"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이후 국회에서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14일 신 후보자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했던 발언과 관련된 모든 것은 대법원 확정판결과 정부의 공식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옹호했던 12·12 쿠데타에 대해 불법적인 정권 찬탈이란 결론을 내린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이런 말도 더했다. "쿠데타는 절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고 대한민국 현실에서 불가능하다…구체적인 발언에 대한 것은 청문회 중이나 직후 국민께 설명해 드리겠다." 과거는 과거고 앞으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국민에게 전한 것이다.

결국 '지명 전 신원식'과 '지명 후 신원식'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확고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생명처럼 여기는 '참군인'을 자처하는 신 후보자의 여러 언행을 고려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물론 청문회 검증 과정에 대한 대비 차원일 순 있지만, 신 후보자가 보여준 12·12 쿠데타 옹호 발언과 '87년 체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지명 이후라고 바뀐다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청문회 전은 물론 후에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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