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킹] 유시민 "尹정부 참 순수...여당은 도파민 중독 상태"

[뉴스킹] 유시민 "尹정부 참 순수...여당은 도파민 중독 상태"

2022.07.25. 오전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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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킹] 유시민 "尹정부 참 순수...여당은 도파민 중독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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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방송일시 : 2022년 7월 25일 (월요일)
□ 진행 : 박지훈 변호사
□ 출연자 : 유시민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지훈 변호사(이하 박지훈): 지금부터는 예고한 대로, 유시민 작가와 인터뷰 합니다. ‘유럽도시기행’ 두 번째 책을 들고 3년 만에 여행 작가로 돌아왔는데요. 오래된 도시에서 무엇을 보고 왔을지, 작가 유시민의 언어로 들어보죠. 안녕하십니까.

◆ 유시민 작가 (이하 유시민): 안녕하세요.

◇ 박지훈: 오늘은 책 내용 위주로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평소 여행은 많이 다니십니까? 책 때문에 가신 건지, 여행 간 김에 책을 쓰신 건지?

◆ 유시민: 둘 다 하는데요. 재미로 다니는 여행도 하고, 답사 여행도 가고요, 가볍게. 이야기를 할 만한 도시인가, 아닌가 보고. 할 만하면 취재여행을 가죠. 취재여행은 일하러 가는 거고.

◇ 박지훈: 혼자 여행하신 건 아니죠?

◆ 유시민: 아내와 둘이 다닙니다. 제 처가 사진도 찍을 뿐만 아니라 일정을 조율하고 숙소, 기차표 예약 같은 걸 다 합니다.

◇ 박지훈: 첫 번째 책은 코로나 이전에, 두 번째 책은 코로나 이후에 다녀온 여행기인데요.

◆ 유시민: 아니요. 다녀온 게 코로나 이전인데 ‘21년 봄에 내려고 준비했다가 코로나가 터져서.. ’유럽을 못 가는데 책을 낼 수 있냐‘, ’올해 여름에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 짐작하고 냈는데 하위 변종이 생겨서 심각해지고 있죠. 유럽 가는 분들이 책을 사니까요. 타이밍을 그렇게 맞췄는데 미스가 난 것 같아요.

◇ 박지훈: 확진자고 좀 많은 것 같습니다.

◆ 유시민: 치명률이 40대 이하는 0.02% 이렇잖아요. 계절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수준의 통증과 치명률이거든요. 그러니까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동안 치명률이 오리지날은 4%였고, 델타일 때는 1%였고요. 오미크론 와서 0.1%고. 그이후 변종에 대해 치명률 통계는 정확히 안 나오고 있는데 통상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높아지고 치명률이 낮아지는 쪽으로 진화하니까 계절 독감 수준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현 정부가 ‘풀어서 하는’ 것 찬성입니다. 과학 방역은 지난 정부 때부터 잘 해왔고, 연장선에서 지금 치명률이 높을 때 버텼기 때문에 어차피 대유행은 못 피해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 싸움을 잘 하다가 치명률이 떨어졌을 때 대유행을 맞는 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죠. 우리는 성공적으로 해냈고요. ‘과거에는 정치방역이고 지금은 과학 방역’.. 그냥 하는 소리고.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죠.

◇ 박지훈: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이 체감이 되던가요?

◆ 유시민: 그럼요. 두 가지로 알 수 있는데 하나는 우리 여권의 파워.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갈 수 있는 나라의 개수, 일본 다음으로 2위권이라고 하잖아요. 공항에서 여권 검사 할 때도 “South Korea“라고 하면 유학 갔던 2-30년 전 하고는 눈초리가 다르죠. 대충 봅니다. 두 번째는 물가인데요.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이런 데는 좀 비싸고. 그 몇몇 나라를 빼고는 외식 물가 같은 게 한국이랑 별 차이가 없거나 한국보다 착해요. 그런 점이 느껴지는 거죠.

◇ 박지훈: 1권 에서는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다녀오셨죠? 이번 책에서는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인데 왜 이곳으로 정한 겁니까?

◆ 유시민: 냉전시대에는 오스트리아가 동쪽 끝이었잖아요. 거기서부터 체코, 헝가리, 이런 곳이 다 사회주의였기 때문에 빈을 동유럽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빈은 이제 굳이 말하면 서유럽에 속하고요. 동유럽은 폴란드, 우크라이나, 이런 쪽. 중부유럽에 빈을 중심으로 인접한 도시 세 개를 붙여서 한 권으로 쓴 거죠. 가실 때 네 도시로 묶어서 가면 좋아요. 드레스덴은 좀 작기도 하고 꼭 가고 싶었던 데여서. 프라하 갈 때 당일치기 소풍 다녀와도 되고.

◇ 박지훈: 드레스덴은 국민들이 ‘통일은 대박’만 알고 있어요.

◆ 유시민: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평화선언을 했던 나라인데요. 선언 효과는 없었는데, 장소 선정을 기가 막히게 한 거죠. 드레스덴은 1945년 2월 중순에 영국이랑 미국 공군이 네 차례 폭격을 해서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었던 도시였거든요. 군사시설도 없던 도시였는데 거의 보복차원의 대량학살이었어요. 히로시마 원자폭탄 떨어졌을 때만큼 사상자가 나왔다고 하니까. 거의 다 민간인이고. 그래서 도심 반경 3KM에 이르는 곳이 완전히 잿더미가 됐던 곳이거든요. 거기 중심이 드레스덴 성모병원인데 나중에 부활이 이루어졌어요. 죽음과 부활의 서사가 담긴 곳이고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아주 사악한 얼굴과 그걸 극복해내는 지혜의 얼굴 둘 다를 보여주는 도시예요. 여긴 건축도 중세건축양식, 중세후기 바로크양식, 사회주의 양식, 자본주의 양식이 다 수평으로 있습니다. 역사의 지청이 건축학적으로 수평으로 널려있는 도시여서 되게 흥미로워요. 저는 이런 도시 드레스덴밖에 못 봤거든요. 박근혜 대통령의 참모들이 한반도평화선언 장소로 선정했을 때 이 역사를 알고 있었던 거죠. 특수한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있는데 드레스덴은 (그런 의미에서) 가볼만한 도시입니다. 인심도 후하고, 음식도 가성비가 괜찮습니다.

◇ 박지훈: ‘빈’ 하면 ‘문화예술의 도시’ 라는 수식이 따라 붙죠. 책에는 어떤 내용이 나옵니까?

◆ 유시민: 도시의 대표적인 문화공간과 그 공간에 얽혀있는 예술가들, 권력형 셀럽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씨씨황후 이야기. 그 도시에 주요한 공간과 그 공간과 얽힌 사람들의 생애, 그들이 이룬 것, 남긴 것들이 주로 나와있습니다. 책에 다 있는 내용이니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죠.

◇ 박지훈: 유시민 작가가 책에서 ‘빈’을 이렇게 묘사 했어요? “(빈은) 사람으로 치면 사기 캐릭터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수재인데 잘생겼고 키도 크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예술적 감각을 지닌 교양인에다 성격마저 원만하다”

◆ 유시민: 네, 그런 도시예요. 빈은 가보면 ‘내가 이런 도시에 오다니’ 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다는 것 자체로 성취감이 느껴지고요.

◇ 박지훈: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에 상처가 많지 않았습니까?

◆ 유시민: 16세기에 두 차례 비엔나페스트라고 해서 어마어마하게 겪었죠. 1차 대전 때는 전쟁을 일으킨 나라였고요. 그때는 물론 합스부르크 제국 시절이었고. 2차 대전 때는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강제 합병해서 나치 전쟁범죄에 같이 끌려들어갔죠. 그래서 쿠르트 발트하임이 나중에 대통령도 되는데. 그분이 나치돌격대 전력이 폭로돼도 대통령으로 뽑아주잖아요. 과거의 상처를 완벽하게 감춘 도시예요. 찾아볼 수가 없어요. 대독일주의였죠. 그리고 번듯하게 잘생긴 얼굴로, 화려하게 옷 입고 사니까.. 그것도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죠. 오스트리아다운 방식이에요. 인정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 박지훈: 빈에는 비엔나커피가 없다면서요?

◆ 유시민: 빈에 커피는 있는데 ‘비엔나커피’라는 메뉴는 없어요, 레스토랑에. 가시면 엄청난 이름이 붙어있는 커피를 꼭 드시라고.. 럼주나 위스키가 들어가는 건데요. 그건 커피라기보다 고칼로리 간식에 가까운. 많이 걸어다니면 그게 땡깁니다.

◇ 박지훈: 책을 보면 건축물도 많고 도시역사도 많은데, 최근에 청와대를 조선총독부 관저모양으로 만들려고 하는 얘기가 보도됐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유시민: 세부적인 것보다 지금 이 정부는 되게 순수해요, 제가 보기에는. 복잡한 설명 없이도 왜 저런 일들을 하려고 하는지.. 순수하다는 게 꼭 좋은 건 아닙니다. 한 국가를 운영하려면 순수하면 안 되고 유능해야 되고, 때론 교활해야 되고, 때론 자기 생각과 다른 일도 해야 되는데 보면 그냥 자기 감정대로 하는 것 같죠, 모든 일을. 그래서 평론가들이 살기가 팍팍해질 것 같아요. 회술할 게 별로 없으니까.

◇ 박지훈: 이전 정부는 교활했다고 보십니까?

◆ 유시민: 자기 마음대로 못 했죠.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시민들이 싫어하니까 천천히 하는 게 좋겠다든가, 하지 말아야겠다든다, 하긴 해도 조금 바꿔서 하겠다든가 이렇게 해왔죠, 쭉. 그러니까 총체적으로 보면 지금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떨어져있는데 이 정부가 우리 국민이 가질 수 있는 최상의 보수정부예요. 그리고 지난 문재인 정부는 우리 국민이 가질 수 있었던 그 시점에서의 최상의 진보정부였고요. 우리는 매번 투표를 통해 정부를 세워왔는데 매번 수립해온 정부가 우리가 가질 자격이 있는 최상의 진보정부이거나 보수정부라고 보는 게 맞다는 거예요. 더 욕심이 나도 가질 능력이 없어요, 우리가. 그 점을 받아들여야 된다고 보고요.

◇ 박지훈: 경찰국 신설도 순수함의 발동이라고 보십니까?

◆ 유시민: 그렇죠. 이 정부는 제가 보기에 무신정권 같아요. 스스로 정체성이. 어느 정부든 순수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자기가 잘하는 방식으로 해요.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고 평생 검사만 했던 사람이고. 검사를 사방에 포진시켰고. 검창총장은 임명도 안 하고 자기 측근을 장관 시켜서 하고. 그러고 있잖아요.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라고 예전에 얘기했으니까. 임명하면 말 안 들을 가능성이 있잖아요. 모든 것들이 칼(검)로 다 하는. 검사가 물론 수사권, 기소권을 가질 수 있지만 수사기소한다고 사람을 곧바로 잡아넣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법원에서 영장발부해야되고 재판결과 유죄선거 나와야 하니까 시간이 걸린다고요. 그런데 모든 것들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그냥 하는 거예요. 그리고 칼 휘두르는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거칠죠. 지금 정부와 집권세력이 하는 거 보면 왜 이렇게 화가 나 있는지 모르겠어요. 선거에서 이기면 좋잖아요. 그리고 국민들과 좋은 일을 해야겠다, 행복해질 거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대통령도 매일 화난 얼굴이고, 법무부장관도 화난 것 같아요. 그리고 여당에 지금 윤핵관이니 뭐니 이런 사람들이 다 당지도부가 됐는데 매일 화나 있어요. 사람들이 화난 상태로 국정운영에 임하고 있거나 자신들이 가진 무기들이 검찰권이란 칼밖에 없구나. 모든 걸 다 이렇게 하기 시작하면 정치가 있을 수 없어요.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소한을 규정한 거잖아요. 정치인은 훨씬 예술적인 영역에 가깝습니다.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사회에 많잖아요. 이런 것들을 해결하라고 정치가 있는 거고. 과거 문 정부 때는 정권 출범 때부터 끝날 때까지 협치 타령만 언론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 어떤 언론도 협치하라고 얘기 안 합니다. 이상하잖아요. 이걸 부추기고 있다고요. 정치는 다 실종되고 여야간의 대화도 사라지고, 대통령이 자기의 법적권한을 가지고 칼을 휘두르는 것만 남아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에 무슨 해설이 필요하겠어요. 계속 이렇게 할 수 있겠죠. 그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요. 패는 칼보다 강하다? 칼이 패보다 강해요. 물론 하다가 본인이 도저히 못하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면 정치 스타일을 바꾼다든가 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어렵지 않을까.

◇ 박지훈: 그렇게 화나있는 사람들은 책 보고 여행을 가면 어떨까요?

◆ 유시민: 제가 권하는 바입니다. 권력 가졌다고 칼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여주는 공간들이 많이 있거든요.

◇ 박지훈: 공간을 보면서 역사를 보고 정치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 유시민: 용산 같은 데는 거기가 구중궁궐이에요. 일반 시민과의 접촉이 완전 차단된 곳이고요. 문화적인 맥락도 없는 공간이거든요. 권력 행사만을 위한 공간이에요. 용산 대통령실이라는 공간도 삭막한 곳이에요. 엄청 갑갑합니다, 보고 있으면.

◇ 박지훈: 역사적인 의미로 청와대가 없어지고 용산에 갔는데, 앞으로 역사적인 부분이 없어질 것 같아요.

◆ 유시민: 옛날 청와대는 권력의 중심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고 싶었던 데잖아요. 더 이상 권력의 중심이 아닌 유원지예요, 이제는. 처음부터 컨셉을 잡고 경복궁하고 서촌, 북촌 한옥단지, 한양도성을 다 엮어서 정말 서울을 즐길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으로 디자인하고 했으면 저는 찬성(합니다). 노 대통령 때부터 거기 안 들어가시는 쪽으로 건의했었고 문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나오는 것은 찬성이에요. 예컨대 총리공간에 총리가 다른 데 가고, 경호상 필요하면 그곳을 대통령 관저로 쓴다든가, 업무는 광화문 종합청사에서 보는 것을 찬성하는 입장인데. 졸지에 유원지로 만들어 버리는 건 좀 너무 순수한 거 아닌가. 어떻게 비평을 못하겠어요, ‘여야의장단하고 소주 한잔’, 이러면 정말 소주 한잔 마시고 싶은 거예요.

◇ 박지훈: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께서 정치인이 된 지 1년인데, 정치라는 게 권모술수 아닌지?

◆ 유시민: 일부 그런 게 있죠. 거래도 포함되어 있고. 왜냐면 정당이 그런 존재기 때문에. ‘정치를 한다는 건 인간의 모든 불완전함과 추악함을 다 껴안겠다는 의사 표시’거든요. 인간이 그런 존재기 때문에 정치를 하다 보면 옳지 않아도 상대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것도 있고, 더 큰 중요한 일을 이루기 위해 사소한 양보를 하고 눈을 감아줘야 할 때도 있는 거고. 법하고 다른 거예요. 이 모든 걸 법의 잣대로 몰아가면 예컨대 남북관계도 법으로는 다스리기 어려워요. 왜냐면 논리적으로는 다 상충하기 때문에 남북관계에서는 그 특수한 인식을 하고 법에, 명시적으로, 해치지 않는 한은 넓게 열어주는 게 맞는 거예요. 정치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검사 출신 대통령으로 오셔서 모든 걸 법의 잣대로 보는 거예요. 이러면 정치라는 것이 설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5년 간 이렇게 갈 거라고 봐요.

◇ 박지훈: 여당도 정치인인데,

◆ 유시민: 거긴 도파민 중독 상태예요. 우리 뇌에서 행복감을 느낄 때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되는데, 언제 분비되냐면 기대보다 큰 보상을 받았을 때 과다 분비되는 경향이 있어요. 한 번 올라가면 뇌는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마약 중독 같은 게 생기거든요. 정치가 상당 부분 마약성 물질과 비슷해요, 그런 점에서. 지금 여당의 정치인들은 다양한 도파민들이 뇌속에 분비된 상태 같아요. 흥분 상태에 있습니다, 지금. 기대보다 큰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과거 정부가 했던 것을 다 둘러엎어서 감옥에 보내고 하면 도파민이 나올 것 같거든. 지금 도파민이 덜 나오니까 짜증이 나고 화가 나있는 거예요. 대선 이긴 날 도파민이 대량 분비돼서 행복했다가, 다음 날 (도파민이 나올 곳을) 찾아야 되는데 누구 꽂아넣고 이런 것만으로 안 되거든요. 내가 아는 애 7급 줘야 하는데 9급 주면 기분 나쁘죠. 제가 보기에 마약 중독 상태와 비슷한 상황인거 같아요. 정상적으로 야당과 대화를 하는 것이 안 되고. 지금 국회에서 야당이 압도적 다수인데 국회정상화도 여당쪽에서 ‘조금만 양보할 테니 국회 열어달라’고 해야 하는데 야당에서 “국회를 하자” 하고, 여당에서는 “하든가 말든가” 태도예요. 저는 이런 걸 처음 보는데. 책 얘기 하다가 왜 이렇게 왔죠? 나이를 먹었나 봐요.

◇ 박지훈: 정치 평론 다시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유시민: 평론이 아니죠, 이거는. 역사문화공간을 즐기시라는 얘기를 하는 거죠.

◇ 박지훈: 부다페스트, 프라하도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 유시민: 헝가리는 우리나라랑 정서가 되게 비슷해요. 마자르족이라고 나오는데, 약 천 년 전에 동쪽에서 말을 타고 열두 부족의 족장과 지도자가 와서 나라를 세웠는데 사방에 슬라브족이랑 게르만족이 있었어요. 지정학적으로 엄청 불운한 민족이에요. 고통을 굉장히 많이 겪었고, 끝내 자기 나라를 다시 세워내고 소련한테 엄청난 억압을 받고. 공화국 된 지 30년밖에 안 되거든요. 민족적 시련을 겪었던 나라의 슬픔이 깔려 있는데 최근 30년 동안 이룬 것에 대한 자부심, 이런 것들이 같이 도시공간에 표출되고 있어서. 다니다 보면 테러하우스나 도나우 강변, 다뉴브 강변에 유태인학살 장면이라든가.. 역사적인 게 많거든요. 되게 슬픈데 노골적으로 보여 주는데도 전체를 보면 도시가 아름답고 활기차요. 그래서 부다페스트 가면 마음이 편하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도시입니다.

◇ 박지훈: 코로나 때문에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는 한데 너무 가고 싶습니다. 프라하도 좋습니까?

◆ 유시민: 아무 생각 없이 도시가 예쁜 도시라서요. 사진을 아무렇게나 찍어도 화보가 된다잖아요. 진짜 그렇더라고요. 나중에 어떤 사진 쓸까 보는데 모든 사진들이 예쁜 거예요. 중세의 뾰족한 집들이 많이 남은 이유가 전쟁을 엄청 많이 겪은 지역인데, 전쟁 할 때에는 꼭 프라하 외곽으로 나가서 했더라고요. 그래서 중세 모습이 다 남아있는 거예요. 전쟁하다가 불리하면 항복을 해요. 그러다 보니 시내에 포탄이 많이 떨어질 일이 없어요. 그래서 헝가리 사람들은 체코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죠. ‘쟤들은 뭐 좀 하다 불리하면 항복이야’. 헝가리는 죽을 때까지 싸워요. 그래서 시가전도 엄청 벌어졌었고. 프라하는 알고 보면 사람의 이야기들이 많이 묻어 있는 도시입니다. 특히 여름에 해가 지고 불이 켜질 시간에 왕궁단지나 구시가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면 정말 환상적입니다. 가게 되시면 ‘얀 후스’라는 종교개혁가 동상도 있고 하니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 검색하시고요. 프라하는 아무 생각 없이 가시면 됩니다. 큰 테마파크 같아요.

◇ 박지훈: 이 책을 도시 안내 서적으로 봐도 되겠네요?

◆ 유시민: 알고 가면 느낌이 조금 더 강렬해져요. 그래서 책을 쓴 거죠.

◇ 박지훈: 우크라이나까지는 못 가셨죠?

◆ 유시민: 키예프가 좋은 곳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폴란드의 바르샤바와 우크라이나 키예프 등을 한 권으로 쓰려고 계획은 했는데. 좀 어려워진 것 같아요.

◇ 박지훈: 말 나온 김에, 외교는 어떻게 하는 게 맞다고 보십니까?

◆ 유시민: 다 하는 얘기지만 국익 중심으로 하는 게 맞죠. 인류 전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좋은 일이기는 한데요. 그래도 국민국가체제로 전 세계가 되어 있으니까 정부는 이 국민국가 안에서 사람들의 복리를 높이는 데 우선방점을 찍어야 되겠죠. 외교는 실리외교가 기본이라고 교과서에도 나와있습니다. 지금 외교도 순수하죠. 기분대로 하는 것 같아요.

◇ 박지훈: 말씀 들어보면 허무한 것 같기도 하고요.

◆ 유시민: 그러니까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요, 지금. 안팎에.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해야죠.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모습은 서로 의견이 좀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모습이죠. 그런 게 전혀 없죠, 지금. 모든 게 자기 감정대로예요. 16명을 죽이고 넘어왔다가 북한으로 송환된 그 주민들의 인권은 엄청 중요하지만 6년 전부터 임금이 30% 깎인 대우해양조선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임금 좀 원상회복해달라”고 하는 건 불법점거파업을 했으니 법대로 감옥에 보내야 돼. 이렇게 자기 기분대로 하는 거잖아요. 이건 참 그렇죠.

◇ 박지훈: 시간이 다 됐습니다. 다음에는 정치평론으로 모셔도 되겠습니까? 오늘 유시민 작가와 얘기 나눴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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