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승부] 손석우 "레고랜드, 이자 100억 아끼려다 50조 쓰게 생겨"

[정면승부] 손석우 "레고랜드, 이자 100억 아끼려다 50조 쓰게 생겨"

2022.10.27. 오후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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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7:00~19:00)
■ 방송일 : 2022년 10월 27일 (목요일)
■ 대담 : 손석우 경제평론가(건국대 겸임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정면승부] 손석우 "레고랜드, 이자 100억 아끼려다 50조 쓰게 생겨"


◇ 이재윤 앵커(이하 이재윤)>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 4부, 한주간 경제 이슈 중 정면 승부할만한 경제이슈를 꼽아서 넓고 깊게 전달해드립니다. <정.승.경> 시간으로 시작합니다. 경제이슈로 정면승부 해주실 분입니다. 손석우 경제평론가, 어서오세요.

◆ 손석우 경제평론가(이하 손석우)> 안녕하세요.

◇ 이재윤> 오늘 다뤄볼 첫 번째 경제이슈, 뭔가요?

◆ 손석우> 오늘 오전에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 GDP부터 살펴보겠습니다. GDP는 분기마다 발표되는데 쉽게 말해 경제 성적표라고 보면 됩니다. 3분기 GDP가 시기적으로 상당히 중요했어요. 1, 2분기까지는 그래도 코로나 사태 후에 소비심리가 살아났었고, 정부 재정집행 효과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3분기부터는 세계적인 금리인상 여파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지난 7, 8, 9월 되새겨보십시오. 중앙은행들이 금리 계속 올리면서 원달러 환율 계속 뛰어올랐죠. 물가도 기록적으로 치솟았고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이른바 3고의 파고가 본격화됐던 시기였잖아요. 그런데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3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즉 2분기와 비교했을 때 0.3% 성장했습니다.

◇ 이재윤> 잘한거에요? 못한거에요?

◆ 손석우> '못했는데 생각보단 덜 못했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겠어요. 국내외 기관들 예측치로는 0.1% 성장, 또는 제로,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 즉 역성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봤어요. 그렇다고 잘한 것도 아니죠. 성장률이 1%를 크게 밑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저성장 이라고 봐야하고, 분기별 추세로 봐도 반등할만한 모멘텀이 없어요.

◇ 이재윤> 그러면 4분기 성장률은 더 떨어진다. 이렇게 봐야합니까?

◆ 손석우> 경제도 흐름이라는 게 중요한데, 앞서 말씀드린 3고가 더 심화될 여지가 커요. 미국 연준은 올해 내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태세죠. 그러면 원달러 환율 계속 오르죠. 환율 오르니까 물가도 자극받죠. 우리 경제구조상 이 3고가 계속 서로 맞물리면서 악영향을 주고 있는 셈인데. 이런 악순환의 끝은 결국 경기침체입니다. 생산, 소비, 투자 경제의 세 가지 축이 동력을 잃어버린다는 뜻이죠. 그래서 오늘 한국은행 발표 보면 4분기에 성장률 제로만 달성하면 연간 성장률 전망치 2.6% 달성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최선을 다해서 경기침체 안가도록 방어해야 마이너스 성장 안한다는 것이죠. 이게 냉정한 현주소입니다.

◇ 이재윤> 다음은 레고랜드 사태를 짚어보죠. 오늘 오전에 강원도에서 문제가 된 기업어음 채무를 12월15일까지 상환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그러면 일단락되는 것으로 봐도 되는 건가요?

◆ 손석우> 아니죠. 안타깝지만 타이밍이 늦었어요. 이미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이 심해졌는데, 이제 와서 채무상환 계획을 밝혔던들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든 겁니다. 레고랜드 사태는 현재진행형이고요. 앞으로 어디까지 파장이 미칠지 모릅니다.

◇ 이재윤> 그렇게 상황이 심각한가요?

◆ 손석우> 네, 매우 심각합니다. 이번 사태로 자금시장 전반에 심각한 경색이 나타나고 있고요, 특히 채권시장은 마비 상태라고 봐야 합니다. 돈이 돌지 않아서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긴급 채권시장 안정펀드 50조를 시장에 풀어서 급한 불을 끄고 있기는 한데요. 시장 전반에 신뢰가 무너져버린 상태라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지난달 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레고랜드는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테마파크로 지난 5월에 개장했습니다. 오해하면 안되는 게 레고랜드가 문을 닫은 게 아닙니다. 레고랜드 조성사업을 위해 설립된 강원도중고개발공사(GJC)가 발행한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강원도가 지난달 28일에 보증 이행을 거부하고 회생신청을 한 것이 발단이 된 겁니다.

◇ 이재윤> 2050억 원이면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닌데, 이것 때문에 한국 자금시장 전체가 경색됐다.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는군요.

◆ 손석우> '울고싶을 때 뺨을 때렸다' 이렇게 봐야할 것 같습니다.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채권시장이 불안한 상태였거든요. 환율이 뛰고, 경기둔화 불안감 등의 영향으로 채권금리가 계속 오르는 추세였어요. 채권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금리가 오르는 추세이거나 신용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니까 채권에 투자해 온 주요 기관들이 채권 시장에서 손을 떼버리며 자금 경색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한 발 더 들어가서 짚어봐야 할 것은 레고랜드 사태를 촉발한 것은 채권이 아니에요. ABCP라고 불리우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입니다.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인데요. 강원도중도개발공사가 발행한 것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즉 PF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겁니다. 부동산 개발할 때 시행사가 개발자금 조달하려고 많이 발행하고요. 만기도 1년 이하로 짧아요. 보통 증권사가 지급보증을 해주는데 문제가 된 이번 기업어음은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했다가 보이콧을 해버린 경우거든요. 지자체가 보증을 하는 어음은 우량등급으로 간주해주거든요. 지자체가 망할 일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강원도가 그런 공식을 깨버리면서 시장의 신뢰가 무너져버린 것이죠.

◇ 이재윤>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알겠고, 그러면 레고랜드 사태가 우리 경제에는 어떻게 타격을 주게 되는거죠?

◆ 손석우> 일단 돈 줄이 말랐습니다. 정부는 물론이고요, 지자체, 공기업, 민간기업들도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거든요. 국채, 지방채, 회사채 등등이죠. 그런데 채권 거래 자체가 많이 줄었어요. 채권시장 통해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어제도 채권시장쪽 딜러 통해서 시장 분위기를 전해 들었는데, 할 일이 없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의 경우 급히 조달해야 할 자금은 은행에서 빌리고 있다고 하네요.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구조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시중에 돈이 원활하게 돌지 못합니다. 그러면 각 경제주체들이 써야 할 돈을 제때 못쓰게 되거나 비싼 금리로 돈을 빌려야 되고요.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갈테니 투자도 위축되고 결국 서비스나 상품 가격에 전가되어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여지도 큽니다.

◇ 이재윤> 레고랜드 사태로 건설사들이나 증권사들도 휘청거릴 수 있죠?

◆ 손석우> 단기적으로 보면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대출받은 건설사나 이를 지급보증 한 증권사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식고 있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조달 통로가 사실상 막혔기 때문에 대출연장이나 다른 상품으로 차환하는 것도 어렵거든요. PF 대출로 공사대금 조달해서 다 짓고 분양해서 자금회수해서 상환하는 공식이 깨져나가고 있는 거죠. PF대출 잔액이 올해 상반기까지 112조 원이 넘는 상태입니다. 자금여력이 부족한 지방중소건설사들은 최악의 경우 줄도산 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고요. 지급보증 많이 선 증권사들도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정치권에서 책임공방이 뜨겁죠. 정부 대책도 뒷북이라는 비판도 많고요. 경제적으로 보면 참 안타까워요. 발단이 된 기업어음 이자가 연간 100억 원이었어요. 정부가 자금 시장 경색 막으려고 채권시장 안정펀드로 50조원 플러스 알파 유동성을 투입하기로 했고요. 이자 100억 아끼려다 나랏돈 50조 쓰게 된 상황 아닙니까. 정부도 안일하게 대응했어요. 강원도가 회생신청을 한 것은 지난달 말인데, 한 달 가까이 손 놓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으니까요. 정책이나 대책도 타이밍이 중요한데, 좀 더 서둘러서 채권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줬다면 이렇게 시장 신뢰가 무너져버리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시장 내에서도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고요.

◇ 이재윤>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손석우 경제평론가였습니다.

◆ 손석우> 감사합니다.



YTN 김혜민 (visionm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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